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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뇌전증의 날’ 기념

뇌전증의 진단과 치료

소아청소년과 정승연 교수

뇌전증(雷電症)은 이전에 간질로 불렸던 질환인데, 공식적으로 간질이라는 단어가 없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편견이 심한 질환 중의 하나이다. 매년 2월 둘째 주 월요일은 ‘세계 뇌전증의 날’로, 뇌전증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알리고 뇌전증 환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국제뇌전증협회(IBE)와 국제뇌전증퇴치연맹(ILAE)이 2015년부터 지정했다. 뇌전증은 전 인구의 0.5~1.0%에서 발생하여 생각보다 흔한 질환이며, 알렉산더대왕, 도스토옙스키, 노벨, 처칠 등 유명한 위인들도 뇌전증을 앓았던 것을 생각하면 뇌전증이 있다고 해도 얼마든지 지적이고 생산적인 삶을 살 수 있다.

뇌전증이란

의학적으로 경련은 대뇌 피질의 비정상적 전기 방출에 의해 발생하는 감각, 운동, 자율신경계의 기능 이상 현상으로써, 비유발 경련이 최소 24시간 간격으로 2회 이상 재발할 때 뇌전증이라고 한다. 이전에는 간질이라고도 불렸으나 2012년 법개정을 통해 현재의 진단명을 가지게 되었다. 경련의 시작 시기, 완화 시기, 양상, 인지발달, 뇌파소견 등을 종합하여 비슷한 양상을 가지는 경우 뇌전증 증후군으로 진단할 수 있는데 환자들의 약 50%에서 이러한 뇌전증 증후군으로 진단이 가능하다. 특정 증후군의 양상을 벗어나는 나머지 환자들은 미분류 뇌전증으로 분류하게 된다. 비교적 흔한 소아 뇌전증 증후군에는 주로 수면 시 얼굴 주위의 경련으로 시작하게 되는 중심측두부극파를 동반한 양성소아뇌전증, 수시로 2~10초간 깜빡 의식이 소실되는 소아결신발작증후군, 청소년기에 숟가락이나 칫솔을 떨어뜨리는 청소년기간대성근경련 뇌전증이 있다. 앞서 얘기한 뇌전증 증후군의 경우 대부분 약물 반응이 좋고, 정상 지능을 가져 약물치료를 잘 받는 경우 일상생활에 문제가 없다. 뇌전증 증후군 중 특히 유념해야 하는 질환은 뇌전증 자체에 의해 발달 저하 초래되는 질환으로, 뇌전증뇌병증이라고 칭하며 영아 연축, 레녹스-가스토 증후군, 중증 영아형 근간대 뇌전증 등 여러 종류가 있다. 각각의 뇌전증에 따라 발병 시기, 경련 양상, 뇌파 특징에 차이가 있으나 공통적으로 완치가 쉽지 않고 발달 지연이 흔하게 나타난다.

뇌전증의 약물치료

크게 약물치료, 수술적 치료, 식이요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이중 약물치료는 경련을 억제시키는 가장 효과적이면서 흔한 치료 방법이다. 정상 뇌세포는 흥분력과 억제력 사이에 균형을 이루고 있는데, 이러한 균형이 깨지면 경련이 일어날 수 있다. 항경련제는 과도한 흥분을 억제하고, 약한 억제력을 강화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경련이 발생하는 것을 막아준다. 보통 비유발 경련이 2번 이상 나타나 뇌전증으로 진단된 경우 약물 치료를 시작하게 되고, 약물 치료를 받는 뇌전증 환자의 약 60%는 경련 없이 지내고 있으며 약 20% 정도는 수개월에 한 번 정도의 드문 발작을 보인다. 항경련제는 지난 수십 년간 많은 수의 약물이 개발되었으며, 일반적으로 한 종류의 약물을 복용하게 되지만 약물 반응에 따라서 두 종류 이상의 약물을 복용할 수 있다. 항경련제는 최소 2년을 복용하게 되며, 마지막 발작으로부터 2년이 지난 시점에서 뇌파가 호전된 소견을 보인다면 천천히 감량하여 중단해 볼 수 있다. 약 30%의 환자들은 여러 약물 치료에도 불구하고 경련이 지속되어 일상생활이 힘들 수 있는데 이 경우 수술적 치료와 식이 요법을 시도해 볼 수 있다.

뇌전증의 수술적 치료

수술적 치료의 경우 모든 환자에서 시행하기는 어려우며, 경련을 일으키는 뇌병변이 확인된 경우에만 국소 뇌병변 절제술을 시행할 수 있다. 과도한 흥분파가 급속하게 대뇌 양쪽으로 퍼져서 빈번한 전신 발작을 일으키는 경우 양쪽 대뇌의 다리 역할인 뇌량을 절제하는 수술을 하여 전신 발작을 억제할 수 있으나, 이 경우 국소 발작은 지속된다.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 신경조직을 자극하는 신경변조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전기자극발생기와 미주신경자극전극을 삽입한 뒤 일정한 시간 간격을 두고 미주신경을 자극하여 경련의 감소를 기대하는 미주신경자극술이 있다.

뇌전증의 식이요법

케톤생성식이요법은 옛 기록으로부터 금식이 경련의 발생을 억제한다는 기술에서 착안한 치료 방법으로 고지방, 저탄수화물, 저단백 식단을 통하여 케토시스상태를 만들고 이 상태가 되면 경련을 억제할 수 있다는 원리이다. 대부분의 뇌전증에 효과를 보일 수 있지만 극단적인 식단 조절의 어려움과 탈수, 구토, 설사, 성장장애 등의 부작용이 있어 보통 심한 난치성 소아 뇌전증뇌병증 환자에서 시행한다.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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