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한 잔 마실까요
날실과 씨실처럼 얽혀 일하는 병원 식구들의 따뜻한 차 한 잔, 수다 한 스푼. | 글 박지선 | 사진 심민보
위험과 정면으로 마주해야
고위험 환자 줄일수 있어
충남대학교병원에 조기대응팀(CNU Hospital Medical Alert Team, 이하 MAT) 시스템*이 도입된 지도 9개월이 흘렀다. MAT 시스템 도입은 지방 상급종합병원에서는 첫 시도였던 만큼 환자는 물론 병원 내 의료진들에게도 낯설었다. 각 진료과와 중환자실, 응급센터가 갖춰진 종합병원에 ‘왜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응급상황에 미리 대응해야할까’ 라는 의문도 완벽하게 풀리지는 않았다. 조기대응팀이 정기점검회의를 하는 마지막 주 수요일, 커피와 쿠키를 들고 찾아간 자리에서 그동안의 MAT 운영 경과를 자세히 들어보기로 했다.

충남대학교병원에 조기대응팀(CNU Hospital Medical Alert Team, 이하 MAT) 시스템*이 도입된 지도 9개월이 흘렀다. MAT 시스템 도입은 지방 상급종합병원에서는 첫 시도였던 만큼 환자는 물론 병원 내 의료진들에게도 낯설었다. 각 진료과와 중환자실,
응급센터가 갖춰진 종합병원에 ‘왜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응급상황에 미리 대응해야할까’라는 의문도 완벽하게 풀리지는 않았다. 조기대응팀이 정기점검회의를 하는 마지막 주 수요일, 커피와 쿠키를 들고 찾아간 간 자리에서 그동안의 MAT 운영 경과를 자세히 들어보기로 했다.

MAT시스템
일반 병실에 입원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중환자의학이나 응급의학 분야에서 전문적으로 훈련된 전문의를 비롯해 전문간호사 등이 상태가 악화될 위험이나 징후를 보다 빠르게 찾아낸 뒤 조기에 적절한 처치를 함으로써 입원환자의 심폐부전을 예방하고 환자 안전을 강화하기 위한 시스템이다.
조기대응팀 가동으로 병원에서 심정지 환자 37.4% 줄어
회의자료를 준비해 온 문재영 교수(호흡기내과)가 먼저 조기대응팀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문재영 교수는 병원을 오가는 환자 한 명 한 명을 오랜 시간 머릿속에 그려왔던 것처럼 설명을 시작했다. “충남대학교병원에 한 달이면 약 3000명의 환자가 퇴원을 하고, 하루 200건 이상의 조기위험징후를 스크리닝 합니다. 한달 평균 70~80명의 고위험환자를 찾아내어 조기 치료를 하게 되지요.” 여기서 고위험 환자란 즉각 또는 수시간 이내 적극적인 전문치료를 하지 못할 경우 심정지나 사망할 수 있을 정도의 상태를 의미한다. 조기대응팀의 임무는 이렇게 수백에서 수천 명의 입원환자들을 ‘스크리닝 시스템’을 통해 걸러내고 고위험 징후들을 미리 발견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문재영 교수가 환자수를 훤하게 꿰고 있었던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중환자실이나 응급센터처럼 특정 환자가 아닌, 모든 입원 환자가 조기대응팀의 관리 대상이기 때문.

