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

따뜻한 마음

충남대학교병원이 지원한 환자 사례를 따뜻한 동화로 만나봅니다. | 봄 편집실 | 자료제공 충남대학교병원 장기이식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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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고집 부리지 마세요. 우리 수술해요. 제발요. 제가 결혼해서
아들딸 낳는 모습 엄마가 봐주셔야죠.”
자신의 품에 쏙 들어올 정도로 작아진 엄마. 오랜 간경화를 앓으며
살이 부쩍 빠진 엄마를 바라보는 수호 씨의 표정은 비장합니다.
엄마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걸 알기에 이번만은
결코 물러설 수 없습니다.
“싫다는데 왜 자꾸 그러니? 네가 간 떼어 준다고 하면 내가 얼씨구
좋다고 노래라도 할 줄 알았어?”
한사코 간을 받을 자격이 없다며 이식수술을 거부해 온 엄마 소정 씨도 마음에 없는 모진 말을 쏟아냅니다. 그런 엄마의 마음을 알기에
수호 씨는 더 야속하고 화가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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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소정 씨는 수호 씨가 5살 되던 해 처음 만난 엄마입니다. 세상은 소정 씨를 새엄마라 불렀습니다.
하지만 돌도 안 된 아이를 두고 세상을 떠난 친엄마를 대신해 철부지 아이를 마음으로 품어주고
세상의 바람막이가 되어주었던 진짜엄마는 소정 씨입니다. 수호 씨는 친구들처럼 엄마라 부를 수 있는
존재가 생긴 것만으로도 세상을 다 얻은듯했습니다. 이제 놀이터에도 엄마 손을 잡고 당당하게 갈 수 있었고,
엄마가 “수호야 이제 그만 놀고 들어와”하고 부르면 친구들에게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엄마를 향해 달려
갈 수 있었으니까요. 그런 엄마가 몇 해 전 간경화 진단을 받았습니다. 최근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어
이식수술만이 살 길이라 합니다. 엄마에게 자식은 오직 수호 씨 자신뿐입니다. 건설현장에서 노동일을 하는
아들의 건강이 걱정돼 수술을 거부하는 엄마, 그런 엄마를 설득하려는 아들은 결국 얼굴을 돌리며 눈물을 쏟습니다.

“말도 안돼요. 우리 엄마라고요.”
산 넘어 산이라고 했던가요? 엄마만 설득하면 모든 것이 순조로운 줄 알았는데 혈연으로 맺어진
친족관계가 아닌 타인 간 증여라는 이유로 이식수술 승인신청이 거절됐다는 통보입니다.
불법장기매매 예방을 위해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의 승인규정이 까다로워졌다 합니다.
하루라도 수술이 시급한 엄마를 생각하자 수호 씨는 미안함과 절망감에 고개를 들 수 없었습니다.
아버지와 결혼해 평생 맘 편한 날이 없었던 엄마. 수호 씨는 엄마가 결혼 생활 내내 지속된
남편의 폭력과 외도에도 자기를 혼자 두고 갈 수 없어 삶의 무게를 고스란히 견뎌내고 인고의 세월을 보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어느 엄마와 아들이 이들 모자만큼 서로를 온전하게 이해하고 사랑했을까요.
국가 승인이 거절됐다고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수호 씨는 바로 병원의 장기이식센터에 도움을 요청하고
수술승인을 받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습니다. 이들 모자의 사연을 잘 알고 있는 충남대학교병원
장기이식센터도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에 이들의 사연과 진정성을 호소하며 수술승인을 받을 수 있도록
행정절차를 지원했습니다.

수술을 하루 앞둔 수호 씨가 엄마를 꼭 안아줍니다.
“엄마, 엄마를 처음 만난 날 저를 이렇게 꼭 안아주시던 그때 그 느낌 아직도 생생해요.
‘엄마란 사람은 이렇게 따뜻한 거구나’하고 생각했었어요. 수술 끝나면 우리 이제 단풍 보러가요.
피가 섞여야 가족인가요? 마음을 나눠야 진짜 가족이죠.”

※ 이글은 충남대학교병원 장기이식센터에서 아들의 간을 기증받아 이식 수술을 한 박○○님(50대)의 사연을 동화로 재구성한 것으로 사실과는 일부 다를 수 있습니다. 충남대학교병원은 혈연관계가 아닌 이들 모자가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의 이식수술승인을 받을 수 있도록 행정적인 절차를 돕고 생활이 넉넉지 않은 환자가 수술비 일부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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