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교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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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술에 집중해
묵묵히 걷다보면
좋은 날 올 것"
흉부외과 나명훈 교수

“다른 사람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노여워하지 않는다면 역시 군자답지 않은가?” 쉽게 가려는 사회 풍조 속에 흉부외과라는 쉽지 않은 길을 택한 후배들에게 나명훈 교수는 공자의 명언으로 메시지를 대신했다. 나 교수가 충남대학교병원에 재직한지 올해로 25년. 사람의 심장을 다루는 만큼 그 길이 험난하지만 의술에 집중하며 외길을 걸어온 결과, 세상은 그를 자연스레 명의로 인정했다.

이제 곧 퇴임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소감은 어떤가요?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로서 25년간 재직해오다 명예롭게 퇴직을 하게 됐습니다. 돌이켜보면 긴 시간이었습니다. 많은 변화도 있었습니다. 그동안 주위에서 도와주셨던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다양한 분야 중에서 흉부외과를 선택한 특별한 사연이 있나요? 더불어 흉부외과에 대한 소개도 부탁드립니다.

1981년 본과 3학년 겨울, 독일 소설가 레마르크의 <개선문>을 읽었습니다. 소설에서 주인공인 라빅이라는 외과의사가 공사장에서 떨어진 각목에 목을 맞아 출혈하는 환자를 지혈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 내용은 소설에서 아주 사소한 부분이었지만 저는 마음이 서늘해졌습니다.
‘나는 본과 3학년이고 곧 의사가 될 터인데 그런 상황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 당황스러웠습니다. 이후 응급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의사가 되고 싶다는 열망이 차올랐고 흉부외과를 택하게 됐습니다.
흉부외과는 심장, 폐, 식도, 대혈관 등 흉곽 내에 위치한 장기하는 성인심장, 선천성 심장병을 다루는 소아심장, 폐, 식도, 횡격막 등을 다루는 일반 흉부외과로 나눠 환자를 보고 있습니다.

충남대학교병원 흉부외과에 계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아주신다면 언제인가요?

2017년도 의료 관련 웹 사이트에서 우리나라 흉부외과 명의 중 한명으로 선정됐습니다. 뭔가 인정을 받은 것 같아 즐거웠습니다. 충남대학교병원에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는 2007년에서 2008년까지 1년 6개월 미국의 텍사스 휴스턴에 있는 Texas Heart Institute에서 연수했던 기억입니다. 대동맥 수술의 세계적 대가인 Dr. Coselli를 모시고 수술장에서 일했는데 그 때 ‘연수는 환상이 아니다, 몸으로 보여주는 것은 결국 통하더라,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같은 교훈을 얻었습니다. 또 연수 후에는 우리병원 대동맥 수술 성적이 향상되기도 했습니다.

충남대학교병원 합창단 ‘어울림’에서는 어떤 활동을 주로 하셨나요? 또 합창단 단장을 맡으시면서 기억에 남는 추억이 있나요?

충남대학교병원 합창단 ‘어울림’은 합창을 통한 환우 위문, 직원들의 친목 도모 및 병원 선양을 목적으로 2014년 12월 창단됐습니다. 초대 단장으로서 저의 바람은 연주를 열심히 하고 초대하는 곳은 어디든지 감사히 참여해 봉사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지난 5년간 4개월에 한 번씩 연 3회 ‘환우를 위한 Lunch Concert’를 15회까지 시행했으며, 이외에도 교수 정년 퇴임식, 송년식 등 원내 행사와 제3회 장기 기증의 날 기념식(SAVE 9 사랑의 음악회), 세종시 출범 5주년 기념축하연주회 등 원외 행사 포함 모두 40회 연주 봉사 활동을 시행했습니다. 바쁘고 어려운 병원 근무에도 부름에 언제든지 기꺼이 응해 주신 우리 어울림 단원들과 참석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신 병원 각 부서장님들께 감사드립니다. 환우들과 병원을 위한 단원들의 헌신과 봉사의 마음이 이 모든 활동을 가능하게 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더욱 발전된 ‘어울림’이 되리라 믿고 있습니다.

교수님이 생각하는 흉부외과의 미래는 어떤가요? 또 후배 의료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흉부외과의 미래는 밝다고 생각합니다. 쉽게 가려는 사회 풍조와 편향된 경제적 논리에 의해 지원자가 줄어서 그렇지 필요성이나 중요도가 떨어져서 그런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에베레스트를 왜 오르냐”는 질문에 “산이 그곳에 있으니 오른다”라고 한 유명한 산악가 조지 말로리의 말처럼 흉부외과의 길이 험난하지만 묵묵히 오르는 지원자가 계속 나올 것이라 예상합니다. ‘하려고 하지 않았는데 저절로 되는 일은 하늘이 하는 일이요, 원하지 않았는데 닥쳐오는 일은 운명이 하는 일이다’라는 맹자의 말처럼 후배 의료진들에게 ‘그 자리에서 열심히 하면서 기다리면 다 잘 될 것이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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