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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충남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철현 교수

코로나 블루
제대로 알고 극복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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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 통계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40.7%가 코로나 블루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블루는 감염병 확산으로 인한 사회활동의 제약, 감염에 대한 두려움, 경제 위축 등의 상황에서 겪는 부정적 감정을 지칭하는 말이다. 전 세계를 혼란에 빠트린 팬데믹 상황에서 누구나 경험하는 자연적 현상으로 생각하고 그냥 둘지,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지에 대해 전문의를 통해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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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1년이 훌쩍 지났다.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생경한 단어가 이제는 익숙함을 넘어 질려버렸다. 조금만 참으면 끝이 나겠지 희망을 품고 하루하루를 버텨왔지만, 이제는 다들 많이 지쳤고 사회경제적으로 힘들다는 아우성들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한때 포스트 코로나(Post-corona) 시대에 대한 논의들이 많았지만, 이제는 위드 코로나(With-corona) 시대를 생각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어두운 전망이 우리의 마음을 엄습한다. 아이들도 어르신들도 그리고 나도 잘 버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부지불식간에 불쑥 튀어 나오는 예상치 못한 심리반응에 흠칫 놀라고 돌아보게 된다. 코로나 블루(우울)를 넘어서, 코로나 레드(분노), 그리고 블랙(절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색으로 우리 사회의 집단적 감정 상태를 표현하고, 심리방역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며 코로나19로 인한 심리적 어려움을 공동체적으로 이겨내 보고자 애쓰고 있다. 그렇지만, 마음을 다룬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은 이제 모두들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코로나 블루의 대표적 증상

코로나 블루란? 코로나19와 우울감을 나타내는 블루(blue)의 합성 신조어로, 감염병 확산에 따른 사회활동의 제약과 감염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사회경제적 위축 등에 의해 겪게 되는 부정적 감정(불안감 또는 우울감) 전반의 상태를 지칭한다. 이는 보통 우울증이라 불리는 ‘주요우울장애(Major depressive disorder)’와는 다른 것으로, 작금의 어려운 상황에서 누구든지 경험할 수 있는 감정상태라 할 수 있다. 2020년 10월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서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건강상태’를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 중 40.7%가 코로나 블루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으며, 여성(50.7%)이 남성(34.2%)에 비해 높은 빈도로 코로나 블루를 경험한 것으로 보고 하였다. 코로나 블루의 증상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는데, 슬프거나 눈물이 나면서 의욕이나 에너지가 쳐지는 등의 우울감과 무기력감, 쉽게 놀라고 걱정이 늘고 두려움이 많아지는 등의 불안감, 화가 나고 짜증이 많아지면서 원치 않게 날카로워지는 예민함 등의 정서관련 증상이 대표적이다. 또한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멍한 상태가 지속되며 기억력이 저하되고, 원치 않는 기억들에 대한 반추의 증가 등과 같은 인지관련 증상들도 경험할 수 있다. 식욕의 변화, 불면 증상, 두통, 소화불량, 어지러움, 두근거림 등과 같은 신체 관련 증상들을 보고하기도 한다. 코로나 블루로 인해서 불필요한 걱정과 염려가 심해지고, 사회적인 고립과 위축 그리고 단절을 경험하면서, 불규칙한 생체리듬과 불면, 생산성과 학습 능력의 저하등을 경험하기도 하며, 음주나 흡연이 늘고 스마트폰이나 게임, 인터넷 의존이 늘어날 수도 있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누구나 경험할 수 있다는 코로나 블루, 그렇다면 그냥 두면 좋아질 수 있을까? 언제 치료를 해야 할까? 예방을 할 수 있다면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까? 보건복지부에서 2020년도에 발표한 ‘코로나19 국민정신건강 실태조사’를 살펴보면, 2020년 9월 기준 불안위험군이 18.9%, 우울위험군이 22.1%, 그리고 자살에 대한 사고가 있다고 답변한 사람이 13.8%나 되었다. 어려운 상황에서 누구나 겪을 수 있다는 점에서 코로나 블루에 겁낼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특히 현재 우울증의 진단 기준을 근거로 생각하면 앞에서 기술한 코로나 블루 증상이 매우 심하고, 회복되지 않은 채 2주 이상 지속되면서, 일상생활을 제대로 영위하기 힘들 정도의 장해를 초래하다면, 좀 더 적극적으로 전문가의 상담과 진료를 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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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한계를 받아들인다면 예방 가능

