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열다

함께 열어요2_신생아집중치료지역센터

“건강하게 자라줘서 고마워”

신생아집중치료지역센터에서 치료받고 건강하게 퇴원한 예은이와 휘네 가족 이야기입니다.

조금 일찍 태어난 아이, 더 많이 가져다 준 행복

제법 형·오빠다운 듬직함을 자랑하는 윤우, 아직 눈도 잘 못 뜨지만 ‘살인 미소’를 먼저 배운 예은이.
이른둥이로 태어난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건강한 아이들의 모습이 어머니 김미희 씨는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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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윤우가 태어난 건 6년 전. 예고 없이 찾아온 양수파열로 김미희씨는 1시간 넘는 거리를 달려 충남대학교병원에 입원했다. 산부인과에서는 “양수가 완전히 터져 바로 출산하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했고, 그렇게 첫째 윤우는 엄마 뱃속에서 25주 5일 만에 880g의 몸무게로 세상 빛을 봤다. 이후 103일 간 인큐베이터에서 자라며 동맥관 개존증·갑상선 저하증으로 인한 약물치료, 탈장 수술까지 잘 견뎌낸 윤우. “퇴원 후에도 일주일에 2~3번은 병원에 가서 검사, 치료를 받아야했어요. 올해 1월 드디어 ‘치료 졸업’에 성공하기까지 신생아집중치료지역센터는 우리 윤우의 두 번째 엄마였지 않았나 싶어요.”
미희씨는 이후 둘째 정우를 정상 출산했지만, 셋째 예은이는 또 달랐다. 식당을 새로 오픈하면서 무리한 나머지 조기진통이 온 것. “이미 한 번 경험해봐서 그런지 생각보다 덤덤했어요. 첫째를 잘 치료해줬던 장미영 교수님이 계신 충남대학교병원에 주저 없이 입원했죠.” 30주 1일 만에 1600g의 무게로 태어난 예은이는 다행히 귀 밑 혈관종 치료를 위해 꾸준히 약 먹는 것을 제외하고는 큰 이상이 없다고. 지난 6월 퇴원한 예은이를 보며 두 오빠는 귀여워서 어쩔 줄을 모른다. “아이들이 함께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볼 때가 제일 행복해요. 예은이도 좀 더 크면 서로 의지하면서 자랐으면 해요.”

60일의 기적,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고마워”

이른둥이에 희귀병까지 안고 태어나 수십 번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말을 듣고도 모자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이제는 건강한 모습으로 다른 아이들에게 용기를 전하고 싶다는 휘네 가족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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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나영씨는 임신 34주째 갑자기 강한 진통을 느꼈다. 병원에선 위험하다며 자궁수축제를 놔줬지만, 결국 3일 만에 충남대학교병원으로 응급 이송됐다. 2.36kg. 추석 당일 첫째 아들 휘가 태어났다. 인큐베이터가 커 보일 정도로 몸집이 작았지만, 뱃속에서부터 워낙 건강했던 터라 걱정은 없었다. 하지만 5일째 되던 날 모든 것이 달라졌다. 휘의 복부가 원인을 모른 채 부풀어 오르기 시작한 것. “모두들 가능성이 없다고 단언했지만 주치의 선생님이 포기하지 않았어요. 선생님도 임신 중이셨는데 휘 곁에서 24시간 밀착 관리해줘 어찌나 감사한지 몰라요.” 원인은 카사바흐 메리트 증후군. 혈관기형 희귀병 중 하나로, 충남대학교병원에선 첫 사례였다. 개복에 이어 소변줄 삽입, 혈관 수술 등 본격적인 치료 과정에는 소아청소년과 장미영, 임연정 교수가 함께했다. 부모님과 의료진의 간절함을 알아채기라도 한 듯 휘는 어른들도 견디기 힘든 치료를 60일 동안 잘 버텨냈다. 끝이 보이지 않던 소아병동 ‘터줏대감’ 생활도 그렇게 작년 5월, 건강하게 마무리했다.
“아이가 아플 때 부모로써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었어요. 의사 선생님의 결정을 100% 믿었죠. 다들 포기한 상황에서도, 긴긴 치료과정 속에서도 신생아집중치료지역센터는 우리 휘가 살 수 있다고 믿어 줬으니까요.” 임연정 교수는 휘를 볼 때마다 “넌 특별한 아이”라고 이야기해준단다. 빛날 ‘휘’로 이름을 지은 이유도 이 때문.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우리 휘는 나중에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나도 이렇게 죽다 살아났다고, 그러니 다들 힘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많잖아요. 받은 만큼 베풀 줄 아는 아이로 자라야죠.”

장미영 소아청소년과 교수(신생아집중치료지역센터장)
소아청소년과 의사의 길을 걷기 시작한지 23년, 신생아중환자실 근무 19년째지만 여전히 죽음과 마주하는 일은 두렵습니다. 하루에도 몇차례씩 응급상황을 겪는 중환자실이지만, 하루하루 기특하게 버텨주고 조금조금 커주는 아기들을 볼 때마다 힘이 샘솟습니다. 힘든 시간을 기다려 주는 가족들도 참 고맙습니다. 수개월 동안 모유를 짜고 꾸준히 캥거루 케어를 오시는 엄마들의 정성에 가슴이 뭉클 합니다. 환자 가족들이야말로 우리의 동지입니다. 묵묵히 도와주시는 많은 분들께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앞으로도 진료 수준의 향상과 함께 대전, 충청 지역 고위험 신생아들을 지키는 신생아집중치료지역센터의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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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욱 소아청소년과 교수
체중 1610g으로 출생한 예은이는 호흡보조가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인큐베이터에서 약물치료와 영양공급을 하며 최대한 엄마뱃속과 비슷한 상태를 만들어주려고 했습니다. 늘 옆에서 응원해주는 가족들과 잘 커주는 예은이를 보며 거꾸로 제가 힘을 냈습니다. 건강하게 잘 자라줘서, 그리고 잘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강미현 소아청소년과 교수
휘는 수술적 치료가 불가능하고 예후가 매우 좋지 않은 질환임에도 다행히 항암 약물 치료에 반응해 상태가 호전됐습니다. 가족 분들의 사랑과 정성, 믿음 덕분에 휘가 어려운 치료 과정을 견디고 무사히 퇴원할 수 있어 행복합니다. 퇴원 후 건강하게 자라주는 거야말로 저희 의료진의 가장 큰 목표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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