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의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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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우리도 하늘이 되고 싶다/ 짓누르는 먹구름 하늘이 아닌/ 서로를 받쳐 주는/ 우리 모두 서로가 서로에게 푸른 하늘이 되는/ 그런 세상이고 싶다” 박노해 시인의 레전드 시집 《노동의 새벽》의 첫 번째 시 「하늘」에 나오는 시구다. 1984년 출간된 이후 100만 부 가까이 발간된 이 시집은 “어쩔 수 없는 이 절망의 벽을/ 기어코 깨뜨려 솟구칠/ 거치른 땀방울, 피눈물 속에/ 새근새근 숨 쉬며 자라는” 노동자의 목소리가 되어, 당시 한국사회를 감동과 충격으로 뒤흔들었다. 그 후 시인은 지난 20여 년간 ‘지구시대 유랑자’로 사랑의 순례길을 걸으며, 우리가 잃어버린 좋은 삶의 원형을 흑백카메라에 담아왔다. 박노해 사진전 - <단순하게 단단하게 단아하게>展에는 결핍과 고난 속에서도 단순한 살림으로 풍요롭고, 단단한 내면으로 희망차고, 단아한 기품으로 눈부시게 살아가는 지구마을 사람들의 일상이 37점의 흑백사진과 이야기로 펼쳐진다. 시인이 사랑한 푸른 하늘과 노동의 새벽이 삶의 기쁨과 희망의 빛으로 변주되는 지구고원 순례길을 걸어보자.

전 시 명|박노해 사진전 - <단순하게 단단하게 단아하게>展

전시장소|서울 종로구 통의동 ‘라 카페 갤러리 Ra Cafe Gallery’

전시기간|2020. 1. 15. ~ 6. 28.

사진제공|라 카페 갤러리 Ra Cafe Gallery

※ 이번 사진전에 전시된 모든 작품은 최근 출간된 박노해 시인의 새 책 《단순하게 단단하게 단아하게(박노해 사진에세이2)》 에서도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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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삶의 깃발(Omdurman, Sudan, 2008.)

지상의 어디서나 소리 없이 나부끼는 빨래는
내겐 어떤 국기보다 빛나는 평화의 깃발이다.
정직한 노동의 땀방울을 씻어내고
사나운 폭격의 핏방울을 씻어내고
고단한 마음의 얼룩까지 씻어내고
비록 낡은 옷 지친 몸이지만 깨끗이 소생시켜
새 희망의 걸음으로 앞을 향해 나아가라 한다.
강인한 의지와 사랑의 투혼으로 빛나는 빨래들.
지상의 가장 아름다운 깃발로 펄럭이는 빨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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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높은 학교(Cochamuco, Cusco, Peru, 2010.)

지구의 등뼈인 안데스 고원 5천 미터 높이에
잉카의 후예인 께로족이 5백 년째 살고 있다.
께로스 주민들은 대대로 아이들에게 물려줄
세계에서 가장 높고 작은 학교를 지었다.
엄마가 알파카 털로 짜준 전통 옷을 차려입고
새벽부터 두세 시간을 걸어 학교에 온 아이들이
친구를 보자마자 빨갛게 언 볼로 신나게 뛰논다.
고원이 단련해준 강인한 심장으로
고독이 선물해준 천진한 웃음으로
결핍이 꽃피워준 단단한 우정으로
세계에서 제일 높고 작은 학교에서
세상에서 제일 크고 환한 웃음소리가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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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세상 사이의 경계에서(Nyaung Shwe, Burma, 2011.)

버마의 아이들은 일생에 한 번 단기 출가를 한다.
부모의 품을 떠나 머리를 깎고 나면
가진 건 가사 한 벌과 밥그릇 하나.
아침마다 길바닥에 무릎을 꿇고 밥을 공양하는
민초들을 맨발로 만나는 ‘속俗의 시간’을 걷고 나면,
사원에서 홀로 수행하는 ‘승僧의 시간’이 시작된다.
승과 속, 두 세상 사이 경계의 문에 서서
경전을 독송하는 동자승의 목소리가 낭랑하다.
‘자등명自燈明 법등명法燈明’
내 안의 빛을 밝혀 진리의 등불을 비추는 시간.
이 순간의 신비와 내면의 느낌을 간직한 아이들은
두 세상 사이 ‘순례자의 걸음’으로 살아가리라.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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