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마음
충남대학교병원이 지원한 환자 사례를 따뜻한 동화로 만나봅니다. | 글 백다함 | 자료제공 장기이식센터 전영아 코디네이터


새터민 해진 씨(가명)는 한국에 온지 4년이 됐습니다. 셋째를 가진 해진 씨는 무거운 몸으로
나머지 두 딸아이까지 챙겨야 했습니다. 먹고 살기 바빠 태교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했지요.
그래서 늘 두 딸에게도, 뱃속 사랑이(가명)에게도 미안한 마음뿐이었습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여름날, 해진 씨는 갑작스러운 진통에 배를 움켜쥐고 쓰러졌습니다.
3살, 4살 아직 어린 두 딸은 아파하는 엄마를 보며 엉엉 울었습니다.

850g의 사랑이는 그렇게 27주 만에 세상 밖으로 나왔습니다. 너무 작아 꼭 안아줄 수도 없는 아이였습니다.
태어나고 얼마 되지않아 발작을 일으킨 사랑이는 퇴원을 하더라도 병원으로 되돌아오는 생활을 반복했습니다.
그렇게 힘겨운 하루하루를 버티던 사랑이는 결국 세상에 나온 지 4개월 만에 뇌사 판정을 받고 말았습니다.
엄마 뱃속에 있던 시간만큼도 채우지 못하고 세상을 등져버린 사랑이.
의사의 말을 들은 해진 씨는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아버렸습니다. 북한에서 차가운 강물을 헤치며 중국의 국경을 넘고,
한국으로 오기까지 수도 없이 많은 생사의 고비를 넘겨온 해진 씨였습니다.
“아가야. 사랑아 안된다. 힘내자. 아직 우리 아가 이렇게 보드랍고 따뜻한데…” 해진 씨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울부짖었습니다.
머릿속에는 사랑이가 웃고, 울고, 보채고, 옹알이를 하던 모습들이 너무도 생생히 스쳐지나갔습니다.
헤어 나올 수 없을 만큼 깊은 슬픔에 빠져있던 해진 씨는 사랑이의 장기가
다른 아이의 생명을 살릴 수도 있다는 말을 전해 들었습니다.
하지만 쉽게 마음이 열리지 않았습니다.
“그럴 수 없어. 조금 있으면 회복될지도 모르잖아. 기적이 있을 수도 있잖아.”라며 눈물만 쏟던 해진 씨는
‘짧은 사랑이의 삶을 값지게 하는 일’이라는 말에 어려운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리곤 잠든 사랑이의 손을 잡았습니다.
“사랑아. 너는 누군가에게 생명을 선물한 장한 아이란다.” 해진 씨는 애써 눈물을 삼키며 말했습니다.
사랑이의 작은 신장은 신장질환을 앓고 있는 네 살배기에게 전해졌습니다.
해진 씨는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그 아이의 행복을 진심으로 빌었습니다.
“우리 사랑이가 누리지 못한 행복을 대신 누리며 네가 오래도록 건강했으면 좋겠다….”
이후 사랑이의 감동적인 이야기는 세상에 널리 알려졌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새 생명을 선물하고 떠난 사랑이와 엄마 해진 씨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해진 씨는 가끔 꿈에서 사랑이를 만나곤 합니다. 꿈 속 사랑이는 살이 통통하게 올라 제법 건강한 모습입니다. 아장아장 걸어 다니기까지 합니다.
해진 씨 입가에 미소가, 눈가엔 눈물이 고입니다. 이른 새벽, 선잠에서 깨어난 해진 씨는 멍 하니 앉아있다 옆에서 곤히 잠든 두 딸의 이불을 끌어올립니다.
이 글은 충남대학교병원 장기이식센터를 통해 장기기증을 한 사랑이(1세, 가명)와 아이 어머니의 사연을 동화로 재구성한 것으로 사실과는 일부 다를 수 있습니다. 2010년 한국으로 온 새터민 해진 씨(가명)가 조산으로 낳은 사랑이는 태어난 지 4개월 만에 뇌사판정을 받았습니다.
이후 해진 씨는 장기기증 의사를 밝혀 사랑이의 콩팥 2개를 다른 아기에게 기증했습니다.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해진 씨를 위해 충남대학교병원은 진료비 전액을 지원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