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3
세종충남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현진교수
화장실을 자주 가는
우리 아이
유뇨증
정상적인 발달을 하는 아동은 2~3세경부터 대소변을 가리는데 우선 주·야간에 대변을 가리고, 그다음에는 낮에 소변을 가리고 마지막에는 밤에도 소변을 가린다. 이 시기에 대소변을 못가리면 배설장애라고 하며, 그중에서도 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유뇨증’이 가장 흔하다.
아동기의 가장 흔한 배설장애, 유뇨증
유뇨증(Enuresis)은 그리스어로 소변을 배설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는 ‘Enorein’에서 유래한 말로 이전에 소변 가리기를 한 경험이 있는지 혹은 없는지에 따라 1차성 유뇨증과 2차성 유뇨증으로 나뉘게 된다. 1차성 유뇨증은 출생 후 현재까지 소변 가리기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계속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이며, 2차성 유뇨증은 적어도 1년 이상의 기간 동안 소변을 잘 가려오던 아동이 다시 소변을 가리지 못하게 된 경우를 말한다. 또한 유뇨증이 나타나는 시간에 따라서도 구분할 수 있는데 밤에 나타나는 야간형이 70~80%, 낮에 나타나는 주간형이 5~10%, 그리고 밤과 낮 동시에 나타나는 주야간 복합형이 10~15%를 차지한다. 일반적으로 유뇨증은 만 5세 아동의 3~7% 정도에서 발견되며 10세가 넘어가면 2~3% 정도, 20세 이후에는 남성은 1%, 여성은 거의 없다고 알려져 있는데, 남아가 여아에 비해 1.5~2배가량 많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또한 소변을 가리는 배뇨훈련이 끝났음에도 갑작스럽게 소변이 심하게 마렵다고 호소하는 절박뇨, 혹은 너무 자주 화장실을 가는 빈뇨를 보이는 경우도 있다. 일반적으로 요로감염 및 다른 질환이 없으며 야뇨를 보이는 경우도 있으나 수면 중에는 빈뇨가 없어지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를 주간 빈뇨 증후군이라고 따로 분류하기도 한다.
복합적 요인으로 인한 유뇨증
거의 대부분의 경우 증상이 수개월 안에 자연스럽게 호전을 보이며 일반적으로 다양한 사회심리적 스트레스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정상적인 소변 조절의 발달과정에는 신경근육계의 발달, 인지기능, 사회경제적 수준, 유전적 요인, 대소변 훈련의 방법과 태도가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과도한 배변 훈련이나 혹은 정반대로 방임상태의 성장이 발생의 요인이 되기도 하고, 그 외 정신 사회적 스트레스(사고, 애착 대상의 상실 등) 등도 원인으로 고려된다. 또한 야뇨증이 있는 아동의 75%가량에서 가족력이 확인되는 등 유전적 원인도 중요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또한 방광을 포함한 비뇨기계의 기질적 이상이나 당뇨, 요붕증, 변비, 혹은 체내의 호르몬과 전해질 이상, 또는 수면 시 각성 등의 수면장애 역시도 유뇨증과 유사한 증상을 보일 수 있는데, 유뇨증은 진단에서 일반적인 내과적 질환이 아니라는 전제조건이 존재한다. 따라서 소아기에 유뇨증을 진단할 때 갑상선 기능항진증, 중추신경계 호르몬, 외인성 약물, 비뇨기계 감염, 방광 기능 이상 등의 기질적 원인에 의한 유뇨 증상을 반드시 진단 시에 감별하여야 한다. 이러한 기질적 질환의 감별에 특히 중요한 것이 자세한 병력 조사와 비뇨기과적 기능 이상에 대한 정밀검사이다. 또한 아동의 하루 수분 섭취 패턴을 확인하는 것도 중요한데, 아침 혹은 이른 오후에는 물을 잘 먹지 않다가 갈증을 느껴 늦은 오후나 저녁에 물을 많이 마시는 패턴은 야간 다뇨를 유발할 수 있는 흔한 현상이다.
유뇨증의 치료
발달지연, 퇴행, 불안장애, 우울증, 충동조절장애와 같은 행동장애 아동에서 유뇨증이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러한 공존 질환이 유뇨증의 원인인지 혹은 결과인지는 불명확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러한 공존 정신병리가 아동의 일상생활에 큰 어려움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평가와 치료를 병행할 필요가 있다. 유뇨증은 특별한 신체적 문제가 없는 상태라면 교육과 안심시켜주는 것만으로도 자연적으로 좋아지는 경우도 많은데 이는 특히 나이가 어릴수록 그런 경우가 많다. 유뇨증이 나타날 경우 “실수할 수도 있단다”, “다음에는 또 그렇게 하지 않도록 노력해 보자”와 같은 말과 지지적인 태도, 야뇨증 증상이 없을 때 이를 칭찬하고 격려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아동에게 면담을 통하여 죄책감을 줄이고, 표를 만들어서 대소변을 가린 날을 표시하면서 의식적으로 조절하도록 격려한다. 또한 낮에 소변을 참는 훈련을 하거나 저녁에는 수분 섭취를 줄이고 짜지 않게 먹는 등의 식습관을 훈련하다. 소변을 가렸을 때 적절한 보상을 주는 스티커 등의 긍정적 강화물도 좋은 방법이다. 소변을 감지하는 벨 알람을 통해 배뇨를 억제하는 훈련도 있으나 이러한 벨 알람을 이용한 행동치료는 순응도가 낮고 기기의 고장이 잦거나 아동의 자존감에 영향을 주기도 하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약물을 통한 치료
약물치료는 아동이 유뇨증상으로 인해 학교나 일상생활에서 정상적인 기능을 하기 어렵거나 주간 유뇨증이 있는 경우, 혹은 기분이나 불안장애가 동반되어 있는 경우에 추천한다. 콩팥 수뇨관의 수분 재흡수를 촉진하는 데스모프레신 제제나 방광근에 작용하는 항콜린성 제제를 사용하기도 하며 항우울제로 알려져 있는 이미프라민 제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약물들은 높은 재발률과 각 약물의 부작용을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만일 기질적 문제에 대한 감별이 이루어진 상태에서 부모의 이혼, 동생의 출생 등 분명한 심리적 원인이 있는 2차성 야뇨증의 경우에는 놀이치료 등의 소아정신치료 기법이 도움을 줄 수 있다. 유뇨증은 단일한 원인과 발병기전으로 규명하기 어려운 복합적인 문제로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치유되기도 하지만 이차적인 정신과적 문제나 다른 기질적 질환, 발달문제들을 동반하고 있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적극적인 평가와 치료가 필요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한쪽 방향의 치료적 접근이 아닌 교육, 행동, 생리적 복합 모델을 통한 종합적인 치료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