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듣는 이야기
11월호 테마인 ‘유전자’의 의미를 짚어봅니다. | 글 봄 편집실 | 감수 진단검사의학과 권계철 교수
우리 몸 속 작은 책장 유전자
우리 몸의 모든 정보가 저장돼 있는 유전자는 그 크기가 매우 작지만 위력은 실로 엄청나다. 작은 고추가 맵다고 했던가. 유전자 검사를 통해 우리는 태아의 유전질환 여부를 판별할 수 있고,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친자확인도 가능하다. 또 유전자 속 ‘DNA’는 범죄 수사할 때 이미 지문보다 훨씬 정확한 증거를 찾아내고 있다. 이제는 뉴스나 영화에서도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유전자.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유전자’ 이야기를 준비했다.
생명의 실체가 드러나다
‘유전자’ 뒤에는 항상 염색체, DNA, RNA 등의 단어가 따라다닌다. 이들은 유전자와 어떤 관계일까. 컴퓨터 프로그램이 숫자 0과 1의 배열로 구성돼 있듯, 유전자는 DNA의 배열에 의해 만들어진다. DNA는 체내 단백질을 합성하는 일을 하는 유전물질로, 몇 개의 바이러스를 제외하고 모든 생물의 유전자가 DNA다. 모양은 당-인산-염기로 구성된 뉴클레오티드 사슬 2개가 나란히 꼬여 있는 ‘이중나선형(double helix)’ 형태를 띤다. 이 뉴클레오티드는 네 가지 염기(A(아데닌), G(구아닌), C(시토신), T(티민))의 배열 순서에 따라 종류가 달라지고 우리 몸의 유전 정보가 암호화된다. 즉 염기의 순서에 따라 머리 색깔, 얼굴 생김새, 혈액형, 심지어 성격까지 정해지는 것이다.
RNA는 일종의 ‘DNA 복사본’과 같은 존재다. DNA를 대신해 핵 밖으로 나가 단백질을 만들어 내는 일을 담당하는 유전물질이다. RNA에는 크게 3가지 종류가 있는데 모두 DNA의 정보를 복사(전사)한 다음 세포질 안으로 이동해 각기 다른 기능을 수행한다. mRNA는 DNA의 유전정보를 세포질 안의 리보솜에 전달하는 역할을 맡고 있고, tRNA은 각각의 위치에 맞는 아미노산을 가져와 mRNA에 운반하는 일을 한다. rRNA는 리보솜을 구성하는데, 리보솜은 세포질 속에서 단백질을 합성하는 역할을 하는 복합체로, 이 리보솜을 구성하는 rRNA가 전체 RNA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1만 년 전 매머드가 내 눈앞에?
남들과 다른 특성을 지녔을 때 우리는 흔히 ‘DNA부터 다르다’라고 말한다. 모든 생명체는 DNA의 염기 서열에 따라 각기 다른 모습과 성격을 지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1990년 ‘인간게놈 프로젝트’가 진행된 적이 있다. 인간의 모든 염기 서열을 해석해내겠다는 대대적인 프로젝트였다. 세계 각국의 유전자 센터와 대학을 중심으로 진행된 이 프로젝트는 지금까지 당시 성과내용을 보완하는 발표가 이루어질 정도로 학계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염기 서열을 알아내려는 이유는 뭘까. 바로 영화에나 나올 법한 ‘복제기술’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고대 흡혈곤충 속 공룡의 피에서 DNA 정보를 얻어 공룡을 부활시키는 영화 <쥬라기 공원>의 한 장면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것. 실제로 1996년 복제양 돌리의 탄생 이후 DNA 분석을 통해 지금까지 20여 종의 포유류 복제에 성공했다. 이 기술은 여전히 윤리적인 문제로 의견이 분분하지만, 앞으로 정확한 유전자 정보를 기반으로 한 난치병 치료제 개발에 중요한 열쇠가 될 수도 있다. 이외에도 우량한우 같은 우수한 형질의 보존, 더 나아가 1만 년 전 멸종된 매머드의 복원까지. 앞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복제기술을 찾을 날도 머지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