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마음
충남대학교병원이 지원한 환자 사례를 따뜻한 동화로 만나봅니다. | 글 백다함 | 자료제공 장기이식센터 전영아 코디네이터(병원보 기자)


무더운 여름 날, 광호씨는 자신의 무릎을 베고 잠든 딸 은희씨에게 부채질을 해주고 있습니다.
“딸이 그렇게 예뻐요? 마누라나 좀 그렇게 예뻐해주지.” 광호씨의 아내는 눈을 슬쩍 흘깁니다.
광호씨는
암 병동에서 소문난 딸바보입니다. 사랑스런 딸은 간암의 고통도 잊게 해주는 존재죠.
늦은 나이에 어렵게 얻은 딸
이라 더욱 애틋합니다. 어릴 적부터 아빠 무릎을 베고 자는 것을 좋아했던
은희씨는 스무 살이 넘은 지금도
종종 광호씨 무릎에서 낮잠을 청하곤 합니다.
잠에서 깬 은희씨는 아직 졸린 눈으로 말합니다.
“아빠 오래오래 살아야 돼. 나 계속 아빠 무릎에서 자고 싶단 말이에요. 응?”
광호씨는 웃으며 딸의 머리를 쓰다듬습니다.
늘 밝은 은희씨지만 하루가 다르게 안색이 변해가는
아버지를 보면 가슴 한 편이 시큰해집니다.
아직도 은희씨 머릿속에는 어린 시절 자신을
한 손으로 번쩍 안아 올리던 튼튼한 아버지가
눈에 선한데 말이죠.
거듭된 암시술에도
광호씨의 상태가 큰 차도를 보이지 않자, 몇 달 전 의사선생님은 간이식을
권하셨습니다.
아버지 몰래 간이식 가능 여부 검사를 받은 은희씨는 자신의 간이 아버지와
적합하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은희씨는 뛸 듯이 기쁜 마음으로 아버지에게 달려갔습니다.
“아빠! 내 간이 아빠하고 맞는대. 아빠한테 이식해줄 수 있대요!”
신난 은희씨와 달리 아버지 광호씨의 반응은 예상외로 차가웠습니다.
“안 받는다. 어떻게 나 때문에 널 수술대에 오르게 하겠니. 아빠는 못해.”
너무도 단호한 아버지의 모습에 은희씨는 당황했습니다. 딸이 원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다 들어주던
광호씨였지만 이번만큼은 설득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광호씨는 상태가 점점 나빠져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습니다.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보다 못한 은희씨는 그만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아빠, 제발 부탁이에요. 수술 받아요. 내가 결혼하는 것도 보고, 손주도 보려면
건강해야 하잖아.
날 위해서 받아주세요. 아빠….”
속상한 마음에 눈물을 뚝뚝
흘리는 딸을 보며 광호씨도 가슴이 미어졌습니다.
그렇게 며칠 뒤, 광호씨는 고민 끝에
어려운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식수술을 받기로 한 것이지요.
누구보다 가장 기뻐한 건 바로 은희씨였습니다.
수술대에 누운 두 사람.
말없이 서로에게 응원의 눈길을 보냅니다.
광호씨의 간이식 수술은 성공적이었습니다.
광호씨는 빠른 회복을 위해 아픈 몸을 조금이라도 더 움직이려고 애썼습니다.
수술 이후 몰라보게 안색이 좋아진 광호씨. 퇴원 후 찾은 정기검진에서
상태가 많이 호전됐다는
기분 좋은 소식도 들었습니다.
부녀는 두 손을 꼭 잡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병원을 나섭니다.

이 글은 충남대학교병원 장기이식센터에서 딸의 간을 기증받아 이식 수술을 한 김oo님(50대)의 사연을 동화로 재구성한 것으로
사실과는 일부 다를 수 있습니다. 충남대학교병원은 생활이 넉넉지 않은 이 가족이 수술비 일부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