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에 4
유병인구가 2만 명 이하이거나 진단이 어려워 유병인구를 알 수 없는 질환을 희귀질환이라 한다. 2023년 기준 국내의 희귀질환은 총 248개에 달하며, 그중 폐 조직이 단단하게 굳어가는 특발성 폐섬유증은 2021년 기준 국내 환자 수가 1만 8,0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발성 폐섬유증이란?
‘폐가 굳었다’라고 말하며 찾아오는 환자가 많습니다. 의사가 간질성폐질환을 환자에게 쉽게 설명할 방법이 없어서 대개 ‘폐가 굳는 병’으로 설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간질’은 폐의 미세 해부학적 구조를 가리키며,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가스 교환이 이루어지는 폐포벽을 지칭합니다. 다시 말해, 간질성 폐질환은 간질, 즉 폐포벽에 이상이 발생하여 생기는 질환을 통칭하는 것으로, 약 200여 가지 질환이 간질성 폐질환에 속합니다.
특발성 폐섬유증은 간질성 폐질환 중에서 가장 흔한 단일 질환이며, 섬유화가 주된 병변으로 가장 빠르게 진행되어 환자에게 숨이 차는 고통을 줍니다.
‘특발성’이라는 용어는 원인 없이 발생한다는 의미로, 불행하게도 정확한 원인이나 발병 기전을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간질이 섬유화되면서 산소 확산이 방해되어,
특히 움직일 때 숨이 차는 증상이 보이며 대개 마른 기침이 동반합니다. 따라서 숨이 찬 증상이 점점 심해지고 마른 기침이 지속된다면 한번쯤 특발성 폐섬유증을 의심해 보아야 합니다.
특발성 폐섬유증의 진단
특발성 폐섬유증은 병력과 검사를 통해 진단합니다. 병력에서 특별한 원인 없이 마른 기침과 진행하는 호흡곤란이 있다면 간질성 폐질환을 의심합니다. 폐 청진을 하면 양쪽 아래 가슴에서 찍찍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기본적인 검사는 가슴 엑스선 사진을 촬영하며, 사진에서 양쪽 폐에 그물망 음영 같은 간질성 폐질환 의심 소견이 발견되면 다음으로 가슴 컴퓨터 단층 촬영(CT)을 시행합니다. 병력에서 특별한 원인이 없는 간질성 폐질환이 확인되고, 폐기능검사에서 폐활량과 폐 확산 능력이 감소하며, 가슴 컴퓨터 단층 촬영 소견이 특발성 폐섬유증에 부합하면 진단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특발성 폐섬유증은 조직검사 없이 위 검사로 진단되지만, 컴퓨터 단층 촬영 소견이 애매하거나 다른 질환이 의심되면 기관지 내시경이나 폐 조직검사 같은 추가 검사를 시행할 수 있습니다. 증상이 없고 폐 기능이 정상인 경우, 추적 관찰하면서 나중에 전형적인 소견이 보일 때 진단하기도 합니다.
항섬유화제를 통한 치료
현재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에는 두 가지 항섬유화제가 사용되고 있다. 두 약물의 효과는 비슷하며, 퍼페니돈(Pirfenidone)은 보험 적용이 되고, 닌테다닙(Nintedanib)은 아직 보험 적용이 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치료는 대개 퍼페니돈을 먼저 처방하고, 부작용이 있거나 효과가 없을 경우 닌테다닙으로 변경합니다. 이 두 약제는 이미 섬유화된 폐를 회복시키지는 못하지만, 섬유화의 진행을 늦추는 데 도움을 줍니다.
비투약자의 폐활량이 1년에 약 0.4L 감소하지만, 퍼페니톤을 투약하면 0.3L 정도로 더디게 감소합니다. 이는 평균적으로 2년 정도 수명을 연장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러나 항섬유화제를 복용하고도 증상이 진행되어 숨이 차면, 보조적인 산소 흡입을 통해 증상을 완화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행이 계속된다면 폐 이식을 고려할 수 있으나,
장기 부족으로 인해 폐 이식은 제한적입니다. 폐 건강을 위해 금연은 필수적이며, 독감과 폐렴 예방접종을 통해 폐에 해로운 요인들을 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