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02

밥 한번 먹을까요

날실과 씨실처럼 얽혀 일하는 병원 식구들의 따뜻한 밥 한 끼, 수다 한 스푼.

충남대학교병원 최초 직원 합창단 ‘어울림’

어울림음악회로 말로 설명하기 힘든 기쁨 맛 봤죠”

소속과 직종이 다른 직원 25명이 오로지 ‘노래’ 하나로 뭉쳤다. 충남대학교병원 최초의 직원 합창단 ‘어울림’이다. 지난해 12월 4일 창단식 이후 다시 뭉친 어울림은 올해 2월부터, 4월에 계획된 첫번째 런치콘서트(Lunch Concert)를 향한 본격적인 연습에 돌입한다. 그에 앞선 점심 번개모임 자리에 동석해 ‘노래 좋아하는 직원들’의 목소리를 놓치지 않고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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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한 끼에도, 자주 웃고 자주 눈 맞추고

짜장면이냐, 짬뽕이냐. 이만큼 즐거운 고민이 또 있을까. 합창단 어울림이 점심시간을 쪼개서 번개모임을 가진 장소는 본관 지하에 위치한 중국요리전문점 미스터왕. 먼저 도착한 단원들이 메뉴판을 보며 즐거운 고민을 하고 있는 사이 자리가 하나 둘 채워진다. 오늘 참석의사를 밝힌 10명이 모이는 데만 20여분이 걸렸다. 단원 대부분이 부서와 직종이 달라 점심시간을 맞추기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만큼 얼굴 보며 밥 한 끼 하는 일이 중한 법.

주문한 음식이 속속 상 위에 오르고 이미 고픈 배는 요동을 치는데 “사진을 먼저 찍어야 한다”는 요청이 있자, 단원들은 오히려 깔깔 웃음을 터뜨린다. 예술적 기질들 때문일까. 아이처럼 자주 웃고, 자주 눈 맞추는 게 어울림합창단 만의 에너지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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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창이 가장 좋은 순간은
연습을 다 끝낸 곡을 공연의 부담감 없이 마음껏 부를 수 있는 리허설 때죠.
사실 새로운 곡을 익히는 건 힘겨운 일이거든요.

좋아하는 일 하는 것, “재능 기부는 과분”

사진촬영을 마친 후 분주히 젓가락을 움직이면서 단원들이 술술 이야기를 꺼냈다. 특히 병원 직원들로만 구성된 최초의 합창단이 결성되기까지의 과정은 흥미로웠다. 이들은 이미 지난해 ‘합창’을 매개로 뜨거운 경험을 공유했던 전력이 있었다. 지난해 11월 25일 노인센터 5층 대강당에서 열렸던 ‘환자와 지역주민을 위한 어울림음악회’에서 합창공연을 했던 18명 대부분이 현재의 창단 멤버다.

나명훈 단장(흉부외과)이 당시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어울림음악회를 열기 전에 원내 공지가 있었습니다. 노래와 악기 각 분야에서 재능기부 할 직원을 모집한다는 내용이었고, 그때 지금의 단원들이 처음 모였죠. 음악회를 준비하면서 거의 매일 만나 연습하다시피 해서 ‘사랑으로’와 ‘닐리리 맘보’ 2곡을 무사히 공연할 수 있었습니다.”

그때 단원들은 좀처럼 느끼기 힘든 여러 가지 감정을 한꺼번에 맛봤다고 말한다. 그중 백희선 단원(소아청소년과)은 “연습하는 동안 너무 행복했죠. 공연 날 환자들 앞에 서보니 또 다르게 힘이 나더라고요. 부족한 실력에도 시종일관 마냥 즐거워 해주셨어요. 의료행위만 했던 직원들이 무대에 선 다는 것 자체가 새로운 즐거움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라며 지난 기억을 떠올린다.

단원들이 한입으로 하는 말도 “재능기부는 과분하다”는 것이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그걸로 봉사하고, 서로 위안을 받을 수 있는 ‘행복한’ 경험이었다는 것. 이같은 감정의 교류는 즉시 합창단 결성으로 이어졌다. 공연 직후 나명훈 단장이 제의했고, 모두들 기다렸다는 듯이 단원으로 합류했다. 공연 직후 속전속결 정식 합창단으로 뭉친 이들은 그들을 ‘노래’ 하나로 이어준 음악회의 이름을 따서 충남대학교병원 합창단 ‘어울림’으로 명칭을 정했다.

