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

i 행복지기

글+사진|편집실, 진행|교육수련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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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사람을 돕는 존재로
발상의 전환을 꿈꾸다
‘기생충과 인간’

어느덧 다섯 번째를 맞이한 충남대학교병원 명품직장프로젝트. 지난 9월 7일에는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서민 교수가 ‘기생충과 인간’이라는 주제로 강단에 섰다. 기생충 박사로 불리는 서민 교수는 이날 '착한 존재', 나아가 '사람에게 필요한 존재'로서 기생충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혐오스럽게만 여겼던 기생충에 어떤 매력이 있으며 어떻게 사람들과 공생할 수 있는지, 그 강연 현장 속으로 들어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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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국대학교 의과대학 기생충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학사시절부터 꾸준히 기생충학의 길을 걸어온 그는 현재 기생충 박사로 널리 알려져 있다. 대표 저서로는 「서민의 기생충 열전」,「서민적 글쓰기」 등이 있으며 참여한 책까지 포함해 총 16권을 출간했다. 서민 교수는 경향신문, 여성신문 등에서 칼럼니스트로도 활약, 재치있는 글 솜씨와 정치 풍자가 어우러진 정치칼럼으로 주목받고 있다.

1999.05 ~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기생충학과 교수
1994 ~ 1998 서울대학교 대학원 기생충학 박사
1985 ~ 1992 서울대학교 의학사

“99.8% 무해한 기생충”

작은 눈, 까무잡잡한 피부. 한눈에 봐도 못생긴 어린아이의 사진이 화면에 등장했다. “제 어릴 적 모습입니다.” 시작부터 청중들을 ‘빵’ 터뜨린 서민 교수는 “스스로가 못생겼다고 인식하면서부터 자신감이 떨어진 삶을 살았다”며 말문을 열었다. 곧이어 착한 사람이 된 것, 유머감각을 갖춘 것, 심지어 기생충학을 전공하게 된 것 까지도 모두 못생긴 외모 덕이라고 유쾌하게 풀어냈다. 특히 전공 선택에 있어서는 “외모만으로 사람들로부터 미움 받는 게 꼭 내 모습을 보는 거 같아 친근했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외모와 전공을 연결 지은 서민 교수, 본격적으로 전공분야인 기생충 강의를 시작했다.
우리는 흔히 기생충을 다른 생물에 ‘기생’하며 피해를 주는 생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서민 교수가 말하는 기생충은 “다른 동물 몸속에서 ‘적응’하며 사는 생물”로 함께 살아간다는 의미가 더 강하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기생충이 과연 해로운 생물인가’라고 의문을 던진 서민 교수는 “기생충은 확실한 번식의 이익을 위하지 않고서야 사람을 위협하지 않으며, 증상이 있다 해도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정도”라고 주장했다. 곧이어 요충, 선모충 등 착한 기생충들을 사례로 들었다. 요충은 항문을 가렵게 한 뒤 옮겨 다니며 번식하는 기생충이다. 서민 교수는 요충과 악성 바이러스를 비교해 “요충의 가려운 증상은 번식의 이익을 얻기 위한 것일 뿐”이라며 기생충이 착한 이유를 설명했다. 또 선모충에 대해서는 “면역세포와 타협한 선모충은 콜라겐으로 지어진 집 속에서 지내며 아주 적은 영양분을 가져갈 뿐”며 숙주와 타협해 살아가는 생활방식으로 풀이했다.
하지만 분명 조심해야하는 기생충도 있다. 서민 교수는 “우리가 걱정해야 하는 거의 유일한 기생충”으로 개회충을 꼽았다. 개회충에 걸린 개의 회충은 변으로 나와 다른 동물의 간에 들어가고, 그걸 사람이 먹으면 몸속을 필사적으로 돌아다닌다. 그러다 눈으로 가면 망막박리, 뇌에 가면 심각하게는 뇌막염까지도 일으킬 수 있다.

기생충, ‘기생’인가 ‘공생’인가

서민 교수의 열띤 강의가 계속될수록 강연 현장에서는 ‘기생충은 나쁘지 않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하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은 궁금증, 서민 교수는 기생충의 어떤 면이 사람에게 필요하다고 하는 것일까? 이를 두고 서민 교수는 현대인의 고질병인 알레르기, 자가면역질환과 연결 지었다.
이같은 질환은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과민해지면서 스스로를 공격하기 때문에 치료가 더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서민 교수는 “경제발전으로 환경이 깨끗해지면서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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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기생충은 급감했지만 오히려 알레르기나 자가면역질환 발병률이 증가했다”며 “싸울 상대(기생충)를 잃은 면역체계가 사소한 것에 과민반응하거나 스스로를 공격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곧이어 모두를 경악케 한 해결책, “기생충을 직접 몸에 넣는 방법”을 제시했다. 실제 사례로 염증성 장 질환인 크론씨병 환자에게 돼지편충 알을 먹이는 요법을 시행중이라며 소개하기도 했다.
현재 기생충, 혹은 기생충의 추출물을 통한 질병 치료를 연구 중이라는 서민 교수. “기생충의 도움이 필요한 시대인 만큼, 미워하지 말고 잘 돌봐주자”고 강조하며 이날 강연을 마무리했다.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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