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한 문화 |
드라마 ‘SKY 캐슬’
의학자문에서 출발
JTBC 금토 드라마 'SKY 캐슬'이 연일 화제다. 한국 입시 문화의 맹점을 가감없이 드러내고 있는 드라마 ‘SKY 캐슬'은 대한민국 최고의 명문 사립 주남대학교 병원 의사들과 판·검사 출신 로스쿨 교수들이 모여 사는 가상의 유럽풍 4층 석조 저택 단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곳의 어머니들이 어떻게 남편을 외조하고, 자녀들의 대학입시를 준비하는지 그 치열한 욕망을 현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 드라마에 쏟아지는 관심 뒤에는 섬세한 인간의 심리를 자문하는 충남대학교병원의
정신건강의학과 김정란 교수와 병원의 생생한 현장을 자문하는 신경외과 권현조 교수가 있었다. 드라마를 탄탄하게 현실에 안착시킨 의료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정신건강의학과 김정란 교수
_‘SKY 캐슬’의 심리묘사 자문
어떤 계기로 드라마
‘SKY 캐슬’에 자문을 하셨는지요?
유현미 작가의 의학자문은 ‘즐거운 나의 집’이라는 드라마에서 배우 김혜수의 역할인 정신과 의사에 대한 자문으로 시작했습니다. 후속 드라마 작업에서도 어떤 장면에서 의견을 요청할 때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유 작가가 ‘SKY 캐슬’을 준비할 때부터 자연스럽게 자문하게 되었습니다.
극 중에서 어떤 부분을 자문하셨나요?
이 드라마에서는 정신과 의사는 없기 때문에 병원 장면에서는 자문이 없었고, 배우의 각 성격적 특성에 따른 행동 표현이라던가, 감정이 복잡한 장면에서 역할의 심리를 반영한 대화 또는 행동의 개연성 등에 대해 자문하고 있습니다.
드라마 자문이 어렵지는 않으셨는지요?
드라마의 스토리는 작가와 연출자가 이끌어나가기 때문에 어려움은 그분들의 몫인 것 같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글을 쓰는 일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작가에게 제 생각을 자유롭게 말해서 원고에 반영되는 것이 즐거웠고, 정신과 의사로서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나 특별한 심리 등에 대해서 의견을 주는 것이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드라마를 보면서 많은 부모님이 고민을 하실 텐데요. 수험생 자녀, 어떻게 대하는 게 좋을까요?
수험생 시기는 미래의 자아를 상상하고 계획하는 시기입니다. 대학이 인생의 결정판이 아니라 그 시작임을 되새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어떤 직업을 갖는가보다는 어떤 사람이 되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라는 점을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신경외과 권현조 교수
_‘SKY 캐슬’의 병원 자문
어떤 계기로 드라마
‘SKY 캐슬’에 자문을 하셨는지요?
유현미 작가가 의과대학 동기의 친누나입니다. 이전에 그분의 TV드라마를 본 적이 있었는데, 작년 봄에 신경외과 의사가 등장하는 드라마를 집필한다면서 도움을 요청하여 수락하게 되었습니다.

극 중에서 어떤 부분을 자문하셨나요?
작품의 현실성 및 의학적 타당성을 검토하였습니다. 극 중 한 의사가 다른 과 의사의 수술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는 장면은 응급실에 들렀다가 우연히 다른 과 의사의 수술 환자와 검사 사진을 보게 되는 설정이 좋겠다는 조언을 했습니다. 잠이 부족한 전공의 선생님이 척추 수술 환자를 뇌수술 환자로 착각하여 머리카락을 깎는 일이 발생하는 장면의 경우 의료진의 실수를 알리고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고, 실제로 의료진이 솔직하게 사과하는 장면이 연출됐습니다.
드라마 자문이 어렵지는 않으셨는지요?
사교육이 주제이기 때문에 의학 자문의 비중이 크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큰 부담은 없었습니다. 자문하면서 제가 상상한 설정을 작가에게 제안해 보기도 했습니다. 병원 업무와 달리 상상력이 가미되는 예술 활동에 도움을 주는 작업이라서 색다른 느낌으로 즐겁게 임했습니다.
생각보다 즐거운 작업이셨던 것 같습니다.
주인공인 신경외과 교수 황치영이 제가 즐겨 부르는 노래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를 극 중에서 부르는 것을 보니 즐거웠습니다. 신경외과를 전공한 지 20년 가까이 되어가다 보니 매일 밤낮으로 환자의 질병과 싸우는 병원 생활에 조금 지치기도 했는데, 색다른 작업을 통해 제 직업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됐습니다. 앞으로의 줄거리를 묻는 분들께 대답을 못 해 죄송한 것 빼고는 즐거운 작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