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의과학연구보고서

기생충을 이용한
질병 치료 연구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
감염생물학교실 이영하 교수

기생충을 다른 질환의 치료에 이용하는 방법은 이미 오래 전부터 시작되었다. 1920~1930년대에 난치성 뇌매독 환자에게 말라리아 원충을 접종하여 열 발작이 나게 함으로써 열에 약한 매독균을 죽게 하여 많은 난치성 뇌매독 환자의 생명을 구한 일이 있었고 이 방법을 개발한 정신과 의사는 노벨상까지 받게 되었다(항말라리아 약제는 당시에도 있었기 때문에 뇌매독이 치료된 다음 말라리아는 치료할 수 있었다).

연구배경
최근 기생충을 이용해 병을 치료하는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중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병은 단연 알레르기 질환이다. 실제로 기생충의 일부는 약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현재 임상시험을 거치고 있는 기생충도 있다. 이는 기생충 감염이 많은 저개발국이나 개발도상국에는 알레르기 질환의 빈도가 극히 낮은 반면, 기생충 감염자가 거의 사라진 선진국에서는 1980~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피부 아토피나 궤양성 대장염, 크론병, 기관지천식, 알레르기성 비염, 관절염 등 각종 알레르기 질환의 빈도가 매우 높게 나타나는 현상에서 착안됐다. 기생충 질환의 감소가 알레르기성 질환의 증가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음을 보이는 것으로 역학적 조사나 동물 실험으로 충분히 규명되었다.

연구내용
현재 질병치료에 사용되는 기생충으로는 돼지편충(Trichuris suis)과 아메리카구충(Necator americanus)이 있다. 돼지편충은 사람 편충과 비슷하나 기생 기간이 짧고 미미한 증상만 일으킨다. 미국 아이오와 의대에서 크론병(설사·혈변·복통을 반복하며, 대장암도 유발) 환자에게 돼지편충 치료제를 20주간 복용시킨 결과, 환자의 73%정도가 완치됐다고 한다. 유럽에서는 크론병뿐만 아니라, 궤양성 대장염 치료에서도 돼지편충 충란이 의약품으로서 승인을 획득한 상태이다.[그림 1] 돼지편충 알을 넣은 약을 환자에게 2주에 한 번씩 10회 투여한다. 돼지편충 알이 몸속에서 부화돼 장벽을 자극하면 면역계는 이를 외부의 적으로 인식해 공격하고, 자기 세포(장벽)를 공격하던 이상 반응이 사그라들면서 크론병이 낫게 되는 것이다. 돼지편충은 사람의 장에서는 저절로 죽은 후 배출되어 부작용이 없다. 또한 영국 노팅엄대에서는 아메리카구충[그림 2]을 기관지천식 환자에게 인위적으로 감염시켜 천식 증상을 완화시킨 임상 결과들을 발표했다. 천식이 호전되면 구충은 약제 투여로 쉽게 치료할 수 있다.

사진

기대효과
기생충은 사람의 몸속에서 오랜 진화 과정을 거치면서, 인체 면역계를 최적의 상태로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왔다. 온순한 여러 기생충들을 이용하여 알레르기질환 또는 면역질환 등을 치료하는 면역조절 요법이 임상에서 다각도로 이용될 날이 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이전에는 기생충을 박멸의 대상으로 여겼으나, 현재는 새로운 시각으로 기생충의 역할을 이해하고 있는 추세다.사진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