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교원 인터뷰
체계화된 시스템으로
혁신의 문을 열다
호흡기내과 김주옥 교수
호흡기내과는 1992년 개설된 이후 질환별 전문화된 연구와 진료에 집중해 온 결과 현재 전공이 세분화되어 전 분야에 걸쳐 총 8명의 의료진이 근무하고 있다. 개설 이후 중증 질환에 대해 체계화된 연구 시스템을 갖추는 데 총력을 기울였으며, 2020년에는 폐암 적정성평가 1등급을 받음으로써 지역 거점 의료기관으로서의 우수한 진료 수준을 검증해 내기도 했다. 특히 호흡기내과 김주옥 교수는 1989년 부임해 질환별 세분화된 진료 및 연구 시스템을 갖출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한 인물로 지금의 성과를 이끈 주역이기도 하다. 올해 8월 정년을 앞둔 김주옥 교수를 만나 호흡기내과를 비롯한 병원이 이룬 성과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Q___33년이라는 시간 동안 병원에 재직해 온 만큼 개원 50주년을 바라보는 소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___1982년 3월부터 1986년 2월까지 충남대학교 부속병원에서 인턴 및 내과 전공의를 하였고, 1989년 2월부터 전임강사로 임명되어 교수로 근무했습니다. 올해 8월 말에 정년을 하면 충남대학교병원에서 근무한 기간은 총 37년 6개월이고 교수로 재직한 기간은 33년 6개월이 됩니다. 1976년 충남대학교 의예과에 입학한 후 서울대학교병원 호흡기내과에서 전임의 1년, 대전을지대학교병원 호흡기내과장 2년을 보냈습니다. 이를 제외하면 제 경력에서 충남대학교병원과 충남대학교는 43년 6개월을 차지합니다. 특히 50주년을 맞아 이렇게 인터뷰를 하게 되어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윤환중 원장님과 제작부서에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그동안 병원 발전을 위해 함께 애써주신 의료진과 임직원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Q___병원의 발전 과정 속에서 가장 큰 변화라고 느꼈던 일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A___지난 50년 동안 충남대학교병원은 많은 발전을 거듭해 왔습니다. 의료원을 인수해 사용했던 대흥동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부속병원 시절에는 장비나 시설 측면에서 협소하고 낙후된 부분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내과 전공의 2년 차에 접어들 때 현재 병원 자리인 대사동으로 이전을 했는데요. 당시 내과 의국의 이삿짐을 날랐었는데, 병원에 들어서자마자 7층 규모의 새 건물과 그 안에 널찍하게 자리 잡은 복도를 보고 무척 인상 깊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당시 병원장이셨던 내과 이복희 교수님이 여러 국립대학교병원 원장님이 오셔서 많이 부러워하셨다는 말씀을 하셨을 정도로 최신식 병원이었지요.
Q___병원이 성장하는 과정 속에 호흡기내과도 많은 발전을 거듭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겪었던 가장 큰 난관은 무엇이었나요?
A___처음 전임강사로 임용된 뒤 11년 동안 현재는 정년을 하시고 스와지랜드에서 의료선교와 의과대학 설립을 추진 중이신 김선영 교수님을 모시고 진료와 강의,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항상 예산 문제가 걸림돌이었는데, 새로운 치료 기계를 요청하면 “햇병아리가 무슨?” 아니면 “타 대학교병원에서도 해당 기계를 활용해 치료하고 있느냐?”라는 질문을 받거나 아예 추진이 안 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Q___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하셨고 개인적으로 어떤 마인드로 업무에 임하셨습니까?
A___한 조직의 리더로서 내 생각을 앞세우기보다는 타인의 생각을 먼저 존중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는 노력을 했었습니다. 누군가로부터 좋은 의견을 들으면 “자신 있게 시도해 보라”고 적극 지지하되, “도움이 필요할 경우에 언제든 상의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이 덕분에 많은 후배 의료진과 단합을 유지하며 호흡기내과를 안정되게 이끌어 온 것 같습니다.
Q___노력의 결과 호흡기내과는 어떤 모습으로 발전했고 그 성과는 어느 정도일까요?
A___법인화 이후 전공분야 교수를 보강한 결과, 현재 본원에 8명의 전문의가 재직 중입니다. 제가 분과장으로 부임한 이후 호흡기내과의 목표는 각 의료진이 세부 분야별로 전문성을 갖추고 연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현재 폐암과 폐결핵, 천식 및 만성폐쇄성폐질환, 간질성폐질환, 중환자의학 등 중증 질환 분야를 세분화해 전문 의료진이 진료를 보고 있고 기관지초음파내시경(EBUS)과 같은 최신 장비를 도입해 정확한 진료와 치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 2020년부터는 성과를 인정받아 폐암 적정성평가 1등급을 받기도 했습니다.
