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의 의술1

부정맥질환의
진단과 치료를 이야기하다

심장은 분당 60~100회 사이를 뛴다. 그래서 하루 24시간 동안 평균적으로 10만 번 정도 심장근육을 수축해서 피를 온몸으로 보낸다. 급성 심근경색이나 협심증 말고 부정맥을 치료하는 입장에서 ‘건강한 심장’이란 규칙적으로 뛰는 심장을 말한다.
맥박이 불규칙하게 뛰거나 너무 느리게 뛰거나 빠르게 뛰는 것을 ‘부정맥’이라고 한다. 심장내과 김준형 교수에게 부정맥의 진단과 치료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사진

진료전문분야
부정맥, 인공심박동기, 제세동기, 실신

진료시간
(오전)수, 금  (오후)월

학력
동국대학교 의과대학원 석사, 박사

경력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임상강사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부정맥 분야 임상조교수
(現)충남대학교병원 심장내과 기금조교수

사진

우리 몸에서 24시간 내내 쉬지 않고 뛰는 심장은 강한 근육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건강한 심장’이란 어떤 상태의 심장을 의미하는지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심장은 분당 60~100회 사이를 뜁니다. 그래서 하루 24시간 동안 평균적으로 10만 번 정도 심장근육을 수축해서 피를 온몸으로 보냅니다. 급성 심근경색이나 협심증 말고 부정맥을 치료하는 입장에서 ‘건강한 심장’이란 규칙적으로 뛰는 심장을 말합니다.
왜 분당 60회에서 100회 사이를 정상 맥박으로 규정했냐는 것은 통계적으로 대부분의 정상인이 여기에 속하기 때문입니다. 맥박이 분당 50회라면 문제가 있는가라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고 설명합니다. 단지 기준보다 조금 느리게 뛴다고 해서 심장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맥박이 불규칙하게 뛰거나 너무 느리게 뛰거나 빠르게 뛰는 것을 ‘부정맥’이라고 합니다. 너무 느린 맥은 주관적이니까 기준을 잡는다면 분당 40회 이하는 심장에서 맥박을 만들어내는 능력에 문제가 생긴 겁니다. 아니면 심장의 윗부분인 ‘심방’과 아랫부분인 ‘심실’ 사이 전기신호를 전달하는 곳에 문제가 생겨서 신호 전달이 잘 안 되는 경우를 말합니다. 예를 들면 방에 들어가서 불을 켰는데, 전등이 깜빡거리거나 불이 안 들어오는 경우라고 생각하면 이해에 도움이 될 겁니다. 그리고 빈맥은 가만히 있는 데도 분당 100회 이상 맥박이 빠른 것을 말합니다. 긴장해서나 혹은 감기로 고열과 몸살에 시달려서 그런 경우 말고 편안한 상태에서 발생한 경우를 빈맥이라고 합니다.”

지난 2000년 4월 18일 롯데자이언츠 포수 임수혁 선수가 야구경기장에서 갑자기 호흡곤란을 일으키며 쓰러졌는데요. 그 원인이 부정맥이었다고 합니다. 185cm의 건장한 청년을 쓰러뜨린 부정맥이란 대체 무엇인가요? 또 우리 몸에 어떤 문제를 일으키길래 임수혁 선수에게 호흡곤란에 뇌사상태까지 온 건가요?

“심장 부정맥 중에 돌연사와 관련된 부정맥들이 있습니다. 신체 검사상 완전히 정상이고 심초음파 검사에서도 심기능이 정상인 경우에서 발생하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심장 부정맥 중에 심실빈맥이나 심실세동이라는 부정맥이 있는데, 발생하면 심장이 수축해서 피를 온몸으로 보내는 역할을 못합니다. 그러니 혈압이 유지되지 않아서 뇌로 피가 가지 않게 됩니다. 뇌는 5분만 산소공급이 안 되면 뇌 기능에 문제가 발생합니다.
임수혁 선수의 경우에도 돌연사와 관련된 악성 부정맥이 발생했을 것으로 판단되고 즉각적으로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면서 병원으로 갔거나 아니면 자동 제세동기가 지금처럼 지하철이나 야구장 등에 배치되어 있었다면 뇌 손상 없이 살렸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아직까지 돌연사와 관련된 부정맥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방법은 없습니다. 단지 제세동기라는 것을 쇄골하 정맥을 통해 심장 내에 삽입해서 악성 부정맥이 발생하면 제세동기가 정상 동율동(정상 심박동)으로 되돌리는 겁니다. 가끔 영화나 드라마에서 사람이 의식을 잃고 응급실로 실려가서 심전도상 악성 부정맥이 나타나면, 의사가 양손에 패달을 들고 가슴 중앙 부분과 왼쪽 옆구리 부분에 붙이고 전기충격을 가해서 정상으로 되돌리는 장면을 본 적이 있을 겁니다. 제세동기는 이걸 작게 만들어서 심장 내에 거치하고 왼쪽 쇄골하 피부 아래에 배터리를 심어 놓은 겁니다. 심장에서 심각한 부정맥이 발생하면 몇 초안에 판단하고 바로 작동해서 심장 돌연사를 예방하는 기계입니다.”

