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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이후 현재까지 청소년의 사망요인 1위는 늘 자살이었다. 특히 아동의 우울증은 가족들에게 우울감이 쉽게 드러나지 않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소아청소년 우울증의 증상과 대처방법을 전문의를 통해 알아본다.
민수의 이야기
중학교 1학년인 민수(가명)는 1년 전부터 시작된 학교생활 부적응을 문제로 소아정신건강의학과에 방문했다. 아이는 초등학교 4학년까지 가족과 관계가 좋고 친구들과 잘 어울리며 학습능력이 양호했다. 민수는 초등학교 5학년 1학기에 아버지의 직장이동으로 대전으로 이사를 왔다. 전학 초기 급우들과 갈등이 있었고, 일부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아이는 6학년 1학기부터 가족들에게 자주 짜증을 냈으며, 새벽 늦게까지 게임을 하면서 낮밤이 바뀐 생활을 했다. 수업 중에는 졸거나 산만한 학습태도를 보여 선생님에게 자주 지적을 당했고, 급격히 성적이 떨어졌다. 학교 가기 싫다는 말을 자주 하거나 등교 전 화장실에 들락거리며 복통과 두통을 호소했다. 등교 거부와 게임에 과하게 몰입하면서 가족과 갈등이 악화되었고 중학교 1학년이 됐을 때는 집에서 과격한 행동을 하여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잦은 두통과 복통에 대해 소아청소년과 진료를 보았으나 신체적으로는 이상이 없다는 소견을 받았다. 의사는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에 방문하기를 권유했다.
아이들도 우울증에 걸린다
요즘 아이들은 심한 경쟁 속에서 성장하며 다양한 스트레스를 겪는다. 소아청소년의 우울증은 성인보다는 드물지만 일반의 인식 보다는 자주 발생하고 있다. 우울증과 관련된 자살문제 역시 드물지않다. 2017년 국내 전국 4개 권역의 중고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한 역학조사 결과를 보면 자살사고를 경험한 청소년이 17.6%에 달한다. 또한 2010년 이후 현재까지 청소년의 사망요인 1위는 늘 자살이었다. (2020년 청소년통계) 다만 아동의 우울증은 가족들에게도 쉬 드러나지 않아 부모들도 소아청소년의 우울증을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2005년 서울시가 아동청소년의 우울증 유병률을 조사하였는데 부모 보고를 통해 진단한 우울증유병률은 0.86%였으나, 아동·청소년이 스스로 보고 한 우울증은 7.37%로 10배 가까운 차이를 보였다.
우울보다 짜증
소아청소년의 우울증은 성인과는 구별되는 특징을 보인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는 우울증으로 진단 내린 아이들이 스스로 ‘전혀 우울하지 않다’고 묘사하는 경우도 흔하다. 소아청소년 우울증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우울감, 죄책감과 같은 기분증상 호소보다는 짜증, 분노발작과 같은 행동문제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아동이 어릴수록 자신의 감정인식이 미숙하고 감정이 분화되어 있지 않아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워한다. 둘째, 신체화되는 경우가 많다. 부정적인 정서가 몸의 반응으로 표현되는 것을 신체화 반응이라고 한다. 아동들은 우울하다고 말하기보다 두통, 복통, 소화기 장애등 모호한 신체 증상으로 표현하곤 한다. 셋째로 가면성 우울(maskeddepression)이다. 청소년의 경우 우울감을 가족들에게 표현하는 것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대신 무단결석, 등교거부, 물질남용(담배, 술), 가출, 비행, 성적저하, 또래 관계 위축과 같은 형태로 드러나곤 한다.
우울한 아이들을 어떻게 도와야 할까?
첫째, 물어보고 이야기를 나누고 진심어린 태도로 들어야 한다. 이때 아이가 처한 상황에 대해 섣부른 판단이나 조언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이가 처한 상황을 듣고, 아이의 감정에 공감하도록 한다. 둘째, 솔직해야 한다. 만약 아이에 대해 걱정이 된다면 솔직하게 묻는 것이 좋다. 자해, 혹은 자살사고에 대해 묻는다고 없던 자살사고가 생기지는 않는다. 마지막으로, 아이가 가진 우울감이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교사,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며 청소년 사이버상담센터처럼 전화나 온라인을 통해 상담할 수 있는 전문가들도 있다.