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 환경 |
인간의 몸을 교란시키는 유해물질
‘환경호르몬’
일상생활 속에서 노출되는 화학물질 중 내분비계 기능을 방해하는
외부화학물질을 통틀어 ‘환경호르몬’이라고 한다.
오존층 파괴, 지구온난화와 세계 3대 환경문제로 거론되고 있는 환경호르몬은
우리의 몸 속 깊은 곳까지 침투해 내분비계에 교란을 일으키고 있다.
세계 속의 환경호르몬
환경호르몬은 학술적 용어로 ‘내분비교란물질’이라고 한다. 플라스틱, 살충제, 화장품 등을 통해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외부화학물질로, 인체 내부에 침투한 뒤 내분비계에 교란을 일으켜 호르몬의 생리 작용에 영향을 준다. 이는 유방암이나 전립선암 같이 호르몬 이상과 관련이 깊은 암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당뇨나 비만, 자폐증과 같은 각종 질환을 발생시키기도 한다.
2013년 세계보건기구(WHO)는 환경호르몬을 ‘세계적 위협’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환경호르몬을 금지 또는 규제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환경호르몬인지 합의하는 것이 우선적이다. 이 때문에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내분비교란물질의 범위를 어떻게 정의할지를 두고 몇 년간 갑론을박을 벌이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1999년 이후 환경부에서 환경 중 내분비계 장애물질 모니터링과 위해성 평가를 지속적으로 실시해 왔다. 2017년 기준으로 국내에서 규정한 환경호르몬은 세계야생기금 목록에 근거한 67종에 해당한다.
환경호르몬의 위험성
우리 주변에서 환경호르몬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몇 해 전에는 영수증에서 환경호르몬 중 하나인 비스페놀A(bisphenol A, BPA)가 검출됐다는 사실이 보도되어 전 국민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온실, 합성수지 원료, 식품저장용기, 캔 등의 내부 코팅 재료, 페트병, 세제 등 일상생활에서 두루 사용되는 비스페놀A는 에스트로겐 수용체와 결합해 호르몬처럼 작용하는 대표적인 화학물질이다. 인체에 흡수되면 내분비계를 교란시켜 기형아 출산, 무정자증, 성조숙증, 행동장애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인슐린, 혈당, 갑상선호르몬 등에도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프탈레이트 성분은 장난감, 화장품, 의료기기 등을 통해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지만 남성호르몬에 대한 반대작용이 있어 남아(男兒)의 생식기관 발달에 영향을 준다. 또한 갑상선 호르몬의 생성을 방해하고, 뇌 발달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됐다.
대물림되는 환경호르몬
환경호르몬에 관한 가장 충격적인 사실은 단순히 해당 물질에 직접 노출된 사람뿐만 아니라 후대의 건강과 발달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임신부가 환경호르몬에 노출될 경우 태아의 성장과 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은 많은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정상적인 방어기전이나 대사기능이 완전히 갖추어지지 못한 태아나 신생아의 성장과 발달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문제가 어릴 때에는 잠재되어 있다가 성인이 된 후에 생식기능의 장애, 비만 등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위험성이 보고되면서 우리나라에서는 2006년부터 모든 플라스틱 재질의 완구와 어린이용 제품에 환경호르몬의 일종인 DEHP·DBP·BBP 등 3종을 사용하는 것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환경호르몬에 대처하는 방법
흡입·섭취, 피부 흡수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우리 몸에 침투하는 환경호르몬을 막기 위한 몇 가지 방법이 제시되고 있다. 가장 먼저 환경호르몬을 생성하는 일회용품, 비닐, 플라스틱 등의 사용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전자레인지 등을 이용해 가열할 경우 코팅제가 녹아 환경호르몬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주의하여야 한다. 그리고 육류와 지방의 섭취는 줄이고, 체내에 축적된 유해물질을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 녹황색 채소를 자주 먹는다. 청결을 유지하는 습관도 중요하다. 수시로 집안을 깨끗이 청소하고, 외출 후에는 반드시 손을 씻는다. 또한, 물을 자주 마시는 것도 몸 안의 환경호르몬을 배출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