부정맥의 원인은 무엇인가요? 인구고령화에 따른 노화나 가장 흔한 만성질환인 고혈압과도 관계가 있나요? 주로 어떤 질환을 가지고 있는 환자가 부정맥이 발병할 위험성이 높을까요?

“흔히 발견되는 부정맥들은 고령화에 따른 노화나 고혈압, 당뇨, 지방간, 비만, 수면무호흡 등과 관련이 있습니다.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이 발생한 경우, 심각한 부정맥이 발견되기도 합니다.
드물지만, 유전적으로 타고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임수혁 선수 같은 경우에도 돌연사를 일으키는 부정맥을 타고난 경우입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돌연사 관련 부정맥들은 브루가다 증후군(Brugada syndrome), 긴 QT 간격 증후군(long QT syndrome), 부정맥 유발성 우심실 심근병증(arrhythmogenic RV cardiomyopathy) 등이 있습니다.”

부정맥질환의 검사와 진단은 어떻게 하는지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부정맥의 진단은 심전도로 합니다. 심전도상 부정맥이 확인되면 즉시 진단이 됩니다. 문제는 부정맥이 발생해서 일정한 시간 동안, 다시 말해서 20분 이상 발생하고 환자가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병원에 가야만 찍을 수 있다는 겁니다. 길어야 10분 이내 발생하면 병원으로 가는 도중에 사라지게 되고 어떤 부정맥인지 알 수 없게 됩니다.
그래서 이런 경우에 진단율을 높이기 위해서 다양한 검사들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홀터 검사(Holter monitoring)입니다. 홀터 검사는 부정맥이 의심되는 환자에게 기계를 착용하게 해서 최소 24시간 동안 심전도 결과를 저장하는 겁니다. 부정맥이 5분 이내 짧게 발생하는 경우에도 홀터 검사를 하면 진단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주일에 한두 번 잠깐 발생한다면 홀터 검사에서 부정맥이 발견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이벤트 기록기(event recorder)라는 검사 방법이 있습니다. 환자에게 이벤트 기록기(스마트폰 사이즈)를 일주일간 빌려줘서 증상이 있을 때 심장에 갖다 대면 당시 심전도를 저장할 수 있습니다.
다만 부정맥의 빈도가 한 달에 한 번, 일 년에 한두 번 발생한다면 이벤트 기록기에서도 부정맥이 발견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진단을 위해서는 삽입형 루프 기록기(implantable loop recorder)라는 것이 있습니다. 왼쪽 가슴 피부 밑에 아주 작은 장비(두께가 2㎜, 가로 5㎜, 세로 20㎜)를 심는 겁니다. 다만 보험조건이 까다로워서 누구에게나 시술할 수는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흉통이 협심증인지 애매할 때 하는 검사 중에 운동부하검사가 있습니다. 운동 중에 부정맥이 자주 나타나는 경우라면 운동부하검사를 부정맥 검사로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부정맥질환 환자의 합병증 발병 위험성은 어떻습니까?

“우리나라 고령 환자의 증가 추세가 무섭습니다. 고령과 고혈압, 당뇨, 비만, 지방간, 수면무호흡과 연관된 부정맥으로 심방세동이 있습니다. 흔히 40세 이후에 발생하는데, 맥박이 불규칙한 것을 특징으로 합니다. 증상이 없고 건강검진상 발견된 심전도 이상으로 개인 의원에서 의뢰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심방세동의 무서운 점은 뇌졸중(흔히들 중풍이라고 알려져 있죠)이 심방세동이 없는 사람들과 비교 시 4~5배 정도 높다는 겁니다. 신경과에서 뇌졸중 진단받으면서 심방세동을 동시에 진단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건강검진에서 부정맥이 있다고 하면 대학병원에 와서 부정맥이 구체적으로 어떤 부정맥인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10~20대에 흔한 심실상성빈맥(paroxysmal supraventricular tachycardia, PSVT)은 맥박이 순간적으로 빨라져서 숨차거나 어지럽지만 사라지면 별 이상이 없습니다. 완치가 가능하기 때문에 전극도자 절제술을 추천합니다. 심장 돌연사와 관련 있는 부정맥들은 돌연사나 혹은 뇌사상태로 갈 가능성이 커서 이유 없는 실신을 하는 경우, 반드시 악성 부정맥으로 인한 증상인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부정맥질환 환자들은 평소에 심장에 이상을 느껴도 대수롭지 않게 넘기거나 아예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환자도 있다는데요. 대한부정맥학회에 따르면 “치명적인 부정맥일수록 평소에 증상이 없다”고 합니다. 부정맥질환을 가지고 있는 환자가 반드시 의료진을 찾아야 할 때는 어떤 전조증상이 나타날 경우인가요?

