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연명의료 시범사업팀
100일간의 이야기

“이렇게 많은 관심이 쏟아질 거라곤 생각 못했어요”

250통의 전화, 192명의 상담, 187명 작성…. 충남대학교병원 연명의료 시범사업 출범 3개월 만에 받은 상담과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자 수이다. 법 시행 전 이미 물꼬는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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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 권지현 사회사업팀장, 문재영 교수, 이주선 간호사, 장은경 사회복지사

연명의료 시범사업 병원
대전·충남·세종 ‘유일’

연명의료 시범사업팀은 지난해 10월 18일 보건복지부의 공모 선정을 통해 꾸려졌다. 대전·충남·세종권역 병원은 충남대학교병원이 유일하다. 이날부터 전국 13개 병원 및 단체에서 이뤄진 시범사업은 2018년 1월 15일까지 3개월 동안 연명의료와 관련된 안내와 상담,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연명의료계획서의 작성과 등록 등을 진행했다. 충남대학교병원 연명의료 시범사업팀은 문재영 교수(호흡기 내과, 중환자전담), 권지현 팀장(사회사업팀),이주선 간호사, 장은경 사회복지사 4명으로 구성됐다.
공모 준비부터 사업계획, 팀 구성 등을 이끈 문재영 교수는 이번 선정에 대해 “충남대학교병원이 지리적으로도 권역의 중심에 있고 국립대학교병원의 위상이 반영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병원 특성 상 중증‧고령환자가 많고 지역암센터와 호스피스완화의료병동이 있어 이번 시범사업에서 빠질 수 없었다”고 덧붙인다.

상담자 대부분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

예상은 적중했다. 권지현 사회사업팀장은 지난 3개월 동안 연명의료결정법에 대한 환자와 시민들의 높은 관심을 체감했다고 말한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문의가 쏟아졌습니다. 특별한 홍보 없이 전화번호만 알렸는데도 알아서들 찾아오시더라고요.” 전화문의는 약 250건, 실제 방문상담은 192명, 이중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사람은 187명이다. 법률1) 시행 전 시범사업기간임에도 불구하고 문의와 상담에만 그친 게 아니라 대부분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이하 사전의향서)2) 작성으로 이어졌다.
1)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2018년 2월 4일 시행 예정.
2)19세 이상의 사람이 자신의 연명의료중단등결정에 관한 사항을 직접 문서로 작성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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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은 내가 결정해 두고 싶다”

작성 이유와 유형, 연령대도 다양했다.
“아버지께서 연명의료를 받으며 요양병원에서 돌아가셨어요. 전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가족도 없는 내가 의사를 확인할 수 없을 때가올지 모르는데 미리 의사를 밝혀두고 싶어요.”
“자식들에게 고민과 부담을 지우고 싶지 않아요.”
‘아픈’ 사람이 사전의향서를 작성하기보다 오히려 ‘건강할 때’ 이런 결정을 미리 해두는 것이다. 장은경 사회복지사는 “사전의향서를 작성하신 분들 중 우리병원 환자들이 많지만 중증질환 없는 외래 통원 환자들이 70%정도 였다.”고 덧붙인다.
이렇게 작성된 사전의향서 혹은 연명의료계획서3)는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에서 관리하는 데이터베이스에 보관되고, 향후 작성자가 임종과정에 이르는 시점에 담당의사의 재확인 절차가 이뤄진다. 3)환자의 의사에 따라 담당의사가 작성
“이미 작성, 등록된 사전의향서‧연명의료계획서라 할지라도 언제든지 그 의사를 변경하거나 철회할 수 있어요. 법적인 강제가 아니라는 점 등 연명의료와 관련된 여러 오해를 풀어드리는 것도 저희가 하고 있는 일 중 하나입니다.”
시범사업팀 이주선 간호사는 연명의료계획서 작성 절차 상 어려운 부분을 돕고, 대상 확인과 의향 파악, 연명의료중단등결정에 대한 설명 등을 하고 있다.

다직종 전문가들
머리 맞대고

연명의료 시범사업팀은 본격 사업 이행 시에도 다직종 전문가들이 꼭 필요함을 강조한다. 문재영 교수는 “연명의료중단 결정 과정에는 의학적인 판단 이전에 환자에게 남은 시간의 가치, 연장의료에 대한 의사, 개인의 가치관 등이 반영돼야 한다”며 “의료진 외에 사회복지사, 종교인, 행정직원, 호스피스팀 등이 한 팀으로 꾸려져 다각도에서 환자의 결정을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권지현 팀장은 “치료의 중단이 아니라, 더욱 적극적으로 치료하기 위한 일이 되어야 한다”며 “의료진과 함께 환자의 편에 서서 가족 배경, 사회경제적 어려움을 살피고 종합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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