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포커스
젊었을 때는 바닥에 머리만 닿으면 잤는데 지금은 잠을 너무 못 잔다며 내원하는 고령 환자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처음에는 잠을 못 자게 되는 특정 요인이 있었더라도 불면에 대한 과도한 걱정으로 만성화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노년기에 나타나는 수면패턴의 변화, 수면장애 그리고 수면과 관련된 몇 가지 오해에 대해 함께 살펴보자.
노년기의 수면
노년기에는 수면패턴의 변화가 일어난다. 나이가 들면서 잠을 유도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가 점점 줄어들어 50세가 되면 신생아 때 분비량의 50%가 된다. 또 깊은 잠은 줄어들고, 얕은 잠과 수면 중 깨는 빈도도 늘어나 수면의 질이 저하된다. 수면 주기의 위상이 앞당겨져서 일찍자고, 일찍 일어나는 패턴으로 변한다. 여기에 퇴직 이후에 규칙적으로 낮에 일을 하거나 신체활동을 하는 경우가 드물게 되면 잠을 자는 힘도 줄어들기 때문에 더욱더 수면-각성 사이클이 불규칙해지는 경우가 많다.
다음으로는 수면장애가 발생한다. 불면증이 처음에는 특정한 원인에 의해서 발생했다고 할지라도 불면증에 대한 부적응적 행동에 의해 만성화되는 경향이 있다. 불면증 환자들에게 흔하게 관찰되는 것은 ‘잠들기 어렵다는 과도한 걱정’과 ‘과도하게 자려는 노력’이다. 잠을 못 이룬다는 좌절을 반복적으로 겪으면서 침실 및 수면과 관련된 상황(잠옷, 양치 등)이 휴식이 아닌 각성(걱정, 불안)과 짝지어지게 된다. 즉 충분히 자지 못한다는 사실에 집중해 자려고 노력하면 노력할수록 더욱 잠이 달아나게 된다. 이를 정신생리성 불면증이라고 하는데, 본격적인 치료에 앞서 노년기의 정상적인 수면 패턴의 변화와 올바른 수면위생에 대한 교육이 중요하다. ‘나는 꼭 8시간 이상을 푹 자야 해’와 같이 목표치를 과도하게 높게 생각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가장 권고하는 습관은 매일 일정한 시각에 일어나서 햇볕을 쬐면서 가벼운 산책이라도 하는 것이다. 낮에는 전날 못 잔 잠을 보충하려고 시간 날 때마다 잠자리에 눕는 것을 피하고 오후 2시 이후에 카페인이 포함된 음료를 마시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이런 기본적인 습관의 교정만으로도 많은 호전을 보인다.
노년기의 이차적인 수면장애 또한 자주 발생하는 현상이다. 노년기에서의 불면증은 젊은 연령에서보다 신체적 질환 및 약물 등에 의한 이차적인 경우가 많다. 몇 가지 흔하게 보이는 질환 중 렘수면행동장애를 제외한 수면무호흡 및 하지불안증후군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수면장애의 종류
수면무호흡증은 수면 중 코골이, 호흡불안정, 10초 이상 지속되는 반복적인 호흡의 정지나 감소가 특징이다. 나이가 들수록 수면무호흡증은 증가하게 되는데 65세 이상에게서 유병률을 조사한 연구에 의하면 무호흡-저호흡지수가 10 이상인 사람들의 비율이 남성에서 70%, 여성에서는 56%에 달한다. 흔한 증상은 코골이다. 코를 곤다는 것 자체가 무호흡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상기도가 좁아져 있다는 의미이며, 코를 고는 동안 호흡저하로 이행될 가능성이 높다. 무호흡으로 인해 야간에 자꾸 깨게 되므로 낮 동안 과도한 졸림이 흔하게 발생한다. 대개 매일 밤 반복되고 치료하지 않을 경우 심뇌혈관도 지속해 부담이 가해져 고혈압, 부정맥 등의 합병증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한 경우 옆으로 누워서 자거나 체중을 감량하면 증상이 호전 되기도 한다. 증상이 심하면 양압기 착용을 권고한다. 최근 수면무호흡증에 대한 수면다원검사와 양압기 치료에 대해 의료보험적용이 가능함으로 코골이가 있으면서 주간졸음증이 동반된다면 꼭 수면다원검사가 가능한 병원에 방문해 진단 및 치료를 받기를 권유한다.
하지불안증후군은 가만히 있거나 자려고 누웠을 때 다리의 불편한 감각(저림, 벌레가 기어 다니는 느낌, 통증 등)을 호소하는 질환이다. 다리를 움직이거나 주무르면 일시적으로 완화되지만 움직이지 않으면 다시 불편감이 나타나기 때문에 잠이 드는 데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진단은 임상증상만으로도 가능하며 이차적인 원인(빈혈, 카페인, 약물)이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면 이를 교정한다. 이차적인 원인이 없다고 판단된다면 도파민제제, 벤조다이아제핀 계열의 약물치료로 증상을 조절하게 된다.
인간은 인생의 3분의 1이나 되는 긴 시간을 자면서 보낸다.
잠을 통해 충분히 피로감이 회복되지 않는다고 느낀다면, 불면증이 만성화되는 것을 줄이기 위해 또 불면증의 이차적인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서 수면전문의의 진료받기를 권유한다.
(출처: 대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