“치명적인 부정맥일수록 평소에 증상이 없다는 말은 부정맥이 발생하지 않을 때 증상이 없다고 해석하는 것이 좋습니다. 치명적인 부정맥이 병원 내부나 근처가 아니라 거리에서 발생한다면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의식을 잃게 되고 길어지면 죽거나 뇌사 상태로 될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평소 건강검진에서 심전도에 이상 소견이 보인다면 어떤 문제인지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이유 없이 실신을 한 경우, 치명적인 부정맥과 관련이 있는지 확인이 필요합니다. 치명적인 부정맥으로 인한 실신의 특징은 심장이 거의 멈춘 상태이기 때문에 간질 발작처럼 양쪽 눈이 한쪽으로 돌아가고 숨을 못 쉬는 상태니 얼굴이 거무죽죽해지고 혀를 깨물거나 침을 흘리거나 소변이나 대변을 지리는 경우입니다.”

부정맥은 치료는 어떻게 하나요? 가장 좋은 치료법은 무엇인지, 또 최신 치료법이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수많은 부정맥이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조금씩 발견되는 부정맥으로 심방 조기 수축(atrial premature beat)과 심실 조기 수축(ventricular premature beat)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 홀터 검사를 해서 전체 맥박 중에 몇 퍼센트를 차지하는지 확인하는 것이 치료보다 먼저입니다. 최소 5~10% 이상 발생하지 않으면 치료하지 않고 경과 관찰합니다.
발작성 심실상성 빈맥 같은 경우는 전극도자 절제술을 추천합니다. 젊은 사람들에게 많아서 약물치료도 가능하지만, 고혈압이나 당뇨약처럼 매일 먹어야 합니다. 전극도자 절제술의 성공률은 95~97%입니다. 시술을 실패하거나 재발하는 경우가 3~5% 이내라는 겁니다.
심방세동은 현재 가장 흔히 장년층 이상에서 발견되는 심각한 부정맥입니다. 일단 발견되면 각각의 환자 상태에서 뇌졸중 위험도를 계산하고, 뇌졸중 예방치료와 함께 정상 동율동으로 유지하는 치료를 합니다. 약물치료를 처음 시작하고, 약물치료에도 재발하는 경우, 전극도자 절제술이 보험이 되기 때문에 약제 사용에도 심방세동 발작이 발견되는 경우, 전극도자 절제술을 추천합니다. 다만 비만이나 고혈압, 당뇨, 수면 무호흡이 있다면 각각의 환자들이 갖고 있는 위험인자에 대한 치료도 같이 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시술 후 심방세동이 사라져도 3~5년 뒤에 다시 발생할 수 있습니다.
돌연사와 관련된 부정맥은 제세동기 삽입술이 가장 좋은 치료입니다. 심실빈맥이나 심실세동이 너무 자주 발생하는 경우에는 제세동기가 있는 상태에서 심실빈맥에 대한 전극도자 절제술을 하거나 자율신경계 조절하는 시술이나 수술을 고려합니다.
심방과 심실을 잇는 전깃줄에 문제가 생긴 경우는 인공 심박동기 삽입술을 시행합니다. 중증 심부전으로 약물치료에도 호전되지 않는 경우, 돌연사 위험을 줄이기 위해 제세동기 삽입술을 합니다.”

부정맥으로 진단받은 환자는 평소에 어떻게 자기관리를 해야 할까요?

“평소에 커피를 많이 마신다면 하루 한 잔 이내로 줄이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술은 끊는 것을 권합니다. 규칙적인 운동으로 비만으로 가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장년층에게는 오래 걷는 것을 추천합니다. 또한 갑상선 기능 항진증이나 저하증에서 심방세동이 발생할 수 있어서 반드시 부정맥을 확인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너무 움직이지 않는 것이 만병의 근원이지만, 마라톤 같은 너무 강한 운동은 부정맥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특히, 심방세동과 관련되어 있으니 20㎞ 하프 마라톤이나 풀코스 마라톤은 삼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돌연사의 원인이라고 하는 부정맥은 무서운 질환이 아닌가 싶습니다. 부정맥도 예방하고 심장도 튼튼하게 유지하는 좋은 방법을 알려주세요.

“돌연사 관련 부정맥은 대부분 유전적으로 타고나는 경우가 많아 심전도 이상이 발견되면 심장 부정맥 전문의에게 확인 받아야 합니다.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으로 인한 심각한 부정맥의 예방을 위해 일주일에 적어도 세 번 이상 땀을 흘리는 운동을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60세 이상의 경우, 한 시간 이상 걷는 것이 좋겠습니다. 고혈압, 당뇨를 적극적으로 치료하고 비만이 있다면 적극적인 식이요법으로 체중을 감량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사진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