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품격·고난도 암진료_위암의 수술적 치료 1

암치료는 긴 여정…
"위암과 친구처럼 동행할 수 있는 용기"
주고싶다.

위암 전문의_외과 설지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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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350~400례의 위암 수술 중 절반 정도가 설지영 교수의 손으로 이뤄진다. 흔들리지 않는 철칙과 변화를 흡수하는 유연한 힘. 그 둘이 자유롭게 공존하는 그를 진료실에서 만났다.

지난 20년 동안 위암 수술을 집도해오셨어요. 위암 복강경 수술이 막 시작될 때부터
충남대학교병원에 도입한 초창기 멤버이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병원에서 위암의 복강경 수술은 제가 처음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순조로웠던 것은 아닙니다. 처음 위암 복강경 수술이 도입됐을 때 거부감이 있었던 것처럼 암 수술에 복강경 수술을 왜하냔 소리를 들어가며 했던 때에요. 당시에는 장기결과가 없었기에 과연 암치료에 적절할까라는 우려를 가지고 있을 때이기도 했지요. 지금은 환자분들이 믿고 찾아와 주시고, 선후배 의사들도 많이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이제는 오히려 개복한다고 하면 복강경 수술을 못하느냐고 물어보시죠.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강경 수술을 꾸준히 시행해 오신 데는
어떤 확신 같은 게 있으셨나요.

시작은 조기위암이었어요. 진행암은 처음부터 적응대상이 아니었지요. 수술을 하기 위해 환자의 목숨을 담보로 할 수는 없는 거니까요. 복강경 수술의 어려운 점은 수술도구가 일직선으로 들어가고 사람 손목으로만 움직여야하는 거예요. 그래서 국소전이가 많이 되어 암 제거가 어려운 부위는 절제가 힘들다는 단점이 있어서 진행암에서는 사용하지 않았지만, 임파선 전이가 많지 않은 조기위암에서는 복강경 수술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봤죠. 현재는 조기위암에서 복강경과 개복수술의 차이가 전혀 없다는 장기 연구결과가 나와 있습니다.

최근에는 복강경 수술 비중이 훨씬 높지요.

지금은 거의 대부분 수술이 복강경·로봇수술로 이뤄지고 있어요. 조기위암 발견률이 60~70%를 넘어가고 있고 일부 진행암에서도 전이가 많지 않으면 복강경, 로봇수술을 하니까 전체 위암 수술의 70~80%를 차지합니다. 하지만 아직도 건강검진을 잘 안 받으시는 분들은 진행암으로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서 이때는 개복수술이 이뤄집니다.

복강경 수술이 가지고 있는 단점과 한계가 있다고 말씀해주셨어요.
그런데도 진행암에서도 수술효과를 보고 있다는 건 술기나 의료장비가 발달했다고 보면 되나요.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그걸 보완한 게 로봇수술입니다. 로봇 수술기 중 가장 최신 버전의 다빈치가 충남대학교병원에 도입된 이후로 꾸준히 수술이 늘고 있습니다. 로봇은 사람의 손목으로 움직일 수 있는 범위보다 더 많은 방향을 틀 수 있어 장기에 입체적으로 접근할 수 있죠. 복강경 수술과 마찬가지로 확대해서 보기 때문에 해부학적 구조도 더 잘 볼 수 있고, 복강경보다 더 좋은 점은 영상이 3차원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정밀한 수술에 더 좋습니다. 조기위암의 경우 복강경 수술과는 결과에 차이가 없습니다. 다만 임파선 절제 개수가 로봇이 훨씬 많아요. 이걸 응용하면 국소 진행암에서도 뱃속으로 다 퍼진 경우가 아니라면 오히려 개복수술이나 복강경 수술보다는 로봇수술로 안전하게 수술할 수 있겠죠. 지금 연구가 진행 중에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 같은 최신 수술 기법들이 계속해서 발달하겠지요.

로봇은 더 싸지고 소형화됩니다. 더 많은 의료기기 회사들이 이 분야에 진출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2~3년 지나면 2~3㎝의 구멍 한 개만 뚫고 수술도구가 전부 들어가서 수술을 하는 싱글포트 수술이 상용화될 것으로 봅니다.

어떤 수술 방법이든 의료진이 수술을 해야 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수술실에 들어갈 때, 진료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게 뭔지 궁금합니다.

모든 분들이 다 완치될 수 없는 게 암이에요. 또 몸만 수술하고 딱 끝나는 게 아니라 긴 여정을 이겨내야 합니다. 보조치료요법이 좋아지다 보니까 수술 후 암을 친구처럼 평생 가지고 가는 거지요. 그래서 몸의 치료도 중요하지만 정서적으로 지지해주고, 용기를 주고, 자신감을 갖게 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해요.

