2017년  09

CNUH와 함께

손 잡고 가는 길

2017 충청권 희귀난치성질환센터 여름캠프

‘멋진 하루-모두를 위한 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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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대학교병원 충청권 희귀난치성질환센터가 8월 26일 충남 홍성 오누이센터에서 희귀난치성질환 환우와 가족을 위한 여름캠프(질병관리본부 후원)를 열었다. 올해는 ‘멋진 하루-모두를 위한 안부’를 주제로, 순환과 공생의 마을 홍성의 문화공간으로 떠나는 하루여행을 통해 보호자들이 혼자 감당해 왔던 고민과 짐을 풀어놓고 활력을 채우는 시간을 마련하고자 했다. 특히 올해는 참가자들이 공통의 관심사를 찾고 단계적으로 커뮤니티 등의 활동을 시작하는 장으로 기획되었다.
프로그램은 자기소개를 시작으로 댄스 테라피스트의 힐링모션을 통해 몸과 마음을 깨우는 시간, 정겨운 친환경 로컬푸드 식사, 일상 속 소소한 이야기를 담은 작은 음악회 등으로 꾸며졌다. 참가자들은 대부분 서로 다른 희귀질환을 가지고 있는 환아 가족들로 구성되었는데 “도심을 떠나 진솔한 이야기들을 나누며 힘을 북돋아 주는 계기가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길홍량 센터장은 “질병의 특성상 소외되고 힘든 시간을 보냈을 수 있는 환우과 가족들에게 생활의 활력이 되는 이러한 사회공동체 프로그램을 더 활발히 진행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충남대학교병원 충청권 희귀난치성질환센터는 2006년 7월 지역거점병원으로 지정(질병관리본부), 희귀질환 특수클리닉, 상담실, 온·오프라인 네트워크 구축, 지역 전문가를 위한 다양한 워크숍, 환자와 가족을 위한 자조모임, 여름 캠프 등의 네트워크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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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 가득한 내 손 먼저 잡아준 아이들과 행복한 하루

충남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2학년 이예지

요양원 봉사는 많이 했었지만 아이들을 위한 봉사는 처음이었다. 사실 조카도 없어서 아이들과 함께 하루를 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설렘보다는 두려움이 컸었다. 나와 하루를 함께 했던 아이는 24살의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지호라는 친구였다.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어린아이를 대하듯이 해야 하는 건지, 처음엔 말을 거는 것조차도 어려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조금씩 알 수 있었다. 특히, 처음엔 조용한 아이인줄로만 알았는데 갑자기 무대 앞에 나가 아이돌 그룹의 춤을 멋지게 소화해내는 걸 보고 정말 깜짝 놀랐다. 지호 뿐 아니라 다른 모든 아이들의 그 순수함에 반해버렸다. 좋으면 웃고 슬플 때는 울 수 있는 아이들, 때로는 싫은 것을 온몸으로 표현해 내는 아이들을 보며 고작 하루를 함께하는 사이, 나는 환아가 아닌 그저 눈이 맑고 깨끗한 아이들과 마음을 나누는 행복을 누린 것 같다. 처음 만났는데도 좋다며 안기고 손을 맞잡고 나를 찾는 아이들을 보면서 이렇게 쉽게 마음을 여는 친구들이 있을까, 어떻게 놀아줘야 하나 고민만 했었는데 먼저 손을 잡아주는 친구들 덕분에 처음의 고민들이 너무 시시해졌다. 이날 하루를 통해서 이 아이들은 난치성질환을 가진 ‘환자’가 아니라 그저 몸이 다른 아이들에 비해 조금 불편한 ‘아이’들일 뿐임을 깨닫고 돌아가는 것 같아서 참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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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속에 묻어뒀던 이야기 나누며 서로 위로, 격려

다운증후군 윤은영 부(父)

생각지도 못한 정말 ‘멋진 하루’였습니다. 비록 짧은 하루였지만 희귀난치성질환을 앓고 있는 자녀들의 부모에겐 값진 힐링의 시간이었습니다. 각 가정마다 아이들 때문에 웃음을 잃고 우울한 시간을 겪었을 부모들에게 이번 행사는 밝은 웃음과 희망을 선물해줬습니다. 충남 홍성군 친환경마을의 맛있는 건강음식을 먹는 것도 좋았고 특히 각종 희귀난치병과 싸우고 있는 부모님들의 가슴 속에 묻어뒀던 이야기를 통해 서로 위로받고 격려하는 유익한 시간이 됐습니다. 대화를 하면서 6세가 되기 전 자연사 할 거라던 우리 아이, 5년 여 간의 재활을 통해 두 발로 걸었을 때의 기쁨, 고집스럽게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학교를 졸업한 것, 등 인내의 시간들이 떠오르며 새로이 힘을 얻게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 충남대학교병원 희귀난치성질환센터를 중심으로 부모님들의 다양한 경험과 투병정보 등을 공유하고, 서로에게 용기와 도움을 줄 수 있는 자리가 지속적으로 마련되길 소망해봅니다. 감사합니다.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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