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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과 건강_가을

햇빛 노출에 영향을 받는 계절성 우울증
정신건강의학과 최광연 교수

가을이 되면 왠지 우울하고, 외롭고, 평소와 다른 감정에 빠져들게 된다. 여름이 지나고 초가을부터 겨울까지 매년 반복적으로 우울감을 느끼며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 정도면 계절성 우울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계절성 우울증이 왜 발생하는지, 어떤 활동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정신건강의학과적인 치료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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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라토닌과 수면, 햇빛의 생체시계 조율 기능

햇빛은 멜라토닌이라는 숙면을 돕는 호르몬 합성에도 영향을 준다. 멜라토닌은 세로토닌으로부터 만들어지는데, 비타민 D가 부족하면 멜라토닌의 양이 줄어들게 된다. 밤에 잠들 시간이 되면 송과체에서 멜라토닌이 분비되도록 한다. 만일 불을 켜고 자게 되면 우리의 뇌는 밤이 아니라고 인식해서 멜라토닌이 분해된다. 방 안의 불을 끄고 TV를 켜놓고 잠드는 행동, 핸드폰 화면조차 한밤중의 멜라토닌의 수치가 떨어져 숙면을 막는다. 멜라토닌 분비의 감소는 심혈관질환의 위험을 증가시키며, 뇌를 회복하는 깊은 수면은 방해받아 자고 일어나도 피곤함을 느낄 수 있다. 햇빛은 우리의 생체시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의 생체리듬의 주기는 평균 24.5시간이다. 우리는 매일 30분씩 늦어지는 부정확한 생체시계를 가지고 매일 출근시간에 맞출 수 있는 것은 아침에 처음으로 보는 햇빛을 통해서 매일매일 생체시계를 30분씩 앞당기기 때문이다.

계절성 우울증의 원인

적도 주변의 나라에서는 계절성 우울증이 적지만, 위도가 높은 나라, 특히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에게 계절성 우울증의 유병률이 높게 나타난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길까? 지구의 자전축은 0도(지구의 태양 공전면으로부터 수직)에서 23.5도 기울어져 있다. 23.5도 기울어진 자전축의 영향으로 지구가 태양 주변을 공전할 때 위도에 따라 지표에 도달하는 태양 에너지의 양이 변한다. 여름에는 중위도 지역에 태양이 거의 수직으로 지표면에 도달하여 많은 양의 태양에너지가, 겨울에는 정오에도 태양이 낮게 뜨기 때문에 적은 양의 에너지가 지표에 도달한다. 계절성 우울증은 이처럼 계절에 따른 태양광의 변화와 관련이 있다.

기분에 영향을 미치는 햇빛의 양

햇빛에 들어있는 자외선은 피부에 닿아서 비타민 D를 생성시킨다. 비타민 D는 트립토판이라는 아미노산으로부터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을 합성하는데 중요한 효소이다. 세로토닌은 뇌에서 감정조절 역할을 하기에 행복 호르몬이라고 불린다. 우울증은 세로토닌의 양이 줄어들 때 생긴다. 햇빛에 노출되는 시간이 부족하면 비타민 D가 부족해지고 세로토닌의 결핍이 발생하여 계절성 우울증이 발병할 수 있다.

비타민 D 합성을 위한 적정 햇빛 노출시간

피부색과 태양광의 강도에 따라서 햇빛 노출에 필요한 시간이 달라진다. 한국인과 같은 피부색과 한국이 위치한 중위도 지역에서는 피부의 20~25%가 노출되는 조건에서 여름에는 오전 10시~오후 2시 사이에 20~30분 정도면 충분하고, 겨울에는 1시간 30분 정도를 쬐어야 적정량의 비타민 D를 얻을 수 있다. 겨울철엔 햇빛 노출만으로 비타민 D를 충분히 얻을 수 없기 때문에 생선, 달걀, 유제품을 잘 챙겨 먹는 것이 좋다. 겨울철 또는 초봄에 비타민 D 제제를 한시적으로 복용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항우울제 치료와 광치료

계절성 우울증 치료 방법은 일반적인 우울증과 마찬가지로 항우울제 치료를 하게 된다. 항우울제는 시냅스 내에서 세로토닌의 양을 늘리는 기전을 통해서 우울증을 치료한다. 이밖에 효과적인 다른 치료는 광치료(Light therapy)가 있다. 태양광의 조도는 한여름에 100,000룩스에 달하는데 광치료는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10,000룩스의 광치료기를 몸에서 30cm 거리에 두고 30분 정도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계절성 우울증 대응하는 우리의 자세

실내에만 머물지 말고, 점심때라도 잠깐 산책을 한다. 저녁에는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음악을 듣고 가족 등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다. 아침마다 일찍 일어나서 15분 간 출근과 동시에 아침산책을 한다. 그래도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정신건강의학과에 내원하여 정확한 진단적 평가와 함께 항우울제 또는 광치료를 통해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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