Q___연구 업무에도 많은 심혈을 기울이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호흡기내과의 괄목할 만한 연구 성과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A___감염생물학(기생충학)교실의 이영하 교수에게 지도 받으며 함께 연구한 ‘톡소플라스마(Toxoplasma)충의 항암 효과’를 보고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당시 ‘차후 연구비가 충분히 늘면 어떤 단백질이 이런 역할을 하는지 규명해서 항암제를 만들자’고 했던 약속을 아직까지 못 지킨 것이 아쉽기도 합니다. 폐암을 연구하는 많은 후배 교수가 꼭 규명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호흡기내과 교수들의 연구 성과도 대단한데요. 특히 폐암 분야 연구가 활발합니다. 『Nature』지에 공동 제1저자로 연구논문을 낸 교수도 있고 항암 치료 중에 내성기전에 대해 활발히 연구하는 교수, 면역항암제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는 교수도 있지요. 또 폐암에 관한 연구가 활발해지려면 조직학적 진단이 필수인데 이때 기관지경을 이용해 조직검사를 하고 적법하게 조직은행에 보관하고 있는 교수도 있습니다. 또한 중환자 진료 역시 활성화되어 코로나19 사태에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호흡기내과의 연구 역량이 높아져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교수직을 잘 수행해왔다는 보람을 느낍니다.
Q___근무하시면서 개인적인 연구업적으로 건강을 찾은 환자 사례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A___폐암환자의 치료는 기본적으로 수술요법과 대증치료, 항암화학치료 및 방사선 치료와 같은 비수술요법이 있습니다. 비수술요법과 관련한 사례로는 10여 년 전에 경구항암제(EGFR TKI)가 개발되어 수술이 불가능했던 환자가 복용 후 완치된 경우가 있습니다. 또 질환이 깊게 진행되어 수술이 불가능했던 폐암환자가 주사용 항암제인 페메트렉시드(Pemetrexed) 유지요법으로 완치된 경우도 있습니다. 폐암 외에 질환과 관련해서는 다제내성결핵을 가진 일가족 3명을 모두 완치시킨 사례가 있고, 현재는 매우 감소한 폐디스토마 폐질환의 국내 진단 양성률이 제가 맡은 진료에서 전국 최고를 기록했던 적이 있습니다. 이는 많은 전공의에게 입원환자의 X-ray를 보면 기생충검사를 해야 하는 근거를 제시했습니다.
Q___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의료 현장에서 어려운 점이 많으셨을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무엇이며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할까요?
A___K-방역으로 초기 대처도 잘했고 백신을 늦게나마 확보해서 4차 접종까지 독려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호흡기내과 의사로서 이번 팬데믹을 겪으며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우선 전국의 의료원과 시립병원, 국공립(대학교)병원, 사립(대학교)병원이 음압시설과 중환자실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백신의 중요성 또한 뼈저리게 느꼈는데요. 이번 기회에 국내 많은 제약회사가 바이러스 백신 제조 기술을 꼭 확립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다만 정부대응에 아쉬운 점이 한 가지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2만 5000명 정도의 국민이 사망을 했는데, 최근 5년간의 국민사망자 수를 비교해 봤을 때 그 수가 많지 않았던 것이지요. 의미인즉슨 대부분 기저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한꺼번에 또는 예상보다 빨리 사망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정부가 매일같이 사망자 수를 발표해 국민에게 불안을 야기해서는 안 되며, 언론도 경쟁적으로 확대 보도하여 불안을 공포로 바꿔서는 안 될 것입니다.
Q___감염병 대응과 관련해 개선되어야 할 정부 정책이 있다면 의견 부탁드립니다.
A___미래에 같은 상황이 또 발생할 경우에는 백신을 맞은 국민을 대상으로 무상으로 항체검사를 반드시 해서 과학적인(근거중심) 접종을 하기를 강력히 바랍니다. 일부 백신 접종자에게 돈을 지급하면서까지 항체 검사를 하는 우를 다시는 범하지 않기를 권고합니다. 또한 전 국민 재난지원금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한데 공무원이나 공기업 혹은 사기업의 근로자들에게도 과연 지원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지요. 자영업자들에게 지급하는 기준 역시 과거의 세금 납부 실적을 감안해서 지원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고 정부는 하위 20%의 국민을 책임지면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유럽의 한 나라에서는 전년도 세금 실적의 80%를 지급해 고용주가 직원을 줄이지 못하도록 대처한 사례가 있습니다.
Q___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와 백신접종에 관한 견해가 있다면 설명 부탁드립니다.
