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07

함께 듣는 이야기

7월호 테마인 ‘간’의 의미를 짚어봅니다. | 글 편집실 | 감수 충남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해부학교실 김수일 교수

불과 맞바꾼 에너지의 원천, 간과 함께

우리 몸에서 가장 큰 장기이자 몸속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일에 관여한다. 영양분이 가장 풍부함과 동시에 모든 유해물질이 이곳을 거쳐 가야 한다. 적재적소에 영양분을 공급하고 다시 축적하는, 에너지의 시작과 끝에 이 장기가 있다. 간 이야기를 함께 들어보자.

우리 몸의 대형 화학공장

‘간이 크다’. 겁이 없고 매우 대담하다는 말이다. 실제 우리 몸에서 간은 가장 크기가 큰 고형장기로 럭비공 정도의 부피에 체중의 2%(약 1.5㎏)를 차지한다. 하지만 그 큰 ‘간이 부었을’ 때는 몸에 이상이 생겼다고 보는 편이 맞다. 간이 위치한 부위, 즉 배의 오른쪽 윗부분에서 간이 만져진다면 병적으로 커진 경우다. 대담함을 상징하는 간은 알고 보면 매우 연한 조직을 갖고 있어서 쉽게 손상되지 않도록 오른쪽 갈비뼈 안에서 보호받고 있다.
간은 그 크기만큼이나 하는 일이 많은데 우리 몸속에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 일에 관여한다고 봐도 무관하다. 해독과 살균작용, 호르몬 조절, 물질대사 등 500가지 이상의 임무를 맡고 있어 인체의 화학 공장이라고 불린다. 일례로 몸속에 흡수된 영양분이 에너지가 되는 과정에서 독소를 만들면 이때 간이 독소를 분해시켜 쓸개즙이나 오줌으로 내보내는 역할을 하게 된다. 물론 술이나 약물을 해독하는 것도 간이 하는 일이다. 또 쓰고 남은 영양분을 쌓아두고 필요할 때 내보내기도 하며, 영양소의 흡수를 돕는 다양한 물질들을 생산하기도 한다.
간이 다른 장기와는 달리 이중으로 혈액을 공급받는 특수한 혈관구조를 가진 것도 간의 역할이 그만큼 크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쪽 간동맥에서는 산소가 풍부한 피를, 장에서 간으로 들어가는 간문맥에서는 영양소가 풍부한 피를 각각 공급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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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왕의 명약, 강한 회복력을 지닌 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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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 코시에 <불을 훔치는 프로메테우스>
     17세기 캔버스에 유채, 프라도 미술관

바닷가 햇빛 바른 바위 위에 / 습한 간(肝)을 펴서 말리우자. // 코카서스 산중(山中)에서 도망해 온 토끼처럼 / 들러리를 빙빙 돌며 간을 지키자. // 내가 오래 기르는 여윈 독수리야! / 와서 뜯어 먹어라, 시름없이 // 너는 살찌고 / 나는 여위어야지, 그러나, // 거북이야 / 다시는 용궁(龍宮)의 유혹에 안 떨어진다.…(중략)
윤동주 시인(1917~1945)의 시 <간(肝)>의 일부를 발취한 대목으로, 시 속에서 ‘간’은 꼭 지켜내야 하는 무엇이면서 그러지 못했을 때 스스로 벌을 내리는 고귀한 존재임을 암시한다. 이를 말하기 위해 시인은 익히 잘 알려진 별주부전의 설화와 프로메테우스의 신화를 끌어온다.
이 시와 마찬가지로 이들 옛이야기의 가장 중요한 소재가 바로 ‘간’이다. 별주부전에서 간은 용왕의 병을 고칠 수 있는 명약이며, 프로메테우스의 신화에서 간은 인류를 구하는 대신 까마귀에게 먹잇감으로 내놓은 희생물을 상징한다. 그중 프로메테우스가 매일 독수리에게 간을 파 먹히며 인류에게 주려고 했던 게 불이라는 사실을 떠올려보자. 불과 바꾼 간이 우리 몸의 뜨거운 에너지의 원천임을 보여준다. 또 아무리 독수리가 간을 파먹어도 밤이 되면 다시 멀쩡해지는 신화 속 간의 모습은 간의 강력한 회복력과도 닮아있다. 실제 간은 재생능력이 탁월하여 정상간의 20%만 남아있어도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고 한다.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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