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

충남대 의학전문대학원

|충남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미생물학교실 최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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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테리아
대화하는 방법사진
항생제 내성 극복을 위한 새로운 Paradi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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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테리아는 수십억 년 동안 살아남은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하나의 DNA를 가진 단세포 유기체이다. 박테리아가 살아가는 방법은 주위환경에서 영양분을 흡수하고 하나였던 세포는 두 개가 되고, 자라고 분열을 반복하는 생활을 한다. 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약 10조개의 세포들은 약 100조개의 박테리아로 이루어진 또 다른 옷을 입고 살아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어쩌면 우리는 10%짜리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입고 있는 박테리아는 우리를 도와 우리가 정상적인 생존을 유지하는데 있어 너무나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이런 일들에 주목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오히려 끔찍한 병을 일으키거나 우리의 삶에 심각한 해(害)를 끼치는 일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더 주목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연구를 계속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정말로 박테리아는 외톨이처럼 지루한 삶을 살고 있을까?

정말로 박테리아는 외톨이처럼 지루한 삶을 살고 있을까? 정답은 “그렇지 않다“ 이다. 대부분의 박테리아들은 ”나“와 ”너“를 이야기할 수 있는 말 많은 수다쟁이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박테리아는 다국어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같은 종(種)간에 사용하는 언어가 있으며 서로 다른 박테리아들이 모두 사용하는 다른 종간의 대화를 위한 언어가 있다. 모든 종류의 박테리아가 공생(共生)하면서 종간의 Esperanto (공용어)를 통해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렇듯 박테리아는 우리 인간들처럼 그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화학적 언어를 만들고 이를 이용하여 독소생성을 포함한 특정 단백질 발현 증가, 생물막 형성 등과 같은 집단행동을 한다. 이러한 집단행동은 모든 세포가 화학적인 정족수 인식 (quorum sensing)이라는 화학적 투표과정(신호물질의 농도 인식)을 통해서 이루어지며 모든 박테리아가 그 결과에 승복하게 된다. 우리 인체에 침입한 박테리아들은 열쇠와 자물쇠 같은 시스템을 통해 일정한 정족수가 채워짐과 동시에 인체에 공격이 시작되고 결과적으로 세균의 감염증세가 나타나게 된다. 박테리아는 정족수를 인식하는 방법으로 발병 시기를 조절하게 된다.
만약 박테리아가 말하고 듣지 못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전통적인 항생제치료에 의해 다양한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박테리아의 출현이 현(現)인류를 위협하고 있다는 기사를 자주 접하게 된다. 새로운 항생제가 개발되지 않는다면 2050년경에는 항생제 내성이 암보다 더 치명적인 위험을 초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이미 우리는 항생제 불용(不用) 시대(post-antibiotic era)에 들어서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로운 항생제 개발이 절실한 시점에서 내성이라는 심각한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으로 박테리아의 의사소통에 사용되는 화학물질을 미리 차단하거나 화학물질을 인지할 수 있는 시스템의 작동을 방해함으로써 박테리아의 행동방식의 변화유도를 통해 인체에 병을 일으킬 수 없도록 하는 전략이 제시될 수 있다.
현재 연구실에서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박테리아를 이용하여 동종 간 의사소통체계를 연구하고 있으며 이러한 체계를 방해할 수 있는 물질을 선별하고 있다. 최근 연구에서 화학적 언어를 만들어낼 수 없도록 유전자를 돌연변이 시킨 박테리아와 화학적 언어를 인식하지 못하도록 유전자를 돌연변이 시킨 박테리아에서 그 병원성이 의미 있는 수준에서 소실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박테리아간의 소통은 그들만의 세계에서는 또 다른 생존경쟁을 위한 방법 중 하나일 것이다. 박테리아도 사람과 공존하는 존재로 인정하고 그들의 의사소통 방식을 연구하여 우리에게 해가 되는 박테리아는 멀리할 수 있게 되고, 더 나아가 사람에 이로운 박테리아의 유익한 활동을 증진시키고 박테리아가 혼자 힘으로 하는 것보다 조금 더 편하게 일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음으로써 결과적으로 우리가 더 건강한 삶을 사는데 분명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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