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의 의술2

영화 <로렌조 오일>의
부신백질이영양증을 이야기하다

1992년 개봉한 영화 <로렌조 오일>은 로렌조라는 아이가 ‘부신백질이영양증’이라는 희귀질환을 앓게 되면서 부모님이 외아들의 치료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실화가 큰 줄거리다. 부신백질이영양증은 과산화소체에 문제가 생겨 긴꼬리 지방산이 중추신경계의 수초와 부신피질에 축적되어 여러 가지 신경학적 증상과 부신기능 저하를 나타내는 질환이다. 로렌조 오일이 발견된 지 30년이 지났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완치방법은 없는 상태이다. 부신백질이영양증을 앓고 있는 환우들과 그 가족들의 절박한 마음으로 많은 의사와 연구자들이 치료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소아청소년과 강준원 교수에게 부신백질이영양증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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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전문분야 |
뇌전증(경련), 두통, 발달지연, 기타 신경질환

진료시간 |
(오전) 화,목 (오후) 월

학력 |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의학사
충남대학교 의과대학원 석사, 박사

경력 |
충남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세브란스병원 소아신경과 임상연구조교수
현) 충남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부교수

학회활동 |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정회원
대한소아신경학회 정회원
대한뇌전증학회 정회원
미국뇌전증학회 정회원
국제뇌전증학회 정회원
국제뇌신경과학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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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로렌조 오일>이 보여준 희망

1992년, 조지 밀러 감독의 영화 <로렌조 오일(Lorenzo’s Oil)>이 개봉했다. 벌써 30여 년 가까이 된 영화이다. 중학생 시절 비디오를 통해 본 이 영화는 슬프면서도 한편으론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전해주고 있었다. 영화는 로렌조라는 아이가 ‘부신백질이영양증’이라는 질환을 앓게 되면서 부모님이 아들의 치료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실화가 큰 줄거리다.
아버지의 직장 때문에 아프리카에 살고 있는 5살 난 로렌조는 활달하고 귀여운 아이다. 몇 달 뒤 미국으로 돌아온 로렌조는 유치원에서 소동을 일으키고 통제가 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잦은 소동으로 인해 결국 일반학교를 다니지 못하고, 특수학교에 다닐 것을 권유받지만 부모님과 함께 집에서 지내게 된다. 그러나 의식을 잃고 쓰러지거나 큰소리에 반응이 별로 없는 등 계속 이상한 모습을 보여 병원을 찾게 되고, 부신백질이영양증으로 진단받게 된다.
1980년대 부신백질이영양증은 불치병으로 별다른 치료방법이 없는 치명적인 희귀질환이었다. 로렌조의 부모님은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끈질긴 노력 끝에 이 희귀질환에 도움이 될 만한 오일을 발견하게 된다. 이 오일은 곧 ‘로렌조 오일’로 불리게 되고, 많은 부신백질이영양증 환자들에게 희망이 되는 상징으로 영화는 끝난다.
여덟 살에 부신백질이영양증으로 진단되었던 로렌조는 안타깝게도 정상으로 회복되지는 못했으나, 2008년, 서른 번째 생일 다음날 세상을 떠난다. 로렌조는 진단 당시에 의사들이 얼마 살지 못할 것이라고 했던 예상을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그렇다면 한 번쯤 들어봤을 로렌조 오일과 관련이 있는 부신백질이영양증(ALD: adrenoleukodystrophy)은 과연 어떤 질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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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계 손상을 일으키는 부신백질이영양증

부신백질이영양증은 과산화소체에 문제가 생겨 긴꼬리 지방산이 중추신경계의 수초와 부신피질에 축적되어 여러 가지 신경학적 증상과 부신기능 저하를 나타내는 질환이다. 20,000~50,000명 중 1명에서 발생하며 성염색체 열성 유전으로 인해 주로 남자에서 증상이 나타난다. 여성의 경우, 보인자가 되며 남자에 비해 약하게 증상이 발현되기도 한다. X염색체 긴 팔의 ABCD1 유전자에 이상이 생겨서 과산화소체의 ALDP(ALP protein)라는 통로에 문제가 생겨 긴꼬리 지방산이 그 안으로 들어가지 못해 분해가 되지 않으면서 여러 가지 증상이 발생한다(<그림1> 참조).
임상증상은 발현시기와 양상에 따라 소아대뇌형, 청소년대뇌형, 성인대뇌형, 성인부신척수신경병형, 부신기능저하형 등 여러 가지로 나뉜다.

