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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우리를 귀찮게 하는 초파리. 자세히 알고 보면 초파리는 인간의 질병, 특히 암 발병 원인을 알아내는 데 매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초파리를 이용한 암원인 규명 연구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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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사람과 초파리의 겉모습은 매우 다르지만, 몸속 기관의 모양과 유전자는 공통점이 아주 많다.

세포와 장기 모양, 유전자 구성이 인간과 비슷한 초파리

초파리는 부엌을 포함해서 쓰레기통 주변에서 자주 발견된다. 여름이 되면 더욱 기승을 부려 사람들을 성가시게 하지만 초파리는 현대과학의 많은 수수께끼를 풀어준 매우 귀한 존재이다. 특히, 현대생물학에서 사람 질병을 연구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곤충이다. 초파리는 사람과 겉모습이 매우 다르지만, 세포와 장기의 모양, 혹은 유전자의 구성이 매우 비슷하다(그림 1). 사람질병 유전자의 약 75%, 사람 암유전자의 90% 이상이 초파리에 존재한다.

암 원인 파악에 중요 단서를 제공하는 초파리

암은 우리 몸을 만드는 유전자가 원래 기능을 하지 않고, 비정상적으로 활동할 때 생긴다. 유전자 한 개 정도의 일탈은 암이 되지 않지만 보통 유전자 2개 이상이 비정상적으로 활동할 때 암이 생긴다. 따라서 암을 이해하려면 여러 유전자의 기능이상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 다행히 최근에는 첨단의학의 도움으로 환자의 암 조직에서 ‘암의 원인이 되는 후보 유전자’들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여러 후보 유전자 가운데 ‘암 발병의 원인 유전자’를 정확하게 찾는 일은 쉽지 않다. 이때 초파리가 매우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그림 2가 좋은 예이다. 이것은 초파리 눈에 두경부암 환자에서 찾은 ‘암 후보 유전자’를 넣어 암을 만든 것이다. 이 후보 유전자는 충남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에서 암 치료를 받은 환자에게서 발견되었지만 이것이 암 원인 유전자인지 판단할 수 없었다. 본 연구실은 초파리를 통해 해당 후보 유전자가 암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으며, 이 발견을 활용하여 암을 더 악화시킬 수 있는 조건(또 다른 유전자의 이상)도 찾아내었다.(그림 3) 현재 연구실에서는 좀 더 구체적인 암 형성과정을 밝히기 위해 이비인후과 장재원 교수 팀과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암의 원인 유전자를 정확히 알면, 암 치료에 필요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 또한 미래에 유사한 원인으로 병원을 찾는 암 환자에게 빠른 대처도 가능하다. 나아가 암 원인 유전자에 대한 지식은 해당 유전자의 기능을 조절하는 새로운 항암제 개발에 활용될 수 있다. 부엌에서 홀대를 받는 초파리는 알고 보면 사람의 암 연구에 필요한 소중한 벌레이다.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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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정상 초파리의 눈(1,4)은 여러 세포가 모여 만들어지며, 모양이 잘 정돈되어 있다. 하지만, 암유전자의 활동이 많아질수록, 눈이 망가지거나 커진다(2,3). 이에 더해, 암유전자의 활동이 많으면, 눈을 만드는 세포 수도 많아지고(빨강), 눈의 모양도 무질서해진다(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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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또 다른 유전자의 기능이상은 사람 암 후보 유전자의 활동을 더욱 증가시킬 수 있다. 암 후보 유전자(2)가변이 유전자 A와 같이 있으면, 눈 크기가 매우 커지고, 눈 표면이 몹시 구겨진다.(2) 변이 유전자 B는 2번 눈을 흑색종양으로 악화시킨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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