직장생활, 노래에 목말라

그 사이 인원도 추가됐다. 유기연 단원(병리과)은 어울림음악회 공연을 보고 입단을 결정한 경우다. “공연 이후에 합창단을 모집한다는 얘기를 듣고 ‘노래는 못하지만 부르는 거 좋아하는데 가입해도 되냐’고 한승희 총무님께 여쭤봤더니 단박에 가입됐어요.”

직장에 합창단이 생기길 기다려왔던 직원들도 많았다. 그중 성미영 단원(73병동)은 “대학생 때까지 학교 합창단 활동을 할 만큼 노래를 좋아했는데, 취직과 동시에 그런 기회가 모두 사라졌어요. 어디서 기회를 얻을 지 막막했었는데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일을 드디어 할 수 있게 됐습니다”라며 여전히 들뜬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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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관 A강당에 모여 합창연습을 하는 단원들

단원들 대부분은 ‘그저 노래가 좋아’ 합창단에 가입했다고 말한다. 종교 활동을 통해 노래를 꾸준히 불러왔던 경우가 더러 있었고, 합창단을 통해 업무 스트레스 해소나 다른 부서와의 융화, 봉사활동을 기대한다는 의견들이 쏟아졌다. 김민자 단원(진단검사의학과)은 노래 반주를 위해 주말마다 아이들 피아노 앞에 앉아서 연습을 시작했다는 열정도 보여줬다.

어디나 숨은 고수는 있는 법. 이준숙 부단장(약제부)은 충남대학교 평생교육원 가곡교실에서 가곡, 아리아 등을 배워온 지 올해로 3년 째다. 이 부단장은 “합창은 독창과는 달리 함께 소리를 내는 건데 특별한 실력이 아니어도 마음을 다해 노래를 부르면 아름다운 소리가 나온다”며 “목소리만큼 아름다운 악기도 없다”고 합창의 매력을 설명한다.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합창단 활동을 해 온 나명훈 단장은 거의 마니아 수준이다. 30년 넘는 합창경험을 바탕으로 풀어낸 이야기를 들어보자. “합창이 가장 좋은 순간은 리허설 때죠. 사실 새로운 곡을 익히는 건 힘겨운 일이거든요. 그래서 연습을 다 끝낸 곡을 공연의 부담감 없이 마음껏 부를 수 있는 리허설 때는 정말 자유로운 기분입니다.”

나명훈 단장의 요청으로 흔쾌히 지휘를 수락한 서은숙 지휘자는 “제가 가진 음악적 재능으로 이렇게 동참할 수 있어서 기쁘다”며 “다양한 장르의 곡을 선정해서 연습시간 자체가 즐겁고, 그 에너지로 주변을 즐겁게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사진

충남대학교병원 합창단원 모집
+ 모집
충남대학교병원 합창단
(소프라노, 엘토, 테너, 베이스)
+ 자격
충남대학교병원 직원 중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하시는 분,
즐기시는 분, 배우고 싶은 분
+ 연습
매주 목요일 18시00분∼19시30분
(본관 A강당)
+ 활동
런치콘서트, 정기콘서트
+ 신청
병리과 한승희(042-280-7177)
합창 단원 명단가나다순서
  • 나명훈<br>(흉부외과)

    나명훈
    (흉부외과)

  • 이현숙<br>(65병동)

    이현숙
    (65병동)

  • 이준숙<br>(약제부)

    이준숙
    (약제부)

  • 성미영<br>(73병동)

    성미영
    (73병동)

  • 김동수<br>(핵의학과)

    김동수
    (핵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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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신광
    (흉부외과)

  • 백희선<br>(소아청소년과)

    백희선
    (소아청소년과)

  • 김민자<br>(진단검사의학과)

    김민자
    (진단검사의학과)

  • 한승희<br>(병리과)

    한승희
    (병리과)

  • 유기연<br>(병리과)

    유기연
    (병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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