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08

동행1_정년퇴임 기념 인터뷰

글+사진|편집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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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2막은 아프리카서 나눔의 삶 실천”
호흡기내과 김선영 교수

지도교수를 따라 미아리로 의료봉사를 다녀온 젊은 의학도는 백발이 성성한 원로 교수가 되어서도 보건의료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섬마을과 아프리카 오지를 누비며 나눔의 삶을 실천해왔다. 호흡기내과 김선영 교수에게 충남대학교병원에서 봉직한 35년은 환자를 진료하고 후학을 양성한 보람 외에도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과 나눔을 실천해 온 시간이었다. 진료실에서 만난 김선영 교수는 “영어로 은퇴를 ‘retire’라고 합니다. 이제 타이어를 바꿔 끼고 새로운 길을 향해 더 열심히 달리겠습니다”라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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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기내과를 전공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지도교수님이셨던 故 한용철 교수님의 영향이 컸어요. 교수님을 모시고 의료봉사를 갔는데 솔선수범하시던 모습을 보며 ‘저런 분을 지도교수님으로 모시면 좋겠구나’ 생각했죠. 사람은 하루 평균 10번 안팎으로 물을 마시는데 보통 1~2리터 정도를 섭취해요. 누구나 깨끗한 물을 마시려 노력하죠. 반면 하루 24시간 쉼 없이 일하며 호흡기가 들이마시는 숨은 1만 리터가 넘는데 좋은 공기를 마시려는 관심이 적어요. 호흡기는 생명유지의 기본인 만큼 그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습니다.

의사로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환자 중 한 분이 예상보다 2년을 더 사셨는데 제게 “2년의 연장된 삶이 참 중요하고 귀중했다”며 “얼마나 더 사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환자를 열심히 치료해 회복이 되면 참 좋은 일이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을 때에도 환자와 가족으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다면 의사로서 최선의 삶을 살아온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의사로서의 삶은 어려움도 있지만 이런 가운데서도 보람과 의미를 찾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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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의사,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환자를 대함에 있어 최선을 다해서 후회가 없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의사에게는 교과서가 2개입니다. 하나는 책, 하나는 환자 자체죠. 환자를 통해 배우고 그것을 책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의료 기술과 장비가 비약적으로 발달하고 있지만 의사 본인의 기본적인 태도와 소양, 지식이 바탕이 돼야 비로소 최신 장비도 의미가 있습니다. 기본을 무시하지 말고 환자가 불편함을 이야기 할 때 진심으로 듣고 생각해야 합니다.

평생 의료봉사를 실천하셔서 2013년엔 장기려의도상도 수상하셨는데요. 봉사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저를 의사라는 직업으로 인도하신 이유는 질병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과 함께 나누라는 뜻이라 생각합니다. 나눔은 주고받는 것과는 달라요. 기쁨을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됩니다. 의사 뿐 아니라 어떤 형태의 직업이든 마찬가지에요. 봉사는 한번 해보면 어렵고 힘든 일은 아님을 알 수 있는데 처음 시작이 어렵습니다. 학생 때부터 훈련하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아프리카 의료봉사도 꾸준히 실천하셨죠?

의대 재학시절 아프리카 우간다 이야기를 접하고 ‘의사가 되면 가야지’라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1992년 우연히 우간다로 선교를 떠나시는 간호사 두 분을 만났습니다. 이후 1994년부터 섬선교회와 함께 우리나라 섬진료를 시작했고, 우간다에는 1999년 처음 다녀왔어요. 2000년부터 본격적으로 충남대학교병원 교수님들, 학생들과 함께 매년 구정에 우간다를 방문했습니다. 이 같은 봉사활동은 충남대학교병원장님과 함께 근무하시는 내과 선생님들이 전폭적으로 지원해주시고 동참해주셔서 가능한 결과였습니다.

퇴임 후 계획도 들려주세요.

뜻을 함께하는 분들과 내년 9월 개교를 목표로 아프리카 스와질란드에 의과대학 설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프니까 아프리카’란 광고문구가 있었듯 대부분의 아프리카 지역이 도시만 벗어나면 물과 식량문제로 힘들어합니다. 물과 전기가 얼마나 깨끗하고 안정적으로 공급 되느냐가 현대화의 중요한 기준 중 하나인 것 같아요. 이 둘은 보건의료와도 밀접한 관계입니다. 이곳에는 우리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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