‘몸과 마음이 함께 치료되어야 한다’ 굉장히 중요한 말씀 해주신 것 같습니다.
긴 여정을 어떻게 잘 버티느냐가 관건이네요.

그래서 암을 치료할 때 너무 거리가 먼 병원으로 가면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가족들 가까운 곳에서, 지역 병원에서 치료받는 게 좋습니다. 이젠 전 세계 어디나 수술방법 같고 치료방법이 공통적이어서 충분히 믿고 맡기셔도 좋습니다. 특히 위암의 경우 우리나라의 치료성적이 가장 좋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암 중에서도 위암 발생률이 가장 높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치료율 완치율이 높아졌다고
해도 발생률 자체가 낮아지는 게 중요할 것 같은데요 원인을 간단히 짚어주신다면.

한국이 위암 발생률 전 세계 1위입니다. 우선 유전적 요인이 있는데 동양인이 더 많이 위암에 걸려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건 식습관이에요. 국물, 찌개 같은 습식을 통해 너무 짜게 먹게 되고, 같이 먹으면서 헬리코박터 감염률이 높아지지요. 또 우리나라가 술, 담배에 관대하잖아요. 모두 위암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위는 하나의 주머니처럼 생겼는데 암이 발생하는 부위가 다 다르다고요.

한국인들은 전정부라고 아래쪽에 많이 생겨요. 음식물이 오래 머무는 곳이기도 하고 그래서 염증이나 궤양도 이 부위에 많죠. 그런데 요즘은 위쪽 기저부에도 위암이 많이 생기는 추세입니다. 서구를 많이 따라가고 있어서 자꾸 위암 발생부위가 위쪽으로 올라가고 있어요. 위 쪽에 생기면 아주 초기가 아니면 위를 다 절제해야 합니다.

아래쪽에 생기면 위암 수술 때 조금만 절제해도 되는 건가요.

위암 수술 때 안전거리라는 게 있는데 발생부위를 중심으로 조기위암은 2~3 ㎝, 진행암은 5~6 ㎝ 정도를 떼어내줘야 해요. 아래쪽에 생긴 조기위암의 경우 안전거리를 조금만 잡아서 절제해도 되니까 위가 많이 남아있겠죠. 아래쪽에 생겨도 진행암의 경우 안전거리를 감안하면 75% 제거되어 25% 정도가 남습니다. 위 중간, 혹은 상부에 생기면 위를 전부 제거해야 안전합니다.

명의가 귀띔하는 특효 예방법이 있을까요.

짜게 먹지 않고, 신선하게 먹는 것만으로도 1차 예방이 됩니다. 정기검진으로 조기발견 하면 2차 예방입니다. 암 검진은 무조건 내시경으로 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위장관조영술로는 조기위암을 발견할 수 없습니다. 가족력이 있는 분은 1년에서 1년 6개월에 한 번씩, 가족력이 없으면 2년에 한 번씩은 꼭 받아야합니다.

내시경 시술만으로도 위암을 제거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암 진행 정도에 따른 치료방법의 차이도 말씀해주세요.

내시경 치료로는 위 밖에 있는 림프절을 제거할 수 없기 때문에 조기위암이라고 다 내시경으로 치료하는 것은 아닙니다. 1기 중에서도 아주 초기일 때, 암 크기가 2~3 ㎝ 이하이고 위암이 점막층에 국한되어 있어야 하고, 궤양이 없는 절대적응증일 때 내시경 시술을 권합니다. 또한 CT에서 림프절 전이가 없어야 합니다. 1기와 일부 진행암에서 임파선 전이 많지 않은 경우는 복강경·로봇수술을, 많이 진행되면 개복수술을 합니다. 4기암이 다 말기암은 아닙니다. 진행암은 약물치료, 항암치료 통해 생명연장이 가능한 상태이고, 말기암은 어떤 치료를 해도 생명연장이 불가능할 때를 뜻합니다. 수술 당시 4기였는데 10년 넘게 살고 있는 환자 분이 매년 병원에 찾아오세요. 4기라고 말기암이 아니니까 일찍 포기하지마시고 반드시 의료진과 상의해주세요. 사진

외과 설지영 교수
외과 설지영 교수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학사
충남대학교 대학원 의학석사
충남대학교 대학원 의학박사
미국 피츠버그 의과대학 연수
(현)충남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대한탈장학회 회장 역임
대한외과학회 이사 역임
한국경장정맥영양학회 감사
대한외과대사영양학회 감사
국제위암학회, 대한암학회,
대한내시경복강경학회,
미국내시경복강경학회

진료전문분야
위암, 소아외과, 탈장, 복강경외과

진료시간
(오전)화,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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