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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기억

도전을 통해 지역을 넘어 세계의료를 선도
산부인과 이기환 교수

산부인과는 1975년 첫 전문의를 배출한 이래 지금까지 100여 명의 전문의를 양성하며 ‘지역 최초 복강경수술 성공’, ‘첫 시험관 아기 탄생’ 등의 업적을 이뤘다. 이후 새로운 의료기술을 도입해 다양한 질환에 대한 시술과 연구를 꾸준히 진행한 결과, 국내를 넘어 해외 의료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30여 년 동안 산부인과에서 근무해 온 이기환 교수는 이 과정에서 많은 도전을 진두지휘하며 병원의 성장을 이끌어온 주요 인물이다. 이기환 교수를 만나 산부인과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며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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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기환 교수(좌)는 은사였던 강길전 교수(가운데)의 권유로 복강경을 이용한 수술을 처음 시도했다.
2. 국내외 많은 석학이 복강경수술을 배우기 위해 산부인과를 방문하기도 했다.

과감한 도전이 만드는 변화

산부인과는 1993년 지역 최초로 복강경수술을 진행하며 부인과 질환의 치료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당시 우리나라는 수도권 병원 한두 곳을 제외하고 복강경수술이 보편화되어 있지 않았던 상황으로 이기환 교수가 지역 최초로 도입해 30여 년 동안 1만3000례의 수술을 진행해 왔다.

“1993년 전임강사로 병원에 처음 발령받았는데 당시 은사님이셨던 강길전 교수님께서 “앞으로는 복강경수술이 세계적인 추세로 발전할 것이니 지금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는 조언을 해 주셨습니다. 다행히 수술실에 새로 들여놓고 아무도 사용하지 않던 복강경 장비가 있었고 추가로 필요한 준비를 해 첫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이후 대부분의 수술을 개복 없이 진행하며 치료의 안전성과 편의성을 높일 수 있었습니다.”

자신감을 얻은 이기환 교수는 이후에도 다양한 질환에 복강경수술을 적용해 많은 성공 사례를 남겼다. 그 중 국내 최초로 복강경을 이용한 방광·질루 교정술과 질 신재생술을 성공해 많은 병원의 의료진이 이를 도입하기 위해 산부인과를 방문하기도 했다. 방광·질루 교정술은 방광에서 질로 소변이 새는 증상의 환자에게 시행하는 수술로 복강경 도입 이전까지만 해도 환자가 소변 줄을 낀 채 6개월 정도 치료를 받은 후에야 수술이 가능했다. 이마저도 개복수술로 진행해 완치율이 상당히 낮은 편이었던 것. 하지만 이기환 교수는 증상 발생 후 약 열흘 만에 복강경수술을 진행해 성공했고 이 사례가 학회에 알려지며 해당 질환에 대한 이 같은 치료가 정석으로 자리 잡았다. 질 신재생술은 선천적으로 질이 없는 질환인 MRK증후군 환자에게 시행하는 수술로 피부를 이식해 질을 성형하기 때문에 타 진료과와 협진 절차를 거쳐야 했다. 이에 이기환 교수는 타과와 협진 없이 산부인과 단독으로 10여 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복강경을 활용한 질 신재생술을 진행해 모두 성공했고, 이 방법 또한 국내 의학계에 일반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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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2000년 10월, 첫 시험관 아기가 탄생했다.

해외 석학이 연수받으러 오는 병원

산부인과의 업적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의료계까지 널리 퍼져 많은 석학이 병원을 방문해 의료 기술을 배워가기도 했다. 2003년에는 인도 뭄바이의 한 대학병원 산부인과 교수가 복강경수술을 연수받기 위해 내원했는데, 당시 그는 영국 등 세계 어느 곳으로 연수를 갈 수 있는 선택권이 있었음에도 한국행을 택했다고 한다. 특히 그는 연수 생활 중 충남대학교병원 의료진의 열정에 감복했는데, “의사 한 명이 하루 동안 10명의 환자를 수술할 만큼 대단한 에너지를 가졌다. 이런 노력이야 말로 대한민국 발전의 근원이다”라고 칭찬하기도 했다. 이기환 교수는 외국인 교수 연수 사례를 뿌듯하게 소개하며 산부인과가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를 ‘원리원칙에 기반을 둔 도전 정신과 끈기’에서 찾았다.

