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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기념 인터뷰2

존재 자체가 기쁨인 아이를 보듯
세상만사를 바라보라

영상의학과 김종철 교수

“사람이 너무나 신비스럽고 기적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수술이나 해부 없이도 병을 진단할 수 있다는 것에 매료되어 영상의학과를 택했다는 김종철 교수는 인간에 대한 애정과 진심어린 공감이 환자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한다고 말했다. 의사, 교수, 수필가, 칼럼니스트로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도 150여 편의 논문을 게재하며 영상의학의 발전을 이끌어 온 김종철 교수. 정년을 앞둔 김종철 교수를 만나기 위해 판독실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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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의학과를 선택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다닐 때 실습시간에 CT를 처음 접했습니다. X-ray로는 잘 보이지 않던 인체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있는 것이 굉장히 신기했습니다. 얼마 후 방사선 위해가 없어서 산모에게 사용할 수 있는 초음파가 도입되었고, 태아가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더욱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그 뒤로 MRI가 도입되었는데 단층 촬영을 할 수 있는 CT에 비해 어떤 단면이든 자유자재로 촬영이 가능했습니다. 이제는 수술이나 해부 없이도 사람의 속을 훤히 들여다 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때 결심을 하게 되었지요. ‘의사들이 고민하는 그런 병들을 내가 시원하게 진단해 주리라’고요.

환자들을 진료하시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있으셨다면

1990년 초 쯤이라고 기억됩니다. 어떤 분이 자궁암에 걸린 아내를 모시고 왔는데 요독증에 걸려 몸이 퉁퉁 부은 상태였습니다. 소변을 보게 하려면 콩팥에서 늘어난 소변길에 도관을 꽂아서 밖으로 빼내야 한다는데 여러 병원을 전전했지만 실패만 거듭한 상태였습니다. 실패를 하더라도 시도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혈관조영실에서 초음파를 통해 시도하다가 결국은 성공을 했습니다. 그 순간 의사로서 큰 보람과 희열을 느꼈습니다. 성공 소식을 전했을 때 보호자가 저를 덥석 안아주었는데 남자와 남자의 포옹에서 얼마나 진한 감동이 느껴지던지 그때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후회가 남는 일이 있다면 어떤 것인지요

음악을 너무 좋아해서 충남대 교수합창단에 참여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영상의학과의 하루 일과가 너무나 빡빡하다보니 시간을 낼 수 가 없었습니다. 합창단에 참여해 아름다운 화음을 이루어 보지 못한 것이 못내 안타깝고 후회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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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철 교수님 마지막 강의

다방면에서 꾸준히 글을 써오시면서 20여권 이상의 저서를 내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글을 쓴다는 것’이 갖고 있는 의미가 궁금합니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라는 말처럼 ‘기억은 짧고, 기록은 길다’라고 생각합니다. 살아보니 기억은 주관적이고 절대적인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기록은 그렇지 않습니다. 물론 똑같은 글을 읽어도 각기 다른 느낌을 가질 수는 있지만, 그래도 기록자체는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을 떠나기 전에 가족에게는 내가 산 흔적을 남기고 싶었습니다.

퇴임 후의 계획에 대해서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건강할 때 아내와 함께 여행을 다니고 싶습니다. 문우들과도 바빠서 못 다녔던 문학기행도 자주 가고, 사진도 많이 찍을 거구요. 그리고 뜻 맞는 사람들끼리 국내건 국외건 휴대용 초음파기를 들고 봉사를 많이 다녔는데, 노숙인이나 외국인 유학생 등 소외된 계층을 위한 의료봉사를 계속해 나갈 계획입니다.

젊은 후배 의학도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영상의학과 뿐만 아니라 다른 과들도 레지던트를 하다가 중간에 그만두는 의사를 보면 안타깝습니다. 이 순간만큼은 도저히 견뎌낼 수 없겠다 생각될 때 너무 성급하게 결단을 내리지 말고, 잠시 한걸음 뒤로 물러서서 선배나 스승을 만나 꼭 의논 했으면 합니다. 그렇게 인생의 폭을 넓혀 나가면서 후배들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랍니다. 요즘 어린 손녀를 보면서 어떤 존재 자체가 기적이고, 기쁨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 마음으로 사람을 보고 세상만사를 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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