전체의 35~40% 정도로 가장 많은, 전형적인 형태는 영화에서 로렌조가 앓았던 소아대뇌형이다. 소아대뇌형은 4~8세에 증상이 나타나며, 첫 증상은 감정적으로 위축되거나 산만하고 과다행동 등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후두엽 부위의 백질을 침범하게 되어 청력 및 시력 저하 등을 호소하는 경우도 흔하다. 경련, 강직성 마비, 인지저하 등도 관찰되며 증상은 점차 진행한다. 피부에 색소가 침착되는 등 부신피질의 기능저하도 절반 정도에서 관찰된다. 증상이 시작되면 대뇌의 기능장애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대개 2년 이내에 침상생활을 할 정도로 악화된다. 보행장애나 기억력장애 등 상대적으로 약한 증상으로 발현되는 성인형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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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완치법은 없지만 줄기세포 이용한 연구 진행 중

진단은 혈액검사를 통해 긴꼬리 지방산의 증가를 확인하고, ABCD1 유전자에 변이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으로 가능하다. 유전자검사로 확진된 환자의 경우, 가족들도 유전자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추천된다. 뇌자기공명영상 검사에서는 특징적인 소견이 확인된다. 초기에 뇌 후반부의 백질이 대칭적으로 음영이 비정상적으로 관찰되며, 시간이 지나면서 뇌 전반부로 진행한다(<그림2> 참조).
로렌조 오일이 발견된 지 30년이 지났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완치까지 이르는 치료방법은 없는 상태이다. 영화에 나왔던 로렌조 오일은 올레산과 에루크산을 4:1로 혼합한 기름으로 긴꼬리 지방산의 혈중농도를 감소시킬 수 있지만, 이미 증상이 발생한 환자의 경과를 좋게 만들기는 어렵다.

또한 조기에 조혈모세포이식을 시행하는 방법도 있는데 이식 자체의 위험부담이 있어 면밀한 상담이 필요하다.
앞서 이야기한 ALDP라는 긴꼬리 지방산의 통로 혹은 유사한 통로의 기능을 돕거나 강화시켜주는 약물치료도 고려할 수 있으나 효과가 뛰어나다고 보기는 어렵다. 최근에는 줄기세포를 이용한 연구가 국내외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실제 부신백질이영양증 환자의 피부세포 조직으로 역분화 줄기세포를 만든다. 이 줄기세포를 다시 신경세포와 아교세포로 분화시켜서 질환의 특징을 연구하고 치료약물에 대한 연구를 한다. 이전과 비교하면 상상하기 어려운 방법으로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아직 실제 환자들에게 치료방법으로 이용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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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적 지원과 체계적 관리 필요

우리나라의 부신백질이영양증 환자의 현황은 정확히 알기 어렵다. 인구수로 보면 2,000~3,000명 정도 환자가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건강보험자료에서는 매우 적은 숫자로 확인된다. 환자 가족들에 대한 적극적인 검사가 잘 되지 않고, 체계적인 관리도 잘 되지 않는 등 영향이 있을 것이다.
‘부신백질이영양증 환우회’도 있어 환우와 가족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 환우회 홈페이지(ald.or.kr)에 따르면 1993년부터 우리나라의 환자들이 모임을 결성하게 되어 지금에 이르렀다고 한다. 부신백질이영양증에 대한 국가적 지원과 체계적 관리가 환자들과 가족들을 위해 꼭 필요하다.
충남대학교병원에도 부신백질이영양증 환자들이 소아청소년과의 여러 분과와 여러 소아청소년 관련 과에서 함께 진료를 받고 있다. 부신백질이영양증은 신경분과에서 홀로 볼 수 없고 관련된 여러 진료과는 물론,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물리치료사 등 병원의 모든 직능에서 함께해야 한다. 그만큼 다양한 증상을 가지고 있고 여러 방면에서 도움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아직 완치방법이 없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로렌조의 부모님, 부신백질이영양증을 앓고 있는 환우들과 그 가족들의 절박한 마음으로 많은 의사와 연구자들이 노력하고 있다. 언젠가는 부신백질이영양증의 완치방법을 찾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리라 믿는다.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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