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듣는 이야기
5월호 테마인 ‘심장’의 의미를 짚어봅니다. | 글 편집실 | 감수 충남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해부학교실 김수일 교수
함께 뛰는 가슴,
그 뜨거운 심장이야기
‘2개의 얼굴 7개의 심장’. 최근 출시된 신형 자동차의 판매 전략에서 등장한 표현이다. 소비자가 엔진을 선택할 수 있다는 의미의 이 광고문구에서 엔진이라는 말을 대신한 단어는 바로 ‘심장’. 자동차의 동력이자 가장 중요한 부품이 엔진인 것처럼 심장은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기관이자 인간을 움직이는 가장 근본적인 힘 그 자체다. 단 10분만 멈춰도 생명을 앗아가는,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뛰고 있는 심장이야기를 들어보자.
우리가 꿈꿔온 영웅의 힘, 심장
12쌍의 갈비뼈, 12개의 등뼈, 복장뼈, 연골 등으로 이뤄진 가슴우리(흉곽)의 거의 정 가운데 꽁꽁 갇혀있는 심장은 위치만으로도 그 중요성을 알려주는 듯하다. ‘심장이 멈췄다’는 말은 심장이 곧 생명임을 가장 잘 비유하고 있는 말이다. 그만큼 심장은 결코 멈추어서는 안 된다. 응급처치에서 심장부위에 주어지는 골든타임은 불과 5~10분밖에 되지 않는다.
심장은 스스로 전기자극을 생성해 마치 살아 움직이는 펌프처럼 주기적으로 수축과 이완을 반복한다. 이 지치지 않는 운동으로 산소와 영양분을 실은 신선한 혈액을 한 방향으로 내보내고, 그 피는 온몸을 돌아 폐를 통해 노폐물과 이산화탄소를 걸러내고 심장으로 돌아온다. 이같은 심장의 활동은 심장을 이루는 총 4개의 방(좌·우심방, 좌·우심실)과 심장혈관, 판막, 심장근육에 의해 이뤄진다.
특히 심장근육은 우리 몸의 그 어떤 근육보다 강력한데, 하루에 약 10만 번을 뛰고 평생 약 26억 회(70세 기준)를 박동한다. 다른 근육을 심장처럼 쓴다고 하면 아마도 우리 몸은 채 10년도 못가 망가질 것이다. 심장근육이 주로 팔다리를 쓸 때 작동하는 골격근육과 다른 내장기관을 움직이게 하는 내장근육의 강점을 모두 가지고 있어 가능한 일이다.
또한 심장은 빠른 박동 사이 잠시 휴식을 취하는 것만으로도 쉬지 않고 뛸 수 있는 회복력도 갖추고 있다. 우리가 영화로만 꿈꾸는 초인적인 영웅이 사실은 우리 가슴 한 가운데 늘 자리 잡고 있다.

심장에서 피를 공급한다고? 말도 안돼!
한때 인류가 지구가 평평하거나 네모날 거라고 생각했던 것처럼, 무려 1400여 년 간 인간은 ‘심장’이 아닌 ‘간’에서 혈액을 공급한다고 믿었다. 1628년 영국의 의학자이자 생리학자인 윌리엄 하비가 ‘심장의 박동을 원동력으로 혈액이 순환된다’는 새로운 학설을 내놓기 전까지 말이다.
물론 이 낯선(?) 학설은 당시 반론이 거셌다. 그전까지 서양 의학계를 지배해 온 학설은 사람이 음식물을 섭취하면 ‘간’에서 피가 만들어지고, 그 피가 정맥을 따라 몸의 끝에 도달할 동안 모두 쓰이고 사라진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혈액 중 일부는 심장으로 가서 두 번째 혈액이 되고 다시 말초에 이르러 소모된다는 것이 이전까지의 서양의학이 가진 절대적인 믿음이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황당한 이론 같지만 의과학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던 시기에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그 누구도 이전의 이론을 의심하지 않았던 가운데 하비는 어떻게 이런 판단을 내릴 수 있었을까. 그는 동물실험으로 간에서 만든 혈액이 모두 소진된다면 아마 인간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혈액을 매일 만들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동물마취조차 불가능했던 시절 하비의 정량적인 실험은 지금까지도 가히 선구적인 행동으로 평가된다.

가장 중요한 부품인 엔진인
것처럼 심장은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기관이자
가장 근본적인 힘 그 자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