중요한 건 MAT 시스템이 도입된 이후의 변화다. 문재영 교수에게 그 얘기를 마저 들어보자.
“팀 운영이 시작된 지난해 5월 이전까지 병원에서 발생한 심정지 건수가 입원 1000건 당 5.46건 이었습니다. 이후 올해 1월까지의 통계를 보면 3.42건으로 37.4%가 줄었습니다. 미국 평균인 4.0건보다도 낮은 수치라는 것에 저희들도 놀랐죠.”
심정지를 미연에 방지했음을 보여주는 이 객관적인 수치는, 사망률을 떨어뜨리고 더 안전한 의료 환경을 조성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여기에 대해서는 또 다른 시각도 존재한다.
이준완 교수(응급의료센터)는 “이런 결과는 그동안 이런 성격의 측정을 해본 적이 없을 정도로 입원환자 관리에서 기초적인 안전망이 부족했었다는 걸 보여주기도 한다”며 “MAT 시스템이 지속적으로 유지되려면 전담의사인력의 안정적 확보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병원’에서도 적극적인 안전망은 필수
조기대응팀이 한 목소리를 내는 부분도 바로 이 대목이다. ‘병원’이라는 공간에서도 위험한 상황은 언제든 닥칠 수 있으며 오히려 적극적인 예방이 필요하다는 ‘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것. 의료질 평가에서도 ‘환자안전’은 핵심항목에 해당된다. 따라서 안전한 의료환경을 만드는 데 MAT 시스템은 아주 강력한 툴이 될 수 있다는 게 조기대응팀의 생각이다. 김건동 전임의(응급의학과)는 “내과나 흉부외과는 바이탈 사인을 잘 보지만 응급상황 빈도가 낮은 진료과의 경우에는 특히 조기대응팀이 더더욱 필요하다”며 “그래서 대형병원 뿐 아니라 중소병원, 더 많은 병원에 MAT 시스템이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조기대응, 수술처럼 고도의 집중력 필요해
지난 9개월 간 MAT 시스템이 의료서비스의 하나로 자리 잡기까지 쉽지만은 않았다. 고위험 환자가 응급상황에 처했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하는 안홍준 전임의(응급의학과)는 해당 진료과와의 소통을 가장 어려운 점으로 꼽았다. 조기대응팀이 시범 운영을 시작했을 때만해도 주치의들이 고위험 환자 관리에 따른 권고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안홍준 전임의는 “돌아보면 조기대응팀 자체가 낯설었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죠. 하지만 이제는 응급환자가 생기면 오히려 주치의나 간호사들이 먼저 연락을 해 오는 상황입니다. 좋은 안전망이 있다는 걸 든든해 하시죠”라고 말한다.
무엇보다 MAT 시스템 운영에서 조기대응팀이 끊임없이 마주해야 하는 어려움은 환자 관리다. 생사의 기로에 서 있는 응급환자 처치는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수술과도 같다. 김건동 전임의는 “갑작스런 응급상황에서 매번 왜 안 좋아졌는지 재빨리 파악하고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하는 부담이 크다”고 말한다. 현재 운영 시스템과 소수의 인적자원(의사1명 간호사 1명이 한 팀)만으로 입원환자 전체를 관리하는 게 힘에 부칠 수밖에 없다고 팀원들은 입을 모은다.
감지할 수 없는 위험 알아차리는 일
조기대응팀 소속 간호사는 위험환자 스크리닝을 하고 위험징후가 있는 환자들을 직접 방문하여 가장 먼저 확인하는 일을 한다. 사실상 병원 전체가 조기대응팀 간호사의 일터인 셈. 이들은 중환자실이나 응급실 경험이 풍부한 간호사들로 구성돼 중증질환 전문가의 시각으로 환자들을 바라보고 의료진에게 소견을 전달한다.
이주상 간호사는 “병동에서 발생하는 응급상황에 신속하게 대처하는 역할을 하다 보니 피드백이 바로바로 오고, 점점 우리 팀을 찾는 곳이 많아지니까 큰 보람을 느낀다”며 “이번에 측정한 데이터가 좋은 결과를 낸 걸 보고 많이 기뻤다”고 말한다.

민나은 간호사는 조기대응팀을 ‘중환자실로 가는 안전통로’라고 표현한다.
“좀 더 일찍 발견하고 그만큼 빨리 다시 일반병동으로 가는 모습을 볼 때가 가장 큰 보람이죠. ‘환자들을 위해 한 번 더 거른다’고 생각해 주세요.”
올해 2월 합류한 박정은 간호사는 중환자실에서만 근무해왔다. 그만큼 중환자에 대한 판단이 빠르고, 그래서 조기대응팀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다.
그는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다른 사람들이 감지 할 수 없는 위기들을 알아차리는 게 우리 팀의 존재 이유”라며 “환자안전에 대한 꿈을 놓지 않고 의료질 높이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덧붙인다.


-
안홍준
(응급의학과) -
이준완
(응급의료센터) -
문재영
(호흡기내과) -
김건동
(응급의학과)
-
이주상
(내과계 중환자실) -
박정은
(응급중환자실) -
민나은
(응급중환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