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03

동행 1_ 정년퇴임 기념 인터뷰2 사진

글+사진| 편집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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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와 스승을 뛰어 넘는 의사가 되어주세요”
소화기내과 이헌영 교수

1970년 의사의 꿈을 품고 고향 영천을 떠나 충남대학교 의과대학에 입학, 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충남대학교병원 응급의료센터 소장과 소화기내과 분과장을 거치며 소화기내과의 발전을 이끈 이헌영 교수. 대한간학회장,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대전충청지회장, 대한소화기학회 대전충청지회장 등을 역임하며 간담도 질환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를 통해 학술발전을 도모하고 환자의 권익을 옹호하는 의사이자 학자로, 참의료인을 양성하는 스승으로 30여 년을 봉직해왔다. 퇴임을 하루 앞둔 2월 23일, 이른 봄햇살이 따사롭던 연구실에서 이헌영 교수를 만나 영광의 시간을 함께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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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퇴임을 축하드립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먼저 자랑스러운 우리 충남대학교 의과대학과 충남대학교병원에 봉직하고 정년퇴임을 맞게 된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30년 동안 제자 양성에 힘써왔기에 아쉬움보다는 자랑스럽고 영광스러운 마음이 더 큽니다. 앞으로도 병원과 대학의 무궁한 영광을 바랍니다.

소화기내과를 선택하신 계기가 있나요?

소화기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질병군을 갖고 있는 분야임에도 학문과 기술적으로 선진국에 비해 뒤쳐져 있었죠. 제가 대학을 마치고 전공의를 할 무렵 마침 국내에도 신기술들이 도입되기 시작했습니다. ‘이 분야에서 앞서가는 사람이 되면 보람있겠다’ 생각했습니다. 또 지도교수님께서도 권유하시어 자연스럽게 이 길로 들어섰습니다.

간담도계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전문 시술법을 중부권 최초로 도입하셨습니다.
간질환에 대한 전문 치료가 가능하기까지 변화상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선진화된 치료기법이나 약물치료 등을 적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학회 참여도 열심히 하고 보다 나은 치료법을 도입하려고 노력했습니다. 1980년 후반에 국제학회 등을 통해 간담도계 치료법이 소개되기 시작했고 국내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간경변증의 주요합병증인 식도정맥류출혈에 대한 내시경적 정맥류 경화요법과 결찰술을 비롯해서 담관암이나 담관결석 등에 관련된 내시경적 십이지장 유도절개술과 담관내액관설치 등이 도입됐습니다. 충남대학교병원에는 1990년 초에 도입했는데요, 시술 관련 교육과 실행기법 전수가 체계적으로 진행되며 많은 발전을 이뤘습니다. 또 근래에는 B형간염과 C형간염에 대한 각종 항바이러스성 치료법도 계속해서 발전하며 환자 상태가 간경변으로 가기 전 단계에서 멈추거나 치료가 가능해 많은 환자들이 혜택을 보고 있습니다.

인생의 지표로 삼는 좌우명이 있으신가요?

조선후기 이양연이란 학자의 ‘야설’이란 시가 있습니다. 穿雪野中去(천설야중거) 눈을 뚫고서 들판을 걸어갈 때 不須胡亂行(불수호란행) 적당히 대충대충 걷지 말거라 今朝我行跡(금조아행적) 오늘 아침 내가 걸은 이 발자취가 遂作後人程(수작후인정) 뒤에 오는 사람에게 길이 되느니 백범 김구 선생의 좌우명으로 삼았던 글인데, 저도 이 글을 보며 몸가짐을 단단히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평소 제자들에게 당부하시는 말씀은 무엇인가요?

5~6년 전부터 ‘올바른 의사상’이란 강좌를 하며 당부한 말이 있습니다. 의사는 사회의 지사가 되어야 하고 사회 발전에 공헌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올바른 의사, 나를 위하는 것보다는 사회와 환자를 위해 마음가짐을 평소에 갖고 자기희생을 해야 합니다.

의사이자 교육자로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셨나요?

사망에 이를 것 같은 환자들이 생명을 구하고 일상생활로 복귀하는 과정을 보는 것 자체가 보람이고 행복이었습니다. 또한 대학에서 수업하며 같은 길을 가는 후진을 양성을 할 수 있었던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 할 수 있습니다.

퇴임 후 계획도 궁금합니다.

퇴직기념 사진을 친구들한테 몇 장 보냈더니 ‘축하해야 할지 위로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위로 받을 일은 전혀 없어요. 제게는 30여 년을 충남대학교병원과 함께할 수 있었던 영광의 결과입니다. 한 달 정도 재충전의 시간을 보낸 뒤 제자가 운영하는 병원에서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앞으로 충남대학교병원을 이끌어갈 젊은 후배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순자가 학문을 그치지 말아야할 이유를 설명하기를 ‘쪽물은 쪽에서 뽑아 써도 쪽보다 더 푸르고 얼음은 물이 이루었으나 물보다 더 차다. 반드시 후배가 선배를 뛰어넘고 제자가 스승을 뛰어넘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도 학문을 그치지 말아야 합니다.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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