A___국민의 70% 가까이 3차 접종까지 했으면 올해 1월경에는 거리두기를 대폭 완화해 정점을 지나 3월부터는 학교에서 대면수업을 하도록 했어야 했습니다. 비록 늦었지만 실외에서 마스크를 벗도록 한 것은 잘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백신접종 프로토콜 부분도 개인적으로는 아쉽게 생각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고령자와 고령 환자들에게 백신을 접종하였는데 앞으로는 활동량과 대인접촉이 월등하게 많은 젊은 사람부터 먼저 접종하여 빨리 종식시키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Q___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의료계는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할까요?
A___코로나19 팬데믹을 보면서 의사단체들도 많은 자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전문적인 지식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이렇게 많은 사람이 백신접종을 완료했으면 경제적인 측면도 고려해 더 빨리 거리두기 완화를 권고했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호흡기내과와 감염내과 의료진의 반성도 촉구합니다.
Q___의료계에 4차 산업혁명이 큰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충남대학교병원과 호흡기내과는 변하는 시대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A___4차 산업혁명을 정의하자면 2016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처음 언급한 개념으로 디지털 혁명인 3차 산업혁명에 수학과 물리학 같은 기초과학과 정보통신기술이 융합되어 이루어진 지식혁명을 의미합니다. 이런 시대에 대비해 우선 교육 현장에서는 대학교수를 포함해 학교의 선생님이 상상력이 풍부한 학생을 눈여겨 보며 이들이 엉뚱한 행동을 했을 때 야단치기보다 기를 살려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을 보면 생각하지도 못한 앱이 엄청 많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사람 중에는 천재보다 괴짜가 많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병원의 진료시스템에도 많은 변화가 있을 것입니다. 호흡기내과의 예를 들자면 가상공간에서 기관지경을 이용한 검사를 경험하는 것은 물론 수술이나 치료에도 적용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빅데이터가 중요하기 때문에 환자의 정보를 정확하게 입력해 보관하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특히 X-ray 소견과 임상소견, 조직학적 소견을 종합하여 의료분야에 이용하면 진단이나 치료에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또한 트랜스포머 등의 공상과학 영화처럼 ‘4D printing technology’를 이용한 의료기구가 상용화되어 의료계에도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 예측합니다.
Q___최근 기업은 물론 학교와 병원 등도 ESG 경영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충남대학교병원은 이 같은 사회적 요구를 어떻게 충족해 나가야 할까요?
A___ESG는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및 지배구조(Governance)’의 약자로 재무적 이익 외에 윤리적인 책임까지 다하는 기업에게 투자할 수 있는 ‘사회적 책임투자’를 위한 지표가 되고 있습니다.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친환경 제품을 최우선으로 사용하며, 폐기물 처리에도 능숙한 회사가 더 높은 평가를 받게 되는 것입니다. ESG 경영의 최종 목표는 환경과 사회에 대한 책임 및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평가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되는데요. 충남대학교병원도 ESG 경영에 대해 많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의료계에서는 친환경 제품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탄소중립을 추구해야 합니다. 인권문제,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보호, 직원의 안전과 보건문제, 인종, 출생지 및 성별 등을 차별하지 않는 다양성이 지켜지는 병원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이를 위해 SNS나 영상 플랫폼 등을 이용하여 홍보나 교육을 진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김주옥 교수는 평소 타인의 생각을 먼저 존중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며 호흡기내과를 안정적으로 이끌어왔다.
Q___지나온 50년을 발판으로 새로운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충남대학교병원 구성원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___1982년부터 40년 6개월 동안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부속병원을 거쳐 충남대학교병원으로 변화되는 과정을 지켜봐왔습니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병원을 사랑하는 많은 직원과 열정적으로 진료와 연구에 임하는 교수님들 덕분에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시간 쌓아온 저력을 바탕으로 50년 미래가 더 빛날 것이라 믿습니다. 이제 국내를 넘어 세계적으로 명망 있는 병원으로 우뚝 서기를 기대합니다.
Q___정년 이후 제2의 인생을 위해 어떤 계획을 가지고 계신지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___더 이상 환자 진료는 하지 않을 계획입니다. 2015년에 이미 금산군 진산면 만악리 산자락에 있는 토지를 매입한 후 2016년부터 견과류로 알려진 피칸(pecan) 접목묘를 심었습니다. 주말마다 농원에 들러 관리를 했지만 시간이 많지 않아 타이머로 관수만 하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작년에 처음으로 몇 개의 피칸이 열렸고 올해는 암꽃이 조금 더 피었지요. 판매할 목적으로 농사를 시작한 것은 아니고 은퇴 후 아내와 함께 운동장 겸 놀이터로 이용할 계획입니다. 혹시 저의 일상이 궁금하신 분은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깜지금산’또는 ‘해마루피칸농원(아이디 kamji803)’으로 서치하면 제 영농일기장인 블로그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