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01

따뜻한 마음

충남대학교병원이 지원한 환자 사례를 따뜻한 동화로 만나봅니다.

성희는 나무가
무슨 소리를 내는 지 궁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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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는 한 번도 엄마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어쩌면 기억나지 않는 걸 수도 있어요. 태어날 때부터 성희 귀가 안 들렸던 건 아니거든요.

3살 때 뇌수막염이라는 병에 걸렸었다는데 그때부터 조금씩 소리가 안 들리기 시작한 거래요. 엄마가 불러도 자꾸만 대답이 없어서 병원에 갔더니, 의사선생님은 성희가 듣는 게 어려울 거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큰 병원으로 가보라고 했지요. 성희는 그날 엄마 등에 업혀 더 세게 목을 끌어안았습니다. 그러면 엄마가 조금이라도 덜 울 것 같았거든요.

며칠이 지나 오랜만에 엄마 손을 잡고 택시를 탔어요. 성희는 차창 밖으로 하염없이 멀어지는 나무들을 쳐다봤어요. 나무가 무슨 소리를 내는 지 궁금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참을 달려서 택시가 선 곳은 아주 큰 병원이었습니다. 병원 건물도 컸지만 그 안에는 사람도 많았어요. 성희한테는 온통 신기한 것 투성이였지요.

그런데도 엄마는 통 말이 없어서, 성희도 얌전히 엄마 손길에 끌려 의사선생님에게 갔습니다. 그날 청진기를 성희 배에 대고 진찰을 해준 의사선생님이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지만 딱 일주일이 지나서 다시 그곳으로 오게 됐습니다.

이번에는 하얀색 옷으로 갈아입고, 하얀색 병원침대에도 누워봤어요. 다들 걱정스러운 눈으로 성희를 쳐다보는 바람에 침대에서 뛰어보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었지요. 엄마는 아직 서툰 수화로 성희에게 “의사선생님이 귀를 고쳐줄거야”라고 말했습니다. 성희는 고개를 크고 씩씩하게 끄덕였습니다. 그리고 며칠 전 연습한 수화로 대답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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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지 않아요. 엄마”

성희는 그날 인공와우라는 작은 달팽이 모양의 장치를 왼쪽 귀에 넣는 수술을 받았어요. 며칠은 더 병원에 있으면서 여러 검사를 받았아야 한다고 엄마가 말해줬어요. 엄마 표정이 한결 밝아진걸보고 성희도 덩달아 날아갈 것 같았지요. 또 의사선생님과 간호사 선생님 말고, 다른 병원 사람들도 성희와 엄마를 찾아와 손을 꼭 잡아주고는 했지요. 성희는 누구인지 궁금했습니다.

엄마는 “성희가 세상의 아름다운 소리들을 들으면서 건강하게 자라라고 도와주신대”라고 말했습니다. 앞으로 성희가 ‘세상의 아름다운 소리’를 들을 수 있겠지요?

※ 이 글은 충남대학교병원 ‘사랑회’가 지원한 성희(가명, 9세)의 사연을 동화로 재구성한 것으로 사실과는 일부 다를 수 있습니다. 성희의 아버지는 심한 알코올 의존증으로 입원치료를 받고 있고, 어머니가 월 150만원 가량의 소득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어 치료비와 중학 교에 다니고 있는 두 오빠의 교육비를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상황이었습니다.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수술을 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사랑회에서는 성희의 수술치료비 80만원을 지원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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