“도전을 하기 위해서는 원리원칙을 제대로 익히는 것이 중요해요. 결국 새로운 것을 시도할 수 있는 힘도 정확한 지식에서 나오는 것이니까요. 기반을 제대로 갖춘 후 적극적으로 도전하다 보면 분명 훌륭한 성과가 나옵니다. 그렇다고 한 번에 좋은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에요. 항상 신중함과 끈기를 가지고 도전해야 합니다.”

특히 2000년 병원의 ‘첫 시험관 아기 탄생’은 이기환 교수를 비롯한 의료진들의 끈기 있는 도전 정신이 빛을 본 업적으로 지역의 많은 난임부부에게 희망의 씨앗이 되었다. 사실 시험관 시술에 대한 도전은 1980년대부터 쭉 도전해 왔던 산부인과의 과업이었지만 성공이 좀처럼 쉽지 않았던 상황이었다. 이기환 교수팀은 이에 굴하지 않고 1999년 10월부터 본격적으로 보조생식시술을 시작해 드디어 2000년 10월에 첫 시험관 아기가 탄생했다. 시험관 시술로 각각 3.0㎏, 2.7㎏의 쌍둥이가 인큐베이터에 의존하지 않고 건강하게 태어났으며 이를 통해 지역에서도 시험관 아기 탄생이 가능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기도 했다.

자율적인 연구정신과 환자에 대한 진심이 만든 성과

이기환 교수가 몸담고 있던 30여 년 동안 산부인과를 비롯해 각 진료과가 성과를 차곡차곡 쌓아온 결과, 충남대학교병원은 지역거점 병원으로 상당히 발전해 왔다. 많은 의료진이 자율적으로 연구에 참여해 세계 유수의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고 있으며 공공기관의 각종 평가에서도 최고 수준을 인정받고 있다. 그는 발전의 원천으로 선·후배 의료진의 조화와 이를 바탕으로 한 환자 중심의 의료 서비스를 꼽았다.

“선·후배 의료진 모두 누가 시켜서 업무를 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에 대한 성심과 연구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마음가짐이 병원의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고 생각합니다. 환자에 대한 최고의 친절은 부단한 노력을 통해 환자의 특성에 맞춰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하는 것입니다.”

미래의료를 향한 준비와 도전

이기환 교수는 병원의 과거와 현재를 일목요연 하게 분석하며 이를 바탕으로 4차 산업혁명과 ESG 경영 트렌드 등 미래에 대한 대응 전략을 내놓기도 했다. 최근 충남대학교병원은 연구개발 사업화를 통해 성장 동력을 확보할 것을 선언하며 빅데이터시스템 정비와 AI 기기 도입, 바이오기업과의 협약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기환 교수도 이런 흐름에 따라 2019년 겸직 발령을 받고 ‘무보수교원창업’을 하였다. 그가 참여한 분야는 의료기기제조 전문 분야로 로봇·복강경수술용 의료기기제품을 생산하여 판매하고 있으며, 약 40개의 R&D를 포함한 정부·지자체 과제를 수행해 왔다. 이기환 교수는 지난 3년간 R&D 현장에서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의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과거 많은 대학이 논문을 가장 중요한 업적이라 여겨 왔지만 이제는 연구 논문이 임상에까지 적용돼 사업화되는 것이 업적이 되는 시대입니다. 충남대학교병원도 연구중심병원으로 성장하며 논문뿐만 아니라 특허출원, 사업화 등에도 많은 진전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같은 변화 속에 많은 의료진이 AI, 빅 데이터 등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실질적인 성과를 이루는 데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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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이기환 교수는 30여 년 동안 복강경 수술을 1만3000례 이상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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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산부인과는 꾸준한 연구를 통해 지역 난임부부에게 큰 희망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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