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UH와 함께

손 잡고 가는 길2

의술 넘어 ‘아름다운 기증’으로
새 생명 선물한 의사

조혈모세포 기증한 박명린 입원전담전문의(호흡기내과)

충남대학교병원 의사가 ‘아름다운 기증’을 실천해 감동을 주고 있다. 얼굴도 모르는 혈액종양 환자에게
자신의 조혈모세포를 기증한 것. 그 주인공인 박명린 입원전담전문의*를 직접 만나봤다.
*입원전담전문의 : 환자가 병원에 입원해서 퇴원할 때까지 초기 진찰, 경과 관찰, 환자·가족 상담,
병동 내 처치·시술, 퇴원 계획 수립 등을 전담하는 전문의

사진

2만 분의 1 확률을 뚫은 기적

박명린 전문의는 얼마 전 조혈모세포은행협회에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조혈모세포 기증자를 찾던 혈액암 환자와 그의 유전자가 일치한다는 것. 기증 희망 등록을 한 지 3년 만이었다.
“조혈모세포가 유전적으로 완벽히 일치하는 사람을 찾을 확률은 2만 분의 1 정도로 매우 희박하다고 합니다. 어렵게 주어진 기회라 주저 없이 결정했죠.”
조혈모세포를 기증하게 된 계기는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그는 혈액종양내과에서 전공의 수련 기간을 보내며 혈액암으로 고통 받는 환자들을 보게 됐다. “조혈모세포 기증자를 간절히 기다리는 모습을 잊을 수 없었다”고 회상한다. 출장 차 서울을 오가던 2014년, 기차역 앞 헌혈의집에서 기증 방법을 안내받은 그는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에 유전자를 등록했다.
사람을 살리는 모습에 반해 ‘의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키워 온 중학생은 어느덧 성장하여 의사가 되었고, 의사로서 뿐만 아니라 기증자로서도 사람을 살리게 되었다.

조혈모세포, 헌혈하듯 채집하고 수혈하듯 이식

비교적 간단한 이식 과정 덕분에 조혈모세포 채집을 끝낸 직후 병실에서 그를 만날 수 있었다.
골수가 아닌 말초혈액에서도 조혈모세포의 채집이 가능해지면서 헌혈과 유사한 방식으로 기증이 가능해졌다. 수일동안의 항암화학치료를 받고 대기 중인 환자는 기증 당일 수혈하듯 조혈모세포를 투여 받는다. 수술 과정이 필요한 다른 형태의 장기기증과는 달리 수술 자체 및 전신마취에 따른 위험 가능성이 없다는 점이 조혈모세포 기증의 특징이다.
하지만 기증자는 채집 전 4일 동안 매일 촉진제를 맞아야 하는 전처치 과정을 거쳐야 하며, 이때 발열이나 전신근육통 등을 경험할 수 있다. 또한 2박 3일 동안 입원해야 하는 일정 때문에 직장인의 경우 연차를 사용해야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박명린 전문의는 “한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데 이 정도의 불편함은 견딜 수 있다”며 의지를 내비쳤다.
박명린 전문의에 따르면 조혈모세포 기증은 우리나라에서 1년에 500여건 정도 이루어진다고 한다. 기증을 필요로 하는 환자 수에 비해 기증희망자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인 만큼 그는 더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사진

조혈모(造血母)세포 사진

혈액을 만드는 어머니세포란 뜻으로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등 모든 혈액세포를 만들어내는 세포를 말한다. 정상인 혈액의 약 1% 정도가 이에 해당한다. 백혈병, 재생불량성빈혈, 혈액암과 같은 난치성 혈액종양은 조혈모세포 기능에 장애가 생겨 정상적인 혈액을 만들어내지 못하면서 발생되는 질병이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