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읽기

사진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적과의 싸움

글_충남대학교 의과대학 미생물학교실 · 기초의과학연구센터 결핵병인기전연구실 김화중 교수

우리는 종종 다른 사람의 마음이나 생각을 몰라서 서로 상처를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한다. 때론 오랫동안 마음의 상처로 남기도 한다. 눈에 보이는 것 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실체가 없는 것들이 문제가 될 때가 많고 제어하기도 힘들다. 인류는 실체는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로 인해 많은 시련을 겪어 왔고, 앞으로도 이들과 끊임없이 전쟁을 벌이게 될 것이다.

인류는 실체는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로 인해 많은 시련을 겪어 왔고, 앞으로도 이들과 끊임없이 전쟁을 하게 될 것이다. ‘스페인독감’ 유행으로 1817~1823년까지 전 세계에서 약 3천만 명이 사망하였고, 1968년 ‘홍콩독감’으로는 70여만 명이 사망하였다. 의료기술이 발달한 현재에도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적과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적을 알아야 한다. 미생물에는 ‘세균’, ‘바이러스’, ‘진균’, ‘기생충’이 있다. 이중에서 코로나19가 속한 바이러스의 특성을 간단히 설명하고자 한다. 동물세포와는 달리 바이러스 유전체는 DNA와 RNA 중 한 종류만을 갖고 있고, 이들 핵산에 단백질이 결합된 ‘뉴클레오캡시드’가 기본 구조이다. 바이러스에 따라 이들 캡시드를 둘러싸는 외피가 존재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외피가 존재하는 RNA 바이러스다(<그림> 참고). 외피에 존재하는 ‘표면돌기 당단백’은 감염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외피가 제거되면 감염력을 상실하게 된다. 외피는 산, 소독제, 건조, 알코올, 계면활성제 등에 의해 쉽게 파괴된다. 따라서 외피가 있는 독감이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예방을 위해 비누나 소독제로 손을 자주 씻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반면 외피가 없는 바이러스는 이러한 소독제나 장관 내 소화효소에 저항을 하기 때문에 소화기를 통해 감염되는 모든 바이러스(예: 식중독의 흔한 원인인 노로바이러스)는 외막이 없는 바이러스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외피보유 바이러스는 건조나 열에 약하기 때문에 안정된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습도와 온도가 필요하기 때문에 점액을 함유한 호흡기 상피세포를 통해 감염이 일어나게 되고, 공기 중으로 배출된 바이러스는 오래 버티지 못한다. 따라서 독감이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은 무더운 여름보다는 겨울에 유행하게 된다. 감염된 사람으로부터 작은 크기의 비말에 섞여 배출된 바이러스에 의한 전파와 함께 감염자 콧물이 묻은 손-문고리-비감염자의 손을 통해 전파되는 경로도 주요 감염경로이기 때문에 손 씻기가 바이러스 감염예방을 위한 기본이다.

바이러스 감염의 퇴치를 위해서는 항바이러스제와 백신의 개발이 필요하다. 바이러스 증식은 숙주세포 공장을 이용하기 때문에 바이러스만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항바이러스제를 개발하는 것은 쉽지 않다. 바이러스 백신 개발의 원리는 주로 숙주세포와 바이러스 간의 흡착에 관여하는 성분(표면돌기 당단백)에 대한 항체생산을 유도하는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비롯한 많은 바이러스는 이들 돌기항원의 변이가 심해서 백신개발이 어렵다. 이런 이유로 독감백신은 전년도에 유행했던 바이러스 주를 사용하여 매년 새로 만든다. 현재 백신으로 예방이 가능한 대부분의 바이러스는 비교적 항원의 변이가 거의 없는 경우이다.

인류 역사가 말해주듯 코로나19와 같은 상황은 언제든 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아마도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과의 전쟁에서 완전히 승리는 못하지만 극복은 할 것이다. 우리 기초의과학연구센터의 연구자들은 보다 빠른 감염병 극복을 위해 오늘도 실험실에서 씨름을 하고 있다. 다행이도 우리 몸에는 면역체계라는 강력하고 정교한 방어무기가 있기 때문에 과도한 공포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사진

사진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