코로나 블루의 예방과 치유를 위해서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에서 노력해볼 수 있는 것들이 있다. 먼저, 우리 안에 올라오는 불안과 우울이라는 감정을 자연스러운 반응으로 인정하고 더 이상의 불필요한 증폭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출처가 불분명한 정보를 피하고 정확한 정보를 선별하여 취득하는 합리적 자세를 견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불확실한 현재와 미래에 대해 과도하게 불안해하지 않고, 인간의 한계와 미래의 불확실성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겠다. 불확실성을 인정하지 않고 예측 가능한 일상을 만들고자 애쓰는 것 자체가 오히려 불안을 증폭시킬 수 있음을 기억하자.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과 없는 영역을 분명히 분별하고, 통제를 벗어난 영역에 대해서는 수용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이럴 때일수록 나의 마음과 몸의 상태와 반응을 세심히 들여다보고 느끼고 알아차려 주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내가 어떤 상태인지 인지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스스로 알아주는 것이 부정적인 상태를 예방하고 또 극복하는데 필수적 단계임이 분명하다. 우리 몸에는 생체시계(biological clock)가 있기때문에, 일주기 리듬(circadian rhythm)을 유지하며 규칙적으로 생활하는 것은 기본 중에 기본이다.

지금의 상황은 내면을 풍성하게 하는 시간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와 비대면 활동을 권장하기 때문에 집과 같은 실내에서 지내는 시간이 늘고, 사회적 약속이나 활동을 해야만 하는 경우가 전에 비해 줄어들었기 때문에 자칫하다간 불규칙적인 생활을 하기 쉽고 이로 인한 몸과 마음의 균형이 깨어진다. 따라서 규칙적인 식사와 운동, 그리고 수면 생활을 유지하는 것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지키는데 중요한 기초가 될 것이다. 사실 현대인의 일상이란 바쁨의 연속이었다. 바쁘게 살지않으면 마치 게으른 사람처럼 여겨지는 사회적 분위기였고, 많은 일들 속에서 정작 가족과 같은 가까운 사람들과의 시간을 충분히 가지지 못하기도 했었다. 늘 건강을 챙기고 여가생활을 하고 싶다는 생각만 있었지, 여유가 없어 내일로 미루면서 지냈다. 오히려 지금의 상황이 우리에겐 어떤 면에서 기회가 될 수 있다. 그간 바쁘다는 핑계로 하지 못했던 것들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좀 더 즐기고 내면을 풍성하게 할 수 있는 삶의 조각들을 찾아 맞출 수 있음을 알고 실천을 한다면 좋겠다. 사회적 거리두기란 엄밀히 표현하자면 물리적 거리두기이다. 심리적 거리두기를 하라는 말이 아니다. 이럴 때일수록 나부터 먼저 가족들과 친구들과 동료들과 서로 소통하고 연락할 수 있는 적극성이 필요하다. 사람들의 성향에 따라 다를 수 있겠다. 하지만 남이 먼저 나에게 말을 걸기 전에 내가 먼저 말을 걸어보고 안부를 묻고, 더 나아가 마음상태에 대해 서로 나눌 수 있다면 코로나 팬데믹 상황 속에서 사회적 위축과 단절이 아닌, 사회적 연결성을 유지해 나갈 수 있다. 익숙함의 차이가 있겠지만 요즘에는 전화 통화나 문자뿐 아니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나 화상 미팅 시스템 등을 얼마든지 활용할 수가 있게 되었다. 이를 최대한 활용한다면 우리 안에 연결성은 오히려 더 강화될 수 있고, 그것이 코로나 블루로부터 우리를 단단히 지켜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코로나19라는 공동의 적과 싸우는 운명공동체임을 기억하자. 사회경제적인 어려움과 코로나 블루가 악화되면 다른 사람들을 살피거나 배려할 여유가 사라지며, 공동체 의식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우리가 체험을 통해 배우듯이 내가 감염으로부터 안전하려면 내가 속한 가족, 회사, 학교가 안전해야 한다. 즉이웃의 건강이 나의 건강과 직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숙명적으로 한 배를 탄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함께 마음을 모아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것이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어려움을 겪는 이웃이 있다면 관심을 가지고 물심양면 도움을 주는 것이 곧 나의 건강을 담보하는 길이다.

자신에게 위로와 격려를

우리는 1년 간 꽤 잘 견뎌왔다. 이 글을 읽는 지금 짧은 순간이라도 나 스스로에게 지금까지 잘 버텨왔다고 위로와 격려를 해주면 좋겠다. 그리고 내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 스치듯이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다면 조금 어색하더라도 연락을 취해보면 좋겠다. 우리가 퍼뜨리는 긍정 바이러스는 생각보다 더 파급력이 강하고 치명적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함께 코로나 블루를 이겨내는 우리가 되길 소망한다.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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