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임 교원 인터뷰 |

원하던 일을 하며,
환자를 도울 수 있었기에 행복했던 시간

병리과 이충식 교수

“저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있는 아주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질병 발생에 대한 근본적인 연구를 위해 병리과를 택한 이충식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습니다. 충남대학교병원에서 보낸 32년간은 의사와 교수로서뿐만 아니라 대검찰청 법의학 자문위원으로 법의학 관련 활동까지 겸한 쉼 없는 외길이었습니다. 이제 정든 병원과의 작별을 앞두고 새로운 마음으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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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을 앞두고 계신데요.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충남대학교 의과대학에서 교수로 32년 동안을 재직하고 명예롭게 퇴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병리과 의사로서 평생 하고 싶었던 일을 하고 있는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돌이켜보면 긴 시간이었고,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 동안 주변에서 많은 도움을 받아왔기에 이렇게 별다른 문제없이 마무리를 하게 된 것 같습니다. 곁에서 많은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1988년부터 지금까지 충남대학교병원에 몸담고 계시면서 조직은행장,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학장, 의학전문대학 원장 등을 역임하셨습니다. 어려움은 없으셨는지요?

당연히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요. 그러나 저는 제가 하는 일들을 모두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해본 적은 별로 없습니다. 그저 매 순간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하고 결과를 받아들인다는 자세로 일을 해왔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별로 느끼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병리과를 선택하신 계기가 있으셨는지 궁금합니다. 더불어 병리과에 대해서도 소개해 주세요.

본과 3학년이 되었을 때, 저는 직접 환자를 보는 의사보다는 질병 발생에 대한 근본적인 연구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의사가 되면서 환자를 직접 진료하지 않으면서 최종 진단을 할 수 있는 병리과를 선택했습니다. 병리과는 전통적으로 병의 진단이 주된 분야였으나, 엄청난 의학의 발달과 더불어 지금은 암을 중심으로 치료의 기준을 결정하는 아주 중요한 분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하나의 예를 든다면, NGS(Next Generation Sequencing)의 기술을 통해 환자의 맞춤치료를 선택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것이지요. 병리과는 앞으로 암 치료의 중심이 되는 과가 될 것입니다.

현재 대검찰청 법의학 자문위원이시면서 법의학관련 저서도 편찬하셨는데, 법의학관련 활동을 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아주신다면 언제인가요?

1979년 병리과 전공의를 시작하면서 교수님을 따라 법의학의 의미를 생각해볼 겨를도 없이 부검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부검을 계속하게 되면서 법의학의 중요한 의미, 즉 사회에 억울한 죽음이 있으면 안 된다는 인권존중의 숭고한 의미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진행했던 부검을 통해 명확지 않았던 또는 잘못 결정될 뻔했던 많은 변사 사건의 사인들을 밝혀냄으로써 대한민국의 의사로서 국가와 사회에 작지만 중요한 기여를 했다는 자부심을 느낍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라면, 국군법의군의관으로 전방 지역에서 근무할 때 사망한 군인 한 명을 부검했던 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문득 부검대에 누워있는 병사를 보며 “만약 내가 오늘 죽는다면 내일은 이 병사처럼 누워서 부검을 기다리게 되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제 삶에 대한 자세를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퇴임 후 계획도 말씀해주세요.

퇴임 후에는 건양대학교 의과대학의 석좌교수로 지금까지 하던 일과 같은 일을 계속할 예정입니다. 그곳에 가서 새로운 마음으로 진료와 학생 교육에 최선을 다하려고 생각합니다.

오랜 기간 병리과에 계셨는데, 그 동안의 변화상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사회는 지금 우리 스스로 적응이 힘들 정도로 빠른 변화를 보이고 있습니다. 병리과도 제가 처음 시작할 때는 단순히 병의 최종 진단을 내리는 것이 주된 임무였습니다. 그러나 지금 저는 병리과가 질병, 특히 암 치료의 중심 역할을 하는 것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눈부신 과학의 발달로 다양한 질병을 가진 인간 각각의 유전자에 맞춰 맞춤치료를 하는 단계에 와있지요. 병리과는 이러한 맞춤치료의 선택기준을 결정하는 역할을 하는 아주 중요한 과가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충남대학교병원에서 함께 일했던 구성원들에게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충남대학교병원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 우리는 충남대학교병원이라는 배를 타고 있는 하나의 가족이라는 생각으로 살아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때때로 우리는 우리가 타고 있는 배가 잘 가고 있는지, 잘못 가고 있는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잘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나도 계속해서 나아갈 수 있도록 노를 저어야 할 것이며, 잘못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나부터 배의 방향을 올바르게 잡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함께했던 주변 분들을 생각하면 아주 잘해주고 계시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의미에서 충남대학교병원이라는 배의 미래는 아주 밝은 것 같습니다.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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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병리과 과장으로 재직 시 충남대학교병원 경진대회 우수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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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초대 의학전문대학원장으로 의학전문대학원 현판식 주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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