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06

따뜻한 마음

충남대학교병원이 지원한 환자 사례를 따뜻한 동화로 만나봅니다. | 류민선 | 자료제공 호스피스완화의료팀 최영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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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금석 여사의 60번째 생일을 축하합니다!” 오늘은 병실에서 처음 맞이하는 금석씨의 생일날. 오랜만에 온가족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얼마 전 큰딸 나영씨가 결혼을 하면서 가족이 하나 더 늘었습니다. 아빠의 빈자리를 채워줄 만큼 듬직한 사람이라며
손잡고 인사 온 게 엊그제 같은데 말이지요.
“좋은 날 왜 또 울어~ 엄마 건강해, 울지 말어 응?” 나영씨에게 엄마는 너무나도 특별한 존재입니다.
20년 넘게 두 아이를 홀로 키우면서도 힘든 내색 한번 없이 늘 ‘너희 덕분에 내가 산다’고 합니다.
작년 여름 폐암 선고를 받았을 때도 엄마는 참 의연했습니다. 항암치료 1년 째, 여전히 꿋꿋한 엄마를 보며
고맙고도 미안한 마음에 자꾸만 눈물이 납니다.

“엄마, 내 코가 이렇게 뭉툭했어? 에이 설마~
요즘 금석씨는 옛날 사진앨범을 보는 재미로 하루를 보냅니다.
특별히 오늘은 생일을 맞아 가족들과 함께 쌓아둔 앨범을 한 장씩 한 장씩
넘겨봅니다.

사진 속 개구진 아들딸의 어린 시절을 보고 있노라면 금석씨는 자신도 모르게
건강했던 그때로 돌아가는 기분이 듭니다.
“얘들아, 우리 이번 주에 가족사진이나 찍으러 갈까?”
큰딸 결혼식장에 다녀오고 나서 엄마가 꽤 오랫동안 힘들어했던 걸 가족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금석씨의 건강이 자꾸만 악화되자,
혹시나 이게 엄마의 마지막 소원이 되는 건 아닌지 마음이 초조해지기도 합니다.
“병원 가까이에 작은 사진관이라도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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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안타까운 소식을 들은 충남대학교 호스피스완화의료팀은 곧바로 사진관을 운영하는 봉사자를 찾아
금석씨의 사연을 전했습니다.사진관에서는 흔쾌히 촬영을 수락했고 몸이 불편한 금석씨를 위해 특별히 촬영
장비를 챙겨와 병실을 1일 스튜디오로 만들었습니다.
“이 병실이 원래 이랬었나?” 예쁘게 변신한 병실을 보며 금석씨는 오랜만에 함박웃음을 지어봅니다.

앙상하게 말라 조금은 낯선 엄마 얼굴엔 큰딸 나영씨가 직접 꽃단장을 해주기로 했습니다.
꼬마아이였던 딸이 어느덧 숙녀가 되서 화장을 해준다고 하니, 금석씨는 자꾸만 웃음보가 터집니다.
“이 시간도 나중엔 전부 소중한 추억이 되겠지?”
“응 엄마. 이 사진 한 장에 우리 함께한 추억 모두 담아요.”

이 글은 충남대학교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팀에서 돌보았던 환자 중 심금석(가명)씨의 사연을 동화로 재구성한 것으로 사실과는 일부 다를 수 있습니다.
금석씨는 암으로 건강이 점점 악화되자 두 자녀가 성인이 되고나서 찍은 가족사진이 없는 걸 못내 아쉬워했습니다. 멀리 스튜디오까지 나갈 수 없는 금석씨의 안타까운 상황을 듣고, 호스피스완화의료팀은 사진관을 운영 중인 봉사자와 함께 예쁜 가족사진을 찍어 선물해 드렸습니다.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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