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한 잔 마실까요
날실과 씨실처럼 얽혀 일하는 병원 식구들의 따뜻한 차 한 잔, 수다 한 스푼.
글 류민선 | 사진 심민보 | 진행 방사선종양학과 이경미(병원보 기자)
충남대학교병원산악회의
특별한 나들이
산악회가 등산만 한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충남대학교병원 산악회는 험한 산행이 아직 어려운 회원들을 위해 일 년에 한두 번씩 꼭 소풍을 떠난다. 이번 여행의 종착지는 ‘슬로우 걷기 축제’로 4월 내내 섬 전체가 들썩이는 청산도. 지난 11일, 14명의 산악회원들은 이른 새벽부터 완도항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그 신바람 나는 봄나들이 현장을 직접 따라가 봤다.


산 하나로 뭉친 사람들
4월 11일 새벽 6시 30분, 문화동에 위치한 대전예술가의집 앞에 충남대학교병원 산악회원들이 모였다. 매월 둘째 주 토요일마다 등산모임을 하고 있지만, 오늘은 오랜만에 떠나는 섬 여행이라 그런지 다들 설렘 가득한 표정이다. “산악회에 가입하고 첫 번째 모임인데 배 타고 멀리 나간다니 무척 기대되네요. 게다가 저 청산도 처음 가보거든요.(웃음)” 산악회를 통해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심재찬(간호행정과) 회원은 “역시 여행은 혼자보단 여럿이 제 맛”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충남대학교병원 산악회는 지난 1999년 처음 결성됐다. 현재 산악회원은 총 35명. 방사선종양학과, 영양팀, 기계실, 원무과 등 병원 곳곳에서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산’ 하나로 뭉쳤다. 올해로 8년째 원내 산악회 활동 중인 이경미(방사선종양학과) 회장은 “몇 주간 주말마다 비가 와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오늘은 완연한 봄 날씨라 다행”이라며 “산악회원 모두 즐거운 시간 보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여유 넘치는 슬로시티 청산도
고속도로 양 옆엔 하얀 배꽃과 진달래, 푸른 논밭이 한데 어우러져 봄을 알렸다. 4시간 넘게 달렸을까. 점심 즈음 산악회를 태운 버스가 완도대교를 지나 완도항에 도착했다. 회원들은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삼삼오오 배로 향했다. 탑승 전부터 봄날 풍경을 카메라에 담느라 여념이 없던 김은주(원무과) 회원은 “요 며칠 가려움증 때문에 고생했는데 공기가 맑아서 그런지 한결 나아졌다”며 “빨리 청산도에서 그 유명한 유채꽃밭도 찍고 싶다”고 말했다.
도청항에 도착한 산악회는 트래킹 팀과 버스투어 팀으로 나뉘어 이동했다. 코스는 도청항에서 출발해 읍리마을, 영화 ‘서편제’와 드라마 ‘봄의 왈츠’ 촬영지인 당리마을을 지나 다시 항구로 돌아오는 순이었다. 코스 안내가 끝나자 트래킹 팀은 바로 운동화끈을 고쳐 메고 읍리마을로 향했다. ‘슬로길’이라 적힌 팻말을 따라 걷다보면 다들 노오란 유채 물결에 취해, 푸르른 바다물결에 취해 걸음이 절로 느려진다.
고즈넉한 돌담길이 멋스러운 읍리마을을 한참 걷다보니 남해의 시원한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 장기미해변의 범바위에 올라 바라보는 전망은 눈을 두는 곳마다 비경이었다. 다들 약속이라도 한 듯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자연을 느꼈다. 뒤이어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당리마을의 청보리밭과 유채꽃밭에서도 산악회원들은 봄을 만끽했다.
김인희(중앙공급실) 회원은 지금껏 다녀온 산악장소 중 청산도를 최고로 꼽았다. “몇 년 전 함께 한 울릉도, 제주도 여행만큼이나 즐겁고 아름다워요. 제가 사고로 다리를 다치면서 걸음이 많이 느려졌는데도, 산악회 사람들의 배려 덕분에 늘 좋은 기회를 누리고 있네요.” 또한 버스투어를 선택한 최혜선(내분비내과) 회원은 “버스에서 만난 새로운 사람들과 간식도 나눠먹고 노래도 부르며 시간을 보내니 이것 또한 특별한 추억이 됐다”고 오늘 여행의 소감을 전했다.

‘소통’의 길 열어준 충남대학교병원 산악회
다시 도청항에 모인 산악회원들은 배를 기다리는 동안 신선한 회 한 접시로 허기를 달랬다. 이들을 하나로 만든 이 모임의 매력은 뭘까. 답은 소통에 있었다. “업무시간에 잠깐 마주치는 것만으로 서로의 마음을 연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회원들과 친목을 쌓은 덕분에 ‘소통’이 자유로워지니, 업무에도 큰 도움이 되죠.” 이재기(기계실) 부회장은 “병원에 오래 일하면서도 잘 모르고 지냈던 사람들과 쉽게 가까워질 수도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발견할 수 있는 생소한 자연풍경과 가파른 언덕을 오를 때 흐르는 땀방울이 진정한 산악의 매력이라 입을 모으는 충남대학교병원 산악회. 자연과 함께 즐거운 주말을 보내는 이들의 일상탈출은 매월 둘째 주 토요일마다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