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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율 35%에 불과하던 간암이 이식 후 생존율이 90% 가까이 늘어날 정도로 말기 간 질환의 가장 좋은 치료방법은 간이식이다. 국내 간 이식술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이식만 받으면 무조건 간 질환이 완치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간이식은 받은 순간부터 치료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그 첫걸음은 철저한 관리를 통하여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다. 꾸준한 운동과 건강검진은 기본이고, 귀찮더라도 거부반응을 예방하기 위해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하며 간에 무리를 줄 수 있는 음식도 피해야 이식 후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다.
간이식 후 음주
간이식을 받는 주요 원인 질환 중 하나가 알코올성 간경화다. 다시 살 기회를 얻었으니 다시는 술을 입에 안 댈 것 같지만, 많은 수가 다시 술을 마신다. 자녀로 부터 간을 기증받고 다시 술을 마셔 응급실에 실려 오기도 하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따라서 금주 기간이 충분히(6개월 이상) 지난 환자에게만 간이식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당장 목숨이 경각에 달린 상황에서 다시 한번 기회를 주고 싶은 가족의 마음은 어쩔 수 없다. 알코올 중독은 간이식 이후 반드시 함께 치료받아야 한다. 본인 스스로 끊을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우리 병원은 정신건강의학과–장기이식센터–사회사업팀과 연계하여 이식 후 관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도움이 필요한 분들은 꼭 연락하여 도움을 받길 바란다.
간이식 후 면역억제제
면역억제제는 간이식 이후 평생 복용해야 한다. 간혹 스스로 중단해 보기도 하는데 그로 인해 거부반응이 발생하여 사망에 이르거나 재이식을 받기도 한다. 면역억제제의 복용 방법을 쉽게 하려면 하루 한 번 먹는 약제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이는 신장(콩팥) 기능이 잘 유지되는 환자만 가능하다. 하루 두 번 일정한 간격으로 잊지 않고 복용한다면 환자 대부분에서 간 기능이 잘 유지된다.
간이식 후 건강검진
간이식 후 정기적인 복부 CT 촬영 및 혈액검사를 받기 때문에 기본 국가 검진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다.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는 환자들은 암을 조기에 발견해야 치료가 쉽다. 따라서 장기이식을 받은 환자는 위/대장 내시경을 포함한 국가건강검진 암 검진을 더욱 적극적으로 받아야 한다. 또한 면역억제제의 복용은 고혈압 및 당뇨를 유발할 수 있다. 구내염 및 치과 질환, 갑작스러운 시력 저하를 동반하는 안과적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일반 환자군에 비해 높아서 이 점에 유의해야 한다.
간이식 후 예방접종
간이식 후 6개월이 지나면 안전하게 예방접종을 받을 수 있다. 특히 매년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은 환자 본인 뿐만 아니라 같이 지내는 가족들도 맞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백신에는 생백신과 사백신으로 나눌 수 있는데, 살아있는 균을 접종하는 생백신은 이식 환자들에게 위험하다. 따라서 이에 해당하는 홍역, 볼거리, 풍진, 수두, 흡입형 인플루엔자백신, 경구용 소아마비 백신, 경구용 장티푸스 백신, 황열백신, BCG, 그리고 일부 대상포진 백신은 맞으면 안된다. 대상포진 백신 중 최근 사백신이 출시되어 간이식 후 환자에게 접종할 수 있다. A형 간염, B형 간염, 일본뇌염, 인유두종바이 러스(HPV), 파상풍 백신은 사백신으로 이식 관련 없이 접종할 수 있다.
간 기증자들을 위하여
생체간이식에서 간을 기증하는 대부분은 20~30대의 젊은 자녀들이다. 취업을 앞두고 있거나 이제 막 사회 활동을 시작한 나이이다. 또한 결혼을 앞두고 있거나
결혼했다면 자녀가 매우 어리다. 따라서 아무리 부모님이 편찮으시더라도 수술을 통하여 간을 기증한다는 것은 큰 결심이며 사랑이다.
뇌사자 간이식도 마찬가지다. 떠나보내는 가족을 애도할 틈도 없이 수술방으로 들여보내는 마음은 헤아리기 어렵다.
장기이식을 받는다는 것은 기증자들에게는 빚진 것이다. 도의적으로 더욱 베풀며 살라는 기회를 받은 것이다.
그 첫걸음은 철저한 관리를 통하여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