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06

함께 듣는 이야기

6월호 테마인 ‘뇌’의 의미를 짚어봅니다. | 글 편집실 | 감수 충남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해부학교실 이영호 교수
참고도서 <1.4킬로그램의 우주, 뇌>(정재승 외, 사이언스북스)

매력적인 뇌, 신비한 마음과 함께

뇌는 학습에 의해 기억을 하고 이를 필요할 때 꺼내 쓰며 맛과 냄새, 신체적인 고통을 느끼게 하고, 사랑·선택·미움의 마음을 만든다. 나아가 새로운 물건이나 예술품을 창조해내는놀라운 작업을 수행한다. 보통 하나의 기능을 가진 다른 장기와는 달리 뇌는 부위마다 하는 일이 다르며 신경세포의 복잡한 연결에 따라 새로운 성능을 발휘하기도 한다. 여전히 베일에 싸인 우주에서 가장 복잡한 구조물, 뇌 이야기를 들어보자.

우주에서 가장 복잡한 구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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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게는 1.4㎏(체중의 1~2%)에 불과하지만 우리 몸에서 에너지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관 뇌. 뇌는 심장에서 내보내는 피의 4분의 1, 하루 섭취 열량의 5분의 1을 소모한다. 뇌 속의 수많은 주름들은 머리뼈 안에 최대한 많은 신경세포를 넣기 위해 진화한 형태다. 이 주름을 펼치면 사람의 뇌는 신문지 1장, 원숭이는 엽서 1장 정도의 넓이가 된다.

그중 대뇌는 좌우 2개의 반구로 구성돼 있고, 대뇌겉질은 6개의 층 구조로 안에는 신경세포가 빽빽하게 들어차 있다. 200억 개가 넘는 뇌 신경세포 중 하나만 들여다보자. 긴 축삭돌기, 나뭇가지 모양으로 뻗어 나오는 가지돌기(수상돌기)가 있고 이 가지돌기에는 가시가 튀어나와 있다. 각각의 ‘가지돌기 가시’는 다른 신경세포와 시냅스라고 하는 접합 구조를 형성하는데 신경세포 하나가 보통 1000개에서 1만 개 이상의 시냅스를 만든다. 계산해보면 뇌에 10조에서 100조 개의 시냅스가 있다고 하니 신경세포들이 서로 얼마나 복잡하고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뇌의 이런 긴밀하고 복잡한 연결은 뇌를 우주에서 가장 복잡한 구조물 중 하나로 만들었다. 침팬지는 인간과 99% 정도 유전자가 동일함에도 신경세포 수는 사람의 4분의 1에 불과하며, 고래나 코끼리의 뇌 크기는 사람보다 크지만 신경세포 수는 사람의 반 정도 된다. 이와 같이 사람이 다른 동물보다 월등한 가장 중요한 이유가 바로 뇌이며, 특히 뇌 안에서 이뤄지는 ‘연결’은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다. 뇌가 만들어낸 가장 대표적인 네트워크 중 하나인 조건반사를 보면, 파블로프의 개는 음식을 주기 전에 종을 쳤더니 언젠가부터 종소리만 들려도 침을 흘렸다. 뇌는 학습과 기억을 통해 외부의 조건에 따라 적절히 반응을 할 수 있게 하는 신비로운 구조물이다.

섹시한 마음을 만드는 뇌

한때 짐승남(길들여지지 않는 짐승 같은 매력의 남자), 차도남(차가운 도시 남자), 포켓남(주머니에 넣고 다니고 싶은 사랑스러운 남자) 등의 신조어가 차례로 인기를 끌다가 최근에는 ‘뇌섹남(뇌가 섹시한 남자)’이 대세다. 뇌가 매력적인 남자? 무슨 의미일까.

잘생긴 외모보다는 머리, 즉 두뇌가 더 중요하다는 말이지만 ‘섹시한 것’과 ‘똑똑한 것’은 분명 차이가 있다. 뇌섹남은 지적이면서도 재미있고 친근하면서도 예리한 문제해결 능력을 갖추고 있는, 언뜻 보면 상반된 자질을 한 몸에 갖춘 사람을 의미한다. 뇌섹남은 타고난 비상함보다는 오히려 지혜를 가지고 있으며, 상대에 대한 배려심과 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각 모두를 놓치지 않는다.

지적, 재미, 친근, 지혜, 배려…. 뇌섹남의 열쇠말을 뽑아보면 그저 더 완벽한 남성을 찾는 여성의 욕구 이전에, 무엇보다 사람 사이의 정서적 교감과 소통이 더 중요시 되고 있는 시대를 대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남성성을 상징하는 짐승남이나 세련된 도시 남자, 예쁜 남자와는 ‘다른’ 뇌섹남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상대와 나눌 수 있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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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호킹 박사가 “우주에서 가장 풀기 어려운 수수께끼는 여자”라고 했다는 말이 농담처럼만 들리지는 않는다. 천재 과학자에게도 여전히 사람의 ‘마음’은 베일에 싸여있는 수수께끼다. 마음을 만드는 뇌가 그런 것처럼.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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