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03

동행 1_ 정년퇴임 기념 인터뷰1 사진

글+사진| 편집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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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에 부딪히든 최선을 다해주세요”
정신건강의학과 왕성근 교수

1969년 충남대학교 보운캠퍼스에 첫발을 디딘 20살 청년은 이제 40여 년을 몸담았던 충남대학교병원과 의과대학의 추억을 되짚어보는 원로교수가 됐다. 수면검사와 약물치료를 통해 환자들의 정신건강을 치료했던 왕성근 교수. 병원이 법인화를 준비하던 시기에는 기획조정실장으로, 의약분업이란 국가적 이슈로 의료계가 어지러웠던 시기에는 충남대 의과대학장으로서 안정적이고 탄탄한 조직운영에 헌신해왔다. 퇴임을 하루 앞둔 그의 책상에는 여전히 ‘This, too, shall pass away! Don’t loose your temper, Control your mind!’ 란 문구가 붙어있다. 언제나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던 사람, 왕성근 교수와 퇴임 소회를 함께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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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퇴임을 축하드립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12월 23일 오전 마지막 수업에서 학생들이 어떻게 알고 축하 꽃다발을 주었습니다. 선배교수님들이 거쳐 갔던 길이고 예상했던 일이라 마음의 섭섭함이나 아쉬움은 없습니다. 충남대학교병원과 함께한 40년을 아름답게 마무리할 때가 되었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를 선택하신 계기가 있나요?

돌이켜 보면 사실 큰 결심이나 계기는 없었던 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관심이 갔을 뿐이에요. 일반적으로 정신과라 하면 정신분석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고쳐주는 것이 본질이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분석이나 심리적인 측면보다는 논리적이고 이학적인 부분이 더 적성에 맞아 약물 쪽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수면의학 분야의 개척자로서 처음 수면의학과 만났을 때 부터 현재까지의 변화상을 회고해주세요.

작고한 스승이신 신석철 교수님이 권유로 수면의학에 발을 디뎠습니다. 1990년 일본으로 연수를 다녀오고 같은 해 충남대학교병원에 수면검사실을 개설했죠. 사실 처음 검사실은 기존 연구실에 분석장비만 갖다놓은 실정이라 방음을 비롯해 환경이 열악했습니다. 지금은 환경이 많이 좋아졌어요. 검사실도 2개로 늘고 전담 검사위원도 2명이 있습니다. 앞으로 수면센터로 확장·발전할 계획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수면장애라고 하면 불면증을 주로 생각하지만, 과수면증을 비롯해 잠자는 동안 이상행동을 하거나 수면의 리듬균형이 깨지는 등 다양한 증상이 있습니다. 수면장애가 질환으로 받아들여지기까지는 시간이 좀 필요했지요.

충남대학교병원의 기획조정실장, 충남대 의과대학장 등을 역임하시며 병원 발전에 많은 힘을
쓰셨습니다.

제가 병원과 대학발전을 위해 기여한 것은 특별히 없습니다. 재직기간 중 진행된 일들을 무난히 처리할 수 있었던 것에 만족합니다. 기획조정실장을 맡았던 1986년은 병원의 법인화 작업이 시작되던 초기였습니다. 규정 등 틀이 안 잡혀 있을 때라 우리 실정에 맞게 만들고 맞추려고 애썼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에도 바쁠 뿐이지 힘들다고 생각은 안했어요. 그때는 모든 직원들이 단합해서 새롭게 태어나는 우리 병원을 위해 열심히 해보자며 매주 그룹을 나눠 연수를 하곤 했습니다. 충남대 의과대학장을 했던 1999년과 2000년 역시 기존에 수립된 학교의 장기적인 발전 계획에 맞춰 일을 진행했을 뿐입니다.

의사로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셨나요?

특정 환자에 대한 기억보다는 그때그때 진료하면서 좋아진 결과를 보고 환자들에게 “좋아졌다”, “감사하다”는 인사를 받을 때 행복했습니다. 정신건강과에서는 생명이 위급한 경우보다 만성질환으로 꾸준히 관리해야 하는 환자들이 많아요. 전문의로서 진료를 시작한 1983년부터 지금까지 30년 이상 제게 진료를 보시는 분도 계세요.

인생의 지표로 삼는 좌우명이 있으신가요?

This, too, shall pass away! Don’t loose your temper, Control your mind!
‘이 또한 지나가리라. 화내지 말고 마음을 다스려라.’ 좌우명 이라기보다는 마음을 다스리고자 책상에 붙여놓고 자주 보는 글귀입니다. 성격이 급하고 직설적으로 말하는 편이에요. 또 저를 찾는 환자들은 좌절과 심리적인 상처가 있는 분이 많은데 그 분들께도 힘이 되는 말이고요. 누구나 살다보면 한 고비만 넘기면 또 기쁜 일이 생겨요. 기쁜 일에 자만하지 말고 힘든 일 좌절하지 않고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았으면 합니다.

앞으로 충남대학교병원을 이끌어갈 후배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평소 학생들에게 ‘어떤 일에 부딪히든지 최선을 다해라. 그리고 결과를 받아들여라’라고 말해왔습니다. 마찬가지입니다. 항상 자신이 있는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라는 당부를 드리고 싶습니다.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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