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에 1

응급실은 24시간 365일, 언제나 생명을 위협받는 환자를 위해 문을 열어두고 있다. 하지만 한정된 의료자원과 끊임없는 수요 속에서 응급실은 효율적인 운영과 공정한 의료 서비스 제공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응급실 운영의 구조적 한계와 국내 응급의료체계의 핵심 원칙, 그리고 올바른 응급의료기관 이용법에 대해 살펴보자.
응급실 운영의 구조적 한계와 자원 소모
응급실은 24시간 365일 운영되기 때문에 막대한 자원과 비용이 필요합니다. 외래진료는 환자 수에 따라 인력과 시간을 조정할 수 있고, 대체로 평일에 이용 시간이 제한되어 있어,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습니다. 반면 응급실은 평일뿐만 아니라 외래가 문을 닫는 시간에도 운영됩니다. 한 주로 계산하면 128시간으로 일주일의 3/4에 해당하는 시간에도 이용 가능한 유일한 의료서비스 입니다. 환자 수를 예측하기 어려워 인력 배치의 탄력성도 떨어지지만, 언제든 대기할 의료진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로 인해 병원은 운영할수록 적자가 발생한다고 호소하고, 환자들은 더 높은 의료비를 지불하고도 만족스럽지 못한 서비스를 경험하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응급의료체계의 필요성과 3R 원칙
누구나 아프거나 다치면 가장 큰 병원에서 최고의 치료를 받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의료자원은 한정되어 있고, 응급환자의 치료 시간은 제한적입니다. 그래서 중증도에 따라 의료자원을 배분해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규칙이 필요해졌고, 이를 ‘응급의료체계’라고 합니다. 핵심은 환자의 불편보다는 생명이 위급한 환자를 우선 치료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전 세계적으로 ‘3R 원칙(Right Patient, Right Time, Right Place)’을 지향합니다. 즉, 환자가 중증도에 따라 골든타임 내에 적절한 병원에서 신속히 치료받도록 하는 것이 응급의료체계의 목적입니다.
국내 응급의료기관은 3단계로 구분됩니다. △지역응급의료기관은 중소병원급으로 단순 처치나 가벼운 수술을 담당합니다. △지역응급의료센터는 종합병원급으로 중등도의 환자를 치료합니다. △권역응급의료센터는 대학병원이나 대형병원으로, 중증·고난도 환자와 다른 병원에서 치료가 어려운 환자를 맡습니다. 법률에 따라 단계별 역할이 정해져 있으며, 기능이 구분되어 운영됩니다.
올바른 응급의료기관 이용과 시민의 역할
따라서 증상에 맞는 응급의료기관을 이용해야 빠르고 적절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경증 환자가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찾으면 응급실이 혼잡해져 중증환자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또한 치료 우선순위에서 밀려 장시간 대기하거나 다른 병원으로 이동해야 하고, 이에 따른 불만도 커집니다. 구급차 이용 시에도 무조건 큰 병원만 고집하기보다 119 구급대원의 안내를 따르는 것이 나와 다른 환자의 생명을 지키는 길입니다.
경미한 질환이나 부상은 권역응급의료센터 대신 지역응급의료기관이나 지역응급의료센터를 이용해야 합니다. 그래야 중증환자가 골든타임 내에 치료받을 수 있고, 나 역시 언젠가 중증 응급환자가 되었을 때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응급실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지만,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시민 모두의 현명한 선택과 협조가 필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