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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주를 해킹하는 기생충, 톡소포자충

글_충남대학교 의과대학 감염생물학교실 차광호 교수

톡소포자충은 뇌 내의 청소부인 수지상 세포에 침입해 뇌에 감염을 일으킨다. 차광호 교수는 톡소포자충이 자신의 생존 및 증식을 위해 숙주세포의 인슐린 반응 신호를 어떻게 오작동시켜 활성산소 생성이나 자가식세포 작용 등의 면역방어기전들을 억제할 수 있는지 연구하고 있다. 이 연구는 톡소포자충의 증식 요인을 밝히고 감염을 억제할 수 있는 치료제 개발에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되고 있다.

기생충하면 흔히 회충이나 선충 같은 긴 벌레 형태의 기생충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기생충의 범주에는 사람이나 동물의 세포보다 작은 단핵세포체들도 포함되며 이들은 사람의 세포 안에서 몰래 증식해 증상을 유발한다. 이 같은 유형의 기생충 중의 하나인 톡소포자충 (Toxoplasma gondii)은 모든 온혈동물에 감염될 수 있지만 최종 숙주는 고양이로 알려져 있다. 사람을 포함한 대부분의 온혈 동물에서는 이분법을 통한 무성생식을 하지만 최종숙주인 고양이 과에서는 유성생식이 이루어진다. 톡소포자충은 주로 감염된 동물의 고기를 덜 익혀 먹으면 걸린다고 알려져 있으며, 상대적으로 병원성이 약해 우리 몸의 면역체계에 의해 쉽게 제거되어 가벼운 염증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면역기능이 약화된 사람의 경우 이 기생충으로 인해 심각한 증상이 유발되기도 한다.

주요 증상은 크게 둘로 나뉜다. 하나는 선천성 톡소포자충증(congenital toxoplasmosis)으로서 임신 중 산모를 통해 태아가 감염된 경우다. 태아의 뇌에 감염된 톡소포자충은 염증을 일으켜 태아의 두부에 물이 차서 커지는 수뇌증 (hydrocephalus)를 일으킬 수 있다. 흔한 증상으로는 안과에서 주로 발견되는 망막맥락막염(retinochoroiditis)이 있다. 감염에 의한 안구 내 염증 및 출혈을 동반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감염정도가 약할 경우 쉽게 자체 치료가 되기도 하지만 심한 경우는 시력 상실을 일으킬 수도 있다.

톡소포자충이 숙주에 감염하는 방식은 많은 생물학자에게 흥미로운 연구대상이 되기도 한다. 톡소포자충은 주로 뇌신경계에 침투한다고 알려져 있다. 톡소포자충은 먼저 혈관내에 유영하고 있는 수지상세포 (dendritic cell)에 몰래 침입해 잠복한다. 원래 수지상세포는 뇌 내 청소부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혈뇌장벽을 열고 닫으며 혈관과 뇌신경 조직 사이를 주회할 수 있다.

이때 톡소포자충이 감염된 수지상세포가 감염된 사실을 모른 채로 혈뇌장벽을 통과해 뇌 내로 진입하고 이후 톡소포자충이 증식하면서 뇌내 감염이 이루어진다. 이 과정은 호머의 ‘일리아드’에서 나온 그리스 군이 트로이 성내로 잠입하기 위해 실행했던 ‛트로이의 목마’ 작전과 유사하다.

톡소포자충은 생존 및 증식을 위해 숙주세포의 면역방어기전을 회피하거나 무력화 또는 억제한다. 이 과정에서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어야 할 세포내 신호를 탈취하고 조작해(해킹하여) 면역 관련 싸이토카인 (cytokine) 분비, 세포 분열 또는 사멸 (cell growth or death), 영양분 대사 (nutrition metabolism) 등의 세포학적 현상을 톡소포자충 입맛에 맞게 바꾼다. 본 연구실에서는 톡소포자충이 숙주세포의 인슐린 반응 신호를 어떻게 오작동 시켜 활성산소 (reactive oxygen species, ROS)의 생성이나 자가식세포 작용과 같은 면역방어기전을 억제할 수 있는지를 연구하고 있다. 이 과정에는 암이나 대사질환 연구에서 중요하게 취급되어 온 PI3K나 Akt와 같은 인산화 효소가 중요한 역할을 하며, 그 결과 ROS를 생성하는 NADPH oxidase 4 (Nox4)의 발현 억제 또는 AS160와 같은 글루코오스 이송 조절 인자 (glucose transport regulator)들의 활성이 톡소포자충의 증식에 중요함을 밝히고 있다. 또 이 연구를 통해 톡소포자충의 감염을 억제하고 증상을 억제할 수 있는 예방제/치료제 개발도 가능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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