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마음
충남대학교병원이 지원한 환자 사례를 따뜻한 동화로 만나봅니다. | 글 편집실 | 자료제공 장기이식센터 전영아 코디네이터


“우리 애기, 걱정 말아요. 다 잘 될 거야.”
오전 회진을 기다리며 남편은 오늘도 한나씨의 손을 꼭 잡아줍니다.
남편은 병원에 오고부터 애기라는 말이 부쩍 늘었습니다. 부인과 나란히 입은 환자복을 보고 가끔은
‘커플티’라 너스레를 떨기도 합니다. “환자복을 입어도 어쩜 이리 예쁘냐”는 말도 잊지 않고요.
한나씨가 콩팥이식수술을 마치고 입원한지 오늘로 딱 3일째. 이미 두 사람은 병원에서
‘깨가 쏟아지는 중년의 잉꼬부부’로 통합니다.
“거봐. 내가 말했죠? 다 잘 될 거라고.”
의사 선생님과 이야기를 마치고 돌아온 남편의 입꼬리가 내려올 줄을 모릅니다.
경과가 좋다는 소식에 둘은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를 꼭 껴안습니다.
몇 달 전 한나씨의 아들이 콩팥기증 부적합 판정을 받았을 때 이미 다 끝났다고 생각했었거든요.
하지만 남편은 달랐습니다. 혈액형은 달라도 이식할 수 있을 거라며 포기하지 않았죠.
검사 끝에 이식 기증 적합판정을 받게 되자 마주치는 의사 선생님들을 붙잡고 연거푸
감사 인사를 했다니까요. 아마 그때의 기억들이 자꾸만 떠오르나봅니다.
한나씨는 이별의 아픔을 크게 겪고 몇 년 전 지금의 남편을 만났습니다. 남편도 마찬가지고요.
둘 다 첫 결혼에 실패했던 만큼 더욱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사랑을 키워갔습니다.
이렇게 다시 시작된 신혼은 행복이란 두 글자가 부족할 만큼 즐거운 나날이었습니다.
결혼 후 듣게 된 한나씨의 만성콩팥병 소식도 두 사람에겐 걸림돌이 되지 않았습니다.
“내가 언제든 함께 할 테니 아무 걱정 말아요. 이식받고 나면 금방 건강해 질거야. 나 담배도 끊었고 술도 안마시잖아.”

하지만 현실의 벽은 너무나도 높았습니다. 모아둔 돈은 없고 설상가상 포크레인을 모는 남편은 건설경기
침체 속에서 검사비는 커녕 이식비용 대기에도 빠듯 했거든요. 게다가 한나씨는 혈액형이 다른 남편의
콩팥을 이식받느라 한 달이나 입원해야 했습니다. 이 안타까운 사연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의료비를 지원해 주겠다 소식을 들은 것도 이때였습니다. 부부의 사랑 앞에 높다란 현실의 벽도 무너졌다고나 할까요.
덕분에 부부는 웃음을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날씨가 제법 따뜻합니다. 병실 침대에 나란히 누운 부부는 퇴원하면 제일 먼저 어딜 놀러갈지,
어젯밤 나눈 이야기도 빼놓지 않고 적어 내려갑니다. 한발 한발 봄이 다가올수록 두 사람의 사랑으로
채워진 노트도 한 장씩 넘어갑니다.
이 글은 충남대학교병원 장기이식센터에서 신장이식 수술을 받은 주oo님의 사연을 동화로 재구성한 것으로 사실과는 일부 다를 수 있습니다.
만성콩팥병에 걸린 부인을 위해 남편은 자신이 콩팥기증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혈액형이 달라 혈장 교환술과 1~3차 검사 등 여러 절차를 거쳐 이식을 하게 됐고, 경제적 어려움이 있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시행하고 있는 ‘중증질환 재난적의료비 지원사업’을 통해서 이 부부의 치료비를 지원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