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3

정신건강의학과
전소연 교수

신체 증상으로
호소하는
노년기 우울증

사진

생애주기 상 노년기는 직장에서의 은퇴와 자녀들의 독립, 신체의 노화 등으로 신변에 많은 변화가 일어나는 시기다. 신체적, 정신적, 경제적 결핍이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우울감에 취약해 지고 결국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생각을 하는 경우까지 발생한다. 노년기 우울 등의 특징과 치료, 예방법을 알아본다.

최근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노인 우울증, 인지기능 저하 등으로 혼자서 또는 자녀와 함께 병원을 찾는 노인 환자들이 늘고 있다. 2017년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전체 우울증 환자 중 60세 이상이 42.3%에 달한다고 한다. 같은 해 ‘노인실태조사’에서는 노인 중 21%가 우울 증상을 겪고 있고, 이들 중 67%는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는 등 노년기의 우울증상은 매우 흔하다고 할 수 있다. 생애 주기상 노년기는 신체적, 정신적, 경제적으로 많은 변화가 일어나는 시기다. 직장에서 은퇴하고, 자녀들이 독립하고, 신체적 노화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질병에 이환되고, 배우자와의 사별 및 사회적 지지의 결핍 등의 생활 사건이 생기면서 우울감에 취약해진다. 생물학적 요인도 크게 작용하는데 우울증의 가족력, 이전 우울증의 기왕력, 공존질환(당뇨, 고혈압, 뇌졸중, 뇌혈관변화, 만성 통증, 물질 및 약물 남용, 인지기능장애 등)과도 관련이 높다.

비전형적인 증상을 보이는 노년기 우울증

노년기의 우울증은 성인들의 우울증과 다른 특징이 있다. 일반적으로 우울증의 증상은 우울감, 무기력감, 불안, 흥미 저하, 식욕 장애 및 수면 장애이나 노년기의 우울증은 자신의 우울증상 등 심리적인 상태를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못하고, 대신 다른 모호한 신체 증상(피로감, 두통, 전신 통증, 소화 불량 등)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치매가 아님에도 집중력과 기억력 저하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치매를 염려해서 노인정신건강클리닉에 내원하는 환자 중에 적잖은 수가 노인 우울증일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이를 ‘가성치매(假性癡)’라고도 한다. 그러나 노년기 우울증이 치매의 전구증상일 수도 있다. 특히 고혈압이나 뇌졸중 등으로 뇌혈관계에 이상이 생긴 경우에는 감정을 조절하는 뇌 영역에 문제가 생겨 우울감이 발생하고, 인지기능 저하도 진행시킨다는 연구결과가 많다. 이렇게 노년기우울증은 그 증상이 비전형적이기에 진단이 어렵고치료가 늦어져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으며, 다른 연령대보다 자살로 이어질 가능성이 더 높다. 따라서 노년기 우울증은 성인 우울증과 호소하는 증상부터 큰 차이를 보여 전문의와 충분한 상담을 통해 진단을 받고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우울증은 빠른 치료가 최선

우울증이 발생하면 세상을 더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되고 신체적, 정신적으로 계속 악순환이 일어나기 때문에 가급적 빨리 치료를 받는 것이 최선이다. 주요 치료 방법은 성인과 마찬가지로 약물치료다. 하지만 노인의 경우 공존 신체질환과 그에 따른 많은 약물을 이미 복용하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약물 치료에 앞서 기존 신체질환의 우울증에 대한 영향 및 약물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선행되어야 하며, 약물 상호작용을 평가한 후에 우울증 치료 약물을 선택해야 한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보통 약물 치료로 1~2주에는 불안, 불면 등의 증상이 호전되고, 4~6주 정도에 우울감이 호전되기 시작한다. 증상이 조금 호전되었다고 약을 끊어버리거나 혹은 부작용이 생겼다고 중단하면 안 되고 반드시 상담을 통해서 약을 변경하거나 용량을 조절하여야 한다. 노년기 우울증은 재발이 자주 일어나기 때문에 꾸준한 치료와 관리가 필요하다. 이 밖에도 사회적 고립은 노년기 우울증의 흔한 증상이기도 하지만, 외로움이나 고립감 등은 그 자체가 우울증의 발생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가족들은 우울증 환자에게 좀 더 세심하게 감정적, 재정적으로 지지해주는 것이 좋다. 가족 외 지지를 얻는 곳은 종교단체나, 경로당 및 노인회관 등도 사회적 관계, 동년배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자리이므로 적극 활용하는 것이 좋다.

우울증 예방은 건강관리와 규칙적인 생활 습관

노년기 우울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만성질환(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등)을 잘 관리하고 치료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유지한다. 시간 맞춰 출근해야하는 직장이나, 자녀들의 출가로 챙겨 주어야 할 일들이 없다면 생활습관이 불규칙해지기 쉽다. 노년기 우울증을 노년기에 찾아오는 당연한 현상으로 여길 것이 아니라 주변 가족들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주어야 한다. 또한 신체적 불편감의 신호가 우울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지 항상 살펴보아야 한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정확한 진단 및 적절한 치료가 최선의 방법이다. 사진

사진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