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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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아이의 생명을 위해 싸울 수 있는 권리를 주장하는 겁니다. 누구도 나를 멈추게 할 권리는 없습니다.”

희귀질환을 앓게 된 아들을 살리기 위해 백방으로 고군분투하는 아버지가 절규하듯 하는 말입니다. 다섯 살배기 외아들과 행복하게 살고 있던 부부에게 어느 날 불행이 닥쳐옵니다. 아이가 갑자기 심하게 투정을 부리고 친구들과 자주 싸우며 돌출 행동을 보이기 시작하는데요. 몇몇 병원에서 여러 차례 정밀검사를 받아본 결과, 희귀질환인 ‘부신백질이영양증(ALD)’으로 진단받게 됩니다. 영화 <로렌조 오일>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부신백질이영양증은 X염색체 유전자 이상으로 발생하는 질환으로 몸 안의 긴꼬리 지방산이 분해되지 않고 뇌에 들어가 신경세포를 파괴하는 희귀질환인데요. 1932년 처음 발견된 이후 유전병이라는 사실만 밝혀졌을 뿐 아직까지 치료제가 없는 상태입니다. 호흡기에 의존하는 외아들 로렌조의 모습을 견디지 못한 부부는 절망도 하지만, 사랑은 무엇이든 가능하다고 믿는 눈물겨운 투쟁 끝에 ‘로렌조 오일(Lorenzo’s oil)’을 찾아냅니다. 이 오일은 부신백질이영양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긴꼬리 지방산의 수준을 저하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고 합니다. 어떠한 절망적인 상황이 오더라도 너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헌신적인 사랑이 담겨 있는 영화인데요. 희귀질환을 극복하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기에 더욱 울림이 큽니다.

WHO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약 5,000~8,000종의 희귀질환이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희귀질환관리법 제2조’에 따른 희귀질환이란, 유병(有病)인구가 2만 명 이하이거나 진단이 어려워 유병인구를 알 수 없는 질환을 말합니다. 국내에서 100만 명 환자들이 1,200여 종의 희귀질환을 앓고 있다고 합니다. 80% 이상이 유전적이거나, 선천성 질환입니다.

매년 2월 마지막 날은 ‘세계 희귀질환의 날’입니다. 소수라는 이유로 소외되고 힘든 시간을 보내는 희귀질환 환자들과 가족들을 돌보기 위해 시작된 날인데요. 4년에 한 번씩 2월의 마지막 날이 29일로 끝나는 2월의 희귀성에 착안해 제정되었다고 합니다. 2019년 보건복지부로부터 지역거점 희귀질환병원으로 선정된 충남대학교병원 희귀질환센터는 환자를 위한 정확하고 빠른 진단과 올바른 치료, 환자의 가족까지 포함하는 맞춤 상담과 교육, 희귀질환 연구와 치료약물 개발, 연구자 육성 등을 위한 사업으로 시작되었습니다. 6월호에서는, 포기하지 않는 헌신의 마음과 환자와 끝까지 함께하는 희망의 힘으로 희귀질환을 이기기 위해 오늘도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희귀질환센터의 소아청소년과 명의들을 만나 터너증후군과 부신백질이영양증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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