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진료실 1
글 진단검사의학과 김선영 교수
무궁무진한 유전자의 힘
환자맞춤형 치료의 미래를 열다
생명과학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하면서 유전자를 검사할 수 있는 기술의 영역도 점차 넓어졌다. 특정 질환과 연관된 유전자에 대한 검사를 통해 질병의 진단이 가능해졌으며, 어떤 유전자의 변이는 미래에 발병 가능한 질환까지도 예측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무궁무진한 유전자의 능력이 알려지면서 병의 조기발견과 예방의 길을 열어주는 유전자 검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비밀을 푸는 열쇠, 유전자 검사
생명체의 유전정보는 핵산(DNA 혹은 RNA)안에 들어있다. DNA는 아데닌(A), 티아민(T), 구아닌(G), 사이토신(C)의 4종류의 염기로 구성되어 있으며 인간의 모든 유전 정보는 이러한 30억 개의 염기의 배열에 의하여 결정되는 4진수의 컴퓨터와 같은 체계로 이루어져 있다. 유전자검사 기술의 발전에 가장 중요했던 기술은 중합효소연쇄반응(PCR)이라는 방법으로, 특정 염기서열을 선택적으로 증폭시키는 방법을 통해 미세한 양의 핵산으로부터 원하는 부위의 핵산을 다량 확보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유전자 검사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발전은 염기서열을 판독하는 기술의 개발이다. 가장 널리 쓰이는 방법이 Sanger가 고안한 기술이다. 형광물질이 부착된 염기들을 넣어 형광신호를 읽음으로서 염기의 순서를 확인하는 것이다(그림1). 최근에는 차세대염기서열분석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으며 이러한 기술을 이용하여 Sanger 방법으로는 300에서 1000개 정도의 염기 서열만이 확인 가능 하였던 것에 비해, 몇 백만 개부터 몇 십억 개의 염기 순서를 확인하는 것이 가능해져서 이전과 비교가 되지 않는 많은 양의 유전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유전자 변이가 각종 유전병의 원인이 될 수 있어
유전자 변이는 특정 유전자 내의 염기가 다른 종류의 염기로 변환되거나 염기 중 일부가 결실되거나 중복되는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유전자 변이는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태어나서 한 사람의 모든 세포에 나타나는 선천성 변이가 있으며 이러한 변이들은 각종 유전병과 유전성 암들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할리우드의 유명 여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BRCA1의 변이를 보유한 것을 알게 되어 유방절제술과 난소 제거수술을 받아 전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기도 하였다(그림2). BRCA1 유전자 변이를 가지고 태어날 경우 유방암에 걸릴 확률은 50%~80%, 난소암에 걸릴 확률은 30%~50% 높이게 된다. 또 다른 종류의 유전자 변이는 후천적으로 특정 세포의 유전자에 손상이 생겨 변이가 발생하는 경우다. 발암유전자 혹은 암 발생을 억제하는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발생하게 되면 세포가 정상적으로 조절되지 않고 끊임없이 증식하며 유전변이가 축적이 되어 암으로 진행될 수 있다.
세계의료계의 관심사 ‘정밀의학’
오바마 행정부는 2015년 정밀의학(Precision medicine)을 우선 의료 정책 중 하나로 선정하고 연간 2억 1500만 달러를 투자하여 적극적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정밀의학이란 진단부터 치료에 이르는 모든 단계에서 환자의 개인 특성을 바탕으로 정밀하고 정확한 치료법을 도출해 진단부터 치료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를 유전·환경·생물학적 특성 등 환자 조건에 맞게 적용한다는 개념이다.
2003년 첫 인간 게놈 프로젝트가 완성이 되기까지 13년간 3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이 투자되었으나 10여년이 지난 현재 차세대염기서열분석법을 이용하여 1000달러면 개인의 유전자 전체 염기서열 분석이 가능하게 되었다. 종양의 유전체를 분석하여 종양을 유전형으로 새로이 분류하고 암 발생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 이상에 대한 표적 치료를 시행할 수 있으며, 개인에게 잘 반응하는 약물들을 선택하여 정확한 용량으로 투여해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유전병이 있는 환자에게는 원인 유전 이상을 정상인 유전자로 치환하는 치료를 시행할 수도 있다. 하지만 유전자 수는 엄청나게 많고 유전자의 어느 부위에서도 다양한 변이의 발생이 가능하며, 유전자 변이가 모두 질병에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므로 유전 검사의 해석은 매우 어려우며, 개인 맞춤의학의 실현을 위해서는 유전자 이상과 질병과의 상관관계에 대한 광범위한 연구가 필요하다. 유전자 분석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정밀의학은 이제 시작되고 있으며, 유전 정보의 축적과 기술의 발전 속도를 볼 때 향후 멀지 않은 미래에 지금은 상상하지 못하였던 많은 의학적 정보들이 유전 검사를 통하여 제공될 것으로 생각된다. 유전 정보가 질병의 치료와 예방에 광범위하게 사용될 미래에 대한 준비가 의학적으로 또한 사회적으로도 필요할 것이다.

그림1

그림2

진단검사의학과 김선영 교수
| 전문분야 |
혈액학, 분자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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