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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균을 이용한 면역항암치료의 부활

글_충남대학교 기초의과학연구센터 전흥진 연구원

암을 치료하는 세 가지 방법 - (수술로) 잘라내고, (방사선으로) 태우고, (약물로) 죽이는 것 - 외에 ‘면역항암치료법’이 있다. 현대 과학자들은 세균을 이용해 암을 치료하는 이 치료법에 집중하고 있다. 감염능력을 없앤 착한 세균은 암 조직만을 공격하고, 면역세포를 깨워 암세포를 사멸시킨다.

최근 코로나19(COVID-19)에 의해 ‘면역’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면역은 면역세포에 의해 ‘자신의 것(자기, self)’과 ‘자신의 것이 아닌 것(비자기, non-self)’을 구별하여, 자신의 것은 지키고, 비자신인 것 즉 이물질인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을 죽이거나 무력화하는 작용 또는 그 상태를 말한다. 다시 말해서 이물질에 대한 것에는 염증반응을 일으키고, 자기 자신에 대한 것에는 아무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 면역반응이다. 그래서 면역력이 좋아야 이물질인 바이러스나 세균을 염증반응과 면역반응으로 제거하고 우리가 건강할 수 있는 것이다.

암은 우리 몸에서 생겨난 것이다. 건강한 면역세포는 우리 몸속에서 생기는 돌연변이 세포를 찾아내고 잡아낸다. 그러나 극소수의 돌연변이인 암세포는 면역세포의 감시망에 걸리지 않는다. 암세포는 우리 몸의 일부인 척하며(실제로 일부이다) 면역세포의 감시와 공격을 피하고 우리 몸의 한 곳에서 서서히 자라서 이곳저곳으로 퍼져나가는 것이다.

그런데 드물게 암이 저절로 사라지는 환자들이 있다. 이유는 아직 잘 모르지만 잠자고 있던 면역세포가 깨어나 암을 제거한 것으로 생각된다. 많은 연구자들이 “어떻게 하면 잠자는 면역세포를 깨울 수 있을까?”라는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세균감염이 암을 사라지게 한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약 130년 전에 윌리엄 콜리(William Coley)는 세균(연쇄상구균)을 암환자의 치료에 이용하였다. 그가 사용한 세균에는 콜리독소(Coley’s toxin)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콜리는 이 독소를 암 덩어리에 직접 찌르거나 환자의 혈관에 투여하였다. 콜리는 세균감염을 일으켜 잠자고 있던 암환자의 면역체계를 자극해 암을 물리친 것이다. 그러나 당시 그의 방법은 사이비 치료라는 비판을 받았고,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치료방법으로 규정되어 잊혀지게 된다.

오랜 시간이 지나 면역세포를 깨워 면역반응을 통해서 암 치료를 하는 ‘면역관문억제제’가 등장하였고 ‘면역관문’을 발견한 제임스 앨리슨은 2018년에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하였다. 면역체계의 고유한 능력을 자극해 암세포를 공격하게 함으로써 암치료에 대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였기 때문이다.

이전의 콜리독소와 현재의 면역항암치료는 암을 치료하는 방법적인 차이는 있으나 면역체계의 고유한 능력을 자극하여 암을 치료한다는 점에서는 일맥상통한다. 약 130년 전 콜리의 도전 이후로 현대 과학자들은 우리 몸의 불청객인 세균을 이용하여 암을 치료하는 ‘면역항암치료법’을 부활시키고 있다. 감염을 일으키는 성질을 없앤 세균을 이용하는데, 이런 세균은 암 조직만을 공격하고 거기에서 면역세포를 깨워 암세포를 죽이도록 한다. 특히, 유전공학의 눈부신 발전은 세균의 유전자변형을 가능하게 했으며, 이를 이용하여 암세포를 죽이는 항암물질을 만들고 분비하고 운반하는 세균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그림> 참조).

가까운 미래에 세균을 이용한 성공적인 암 치료를 위해서는 의학, 미생물학, 분자생물학, 암생물학, 유전공학 등 여러 분야가 함께 참여하는 연구가 필요하고, 이를 통해서 암을 치료하는 세 가지 방법 즉 ‘(수술로) 잘라내고, (방사선으로) 태우고, (약물로) 죽이는 것’ 외에 착한 세균을 이용한 면역항암치료법이 또 하나의 암치료법으로 자리잡기를 기대해본다.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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